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테이너를 옮기는 상선의 모습. 출처=이미지투데이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해운시황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수인 발틱운임지수(BDI)가 들쑥날쑥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초 9년 만에 BDI가 최고점을 찍으면서 기대감에 부풀었던 해운업계에 낙관하긴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한국선주협회 등 업계에 따르면 BDI는 지난달 4일 2518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24일 기준 1785로, 약 두 달 사이 733포인트나 주저앉았다. 앞서 11일(현지시간) 미·중 미니딜 합의로 1924까지 소폭 오르기도 했지만 전체 흐름은 하락세로 돌아선 모양새다. 

물론 올 상반기 평균 BDI 895와 비교할 경우 여전히 두 배에 달하는 높은 수준이다. BDI는 올 들어 중국의 경기 침체와 브라질 최대 철광석 업체 발리의 댐 붕괴 사고 여파로 인한 원자재 운송 차질 등이 맞물리면서 지난 2월 601까지 추락했다. 하지만 5월부터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석탄 수입량이 증가하고 중국의 남미산 곡물 수요가 늘어나면서 급등세를 탔다. 

철광석 가격 상승에 따른 물동량 확대도 BDI 상승에 호재로 작용했다. 중국이 철 함유량이 높은 고품위 철광석 수입을 확대하면서 철광석 가격은 올 초 톤당 70달러선에서 120달러대로 70% 넘게 급등했다. 가격대가 이처럼 높아진 것은 2014년 이후 5년 만이다. 철광석 가격이 급등하면서 물량이 풀려 운송도 활발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이 밖에 선박 공급이 줄어든 것도 BDI 상승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상반기 시황 부진으로 노후선 해체가 늘었고 케이프사이즈급 선복량 증가가 거의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에 벌크선사들을 중심으로 하반기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BDI는 추세적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통상 3분기는 전 세계적으로 곡물 출하와 석탄 수요가 집중되는 시기다. 이에 벌크선 운임은 대체적으로 강세를 띄는 경향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DI가 급락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BDI 하락세와 관련 “미중 무역분쟁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영향이 크다. 또한 사우디 석유 테러가 잇따르는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아 지수가 오락가락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출처=NH투자증권

다만 금융권에서는 내년까지는 양호한 시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시황이 극적으로 반등되기 보다는 조금 나아지는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IMO2020에 따라 선박 가동률이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김영호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연말까지 더 이상 폐선이 없다고 가정 하더라도 스크러버 장착과 연료탱크 청소에 따른 비가동 일수 증가로 가동 선박 기준 공급이 완화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연말까지 인도 예정 선박은 전체 선복량의 2.8% 수준인 반면, 스크러버 장착과 연료탱크 청소로 각각 실질 공급량이 1%, 1.4%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본격적인 성수기에 진입한 데다, 내년 도입 예정인 IMO 2020 관련 불확실성에 기인한 선제적인 물량 확보 수요로 BDI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IMO 2020 환경규제 강화를 앞두고 불확실성을 피하기 위해 화주들은 성수기인 4분기 수요를 미리 확보할 유인이 높은 반면 선사들은 선대 공급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스크러버 설치 등으로 비가동일수가 늘어남에 따라 공급 제약은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상운송 전문 해외언론인 트레이드윈즈 또한 “2020년 환경규제에 따른 선박 공급량 감소는 벌크선 운임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다. 

이에 벌크선을 주력으로 하는 팬오션과 대한해운의 실적 개선 가능성에 시선이 쏠린다. 

특히, 팬오션은 전용선 계약보다 단기 운송계약 등 시황 노출도가 큰 계약의 비중이 높아 BDI가 오를수록 수익을 늘리는데 최적화돼있다. 참고로 팬오션은 올 9월 기준 총 44척의 사선을 보유하고 있으며 올 4분기부터 2020년 말까지 총 9척의 선박이 신규로 투입될 예정이다. 특히 2020년 하반기에는 추가로 5척의 벌크선이 단기 운송 영업에 투입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초체력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보유 사선을 고려할 때 연평균 용선료가 10% 상승하면 연간 영업이익은 7.1% 증가한다. 2020년 하반기부터 5척의 벌크선이 추가로 운항을 시작하면 수익성은 더욱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한해운도 올 9월 기준 벌크선 사선 21척으로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 특히 대한해운은 안정적 매출이 보장되는 장기 운송계약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올 하반기 한국가스공사 LNG선 2척, GS칼텍스와 S-Oil의 VLCC(원유운반선) 각각 2척, 그리고 한국 남동발