[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홈쇼핑 업계가 자체 브랜드(PB) 상품에 고급 소재를 사용하거나 유명 디자이너와 콜라보를 선보이는 등 차별화에 나섰다. 덕분에 제품 가격은 수백만원대에 이르지만, 고객들은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다. 최근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SNS와 가성비 제품에 주력했지만 여전히 주요 고객층은 높은 연령대기 때문이다. 또한 프리미엄 제품을 원하는 고객 니즈는 최근 F/W 시즌과도 맞물리면서 고급 ‘홈쇼핑 패션’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 이탈리아 명품 소재 회사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캐시미어 남성 코트를 모델이 선보이고 있다. 출처=롯데홈쇼핑

롯데홈쇼핑은 최근 선보인 PB브랜드 ‘LBL(Life Better Life)’ 제품인 ‘친칠라 피아나 후드 롱코트’를 완판했다. 가격이 399만원대로 높게 책정되다 보니 내부에서도 준비한 1000세트가 너무 많은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방송 직후 모두 완판했다는 소식이다. 백화점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소재인 친칠라 모피와 ‘로로피아’나 원단이 홈쇼핑에서 등장하자 고객들이 뜨거운 호응을 보인 셈이다. 총 주문 금액만 30억원이 넘었다.

이 코트는 이탈리아 명품 원단 브랜드 ‘로로피아나’와 최상급 모피를 생산하는 ‘만조니24’의 친칠라로 만든 캐시미어 코트다. 캐시미어 뿐 아니라 후드에 적용된 친칠라가 워낙 고급 소재이다 보니 가격이 약 400만원이었다. 친칠라는 다람쥐과의 동물로 실크처럼 부드럽고 섬세한 촉감이 특징이다. 모피 소재로서는 밍크보다 상위 등급이고, 세이블(족제비)과는 비슷한 최상급 소재로 알려져 있다.

롯데홈쇼핑은 친칠라 롱코트가 제품 가격이 높긴 하지만, 고급 소재를 선호하는 중장년 여성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덕에 완판시켰다는 분석이다. 롯데홈쇼핑은 이 여세를 몰아
계속해서 명품 소재의 의류를 선보일 예정이다.

▲ 칼 라거펠트 파리스 화보. 출처=CJ오쇼핑

CJ ENM 오쇼핑 부문(이하 CJ오쇼핑) 역시 PB 브랜드의 고급화 전략으로 차별화는 물론, 수익성 제고에 나서고 있다.

CJ오쇼핑의 대표적인 럭셔리 PB브랜드인 ‘VW베라왕’은 올해 F/W시즌에 출시한 스페인 리버시블 후드 무스탕으로 론칭방송에서만 9억4600만원의 주문 금액을 달성했다. 이 제품은 129만원대의 고가로 출시됐지만, 제품을 찾는 고객이 늘고 있다는 게 CJ오쇼핑 측 설명이다. 이후 2회의 방송을 더 하면서 이 상품으로만 22억 7000만원의 주문 금액을 기록했다.

CJ오쇼핑의 PB브랜드인 ‘지스튜디오’에서도 130만원대의 ‘사가폭스 칼간 램코트’를 지난달 말 선보였다. 이 역시 론칭 방송에서만 3억3000만원의 주문이 들어오며 141%의 달성률을 보였다. 엣지가 내놓은 ‘스페인 리버시블 롱 무스탕’도 129만원의 고가임에도 불구, 출시한 지 한 달도 안 돼 57억원의 매출을 기록 중이다.

▲ 지스튜디오의 FW 겨울 시즌 로맨틱 시크 감성이 담긴 이나영 화보. 출처=CJ오쇼핑

남아름 CJ오쇼핑 MD는 “고급 소재의 겨울 옷을 한 벌은 소유해야 한다는 소비자 인식과 세계적인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의 브랜드 명성이 시너지를 일으켜 판매가 좋았던 것 같다”면서 “프리미엄 소재의 제품들로 올 겨울 1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홈쇼핑도 프리미엄 패션 브랜드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지난 13일 이상봉 디자이너와 함께 프리미엄 패션 브랜드인 ‘이상봉 에디션’을 선보였다. 이상봉 디자이너는 ‘국민 디자이너, K-패션의 거장’으로 불리는 국내 패션업계를 대표하는 디자이너 중 한 명이다. 한글을 패션에 접목하는 그의 옷들은 피겨선수 김연아를 비롯해 린제이 로한 등 유명 여배우와 와 팝스타들이 입으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 이상봉 에디션의 밍크 베스트. 출처=현대홈쇼핑

이번에 현대홈쇼핑이 선보이는 ‘이상봉 에디션’은 에이지리스(Ageless), 타임리스(Timeless), 뉴트로(Newtro)를 3대 디자인 키워드로, ‘새롭지만 깊이 있고 오래도록 입을 수 있는 프리미엄 패션 브랜드’를 표방한다. 현대홈쇼핑은 프리미엄 소재지만 가격은 합리적인 가격대에 선보일 계획이다.

먼저 이번 겨울시즌에는 밍크와 캐시미어 등 보온성이 뛰어난 프리미엄 소재를 적용한 12개 상품을 우선 선보일 예정이다. 가격은 10만~200만 원대로, 밍크소재가 들어간 아이템은 상품별로 1500~3000개씩 한정 제작한다. 현대홈쇼핑은 이와 함께 이번 시즌 ‘이상봉 에디션’ 잡화 아이템 일부도 함께 선보이고, 향후 신발과 주얼리까지 확대해 액세서리 라인업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특히 내년에는 남성 라인도 함께 론칭할 계획이다.

현대홈쇼핑은 다양한 라인 확장 전략을 통해 ‘이상봉 에디션’을 연 주문금액 500억원 이상 규모의 주력 브랜드로 키워간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J BY·A&D와 함께 내년 디자이너 패션 브랜드의 연간 주문금액 2000억원 이상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 고비 캐시미어 코트. 출처=현대홈쇼핑

김종인 현대홈쇼핑 패션사업부장은 “이상봉 에디션의 모든 제품은 ‘홈쇼핑 전용’ 상품이 아닌 서울 청담동 이상봉 플래그십스토어에서도 동시에 선보이는 제품들”이라면서 “앞으로도 국내외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디자이너와 협업을 강화해 K-패션의 다양한 콘텐츠를 한 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패션 채널로 이미지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저려한 값에 여러 벌을 한꺼번에 사서 한철 입는 옷으로 여겨졌던 홈쇼핑 제품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백화점 브랜드 제품에서도 쉽게 보기 힘든 고급 소재로 만든 프리미엄 상품들이 수백만 원에 달하는 비싼 값에도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자 홈쇼핑 제품도 이젠 고급 이미지로 굳어지고 있는 셈이다.

최근 홈쇼핑 업계는 20~30대 젊은 층을 사로잡기위해 모바일 플랫폼을 필두로 내세우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의 성향에 맞춰 동영상 위주로 모바일 환경을 바꾸고 상품 이외의 콘텐츠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는 다시 한번 프리미엄 제품을 들고 나와 기존의 고객층 유입을 가속화 시키고 있다. 전통적인 홈쇼핑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 층을 사로잡기 위해 SNS와 콘텐츠 방송을 이용했다면 기성층에는 고급 제품으로 자연스럽게 모든 세대를 잡겠다는 업계의 전략으로 보인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최근 홈쇼핑 업계에서는 단독으로 방송에서만 선보이는 제품이 아닌 똑같이 명품매장에서 선보이고 있는 제품을 동시에 론칭하고 있다”면서 “또한 유명 디자이너와 협업한 제품들은 똑똑한 소비자가 먼저 알아본다. 이제는 홈쇼핑 제품은 싸다는 인식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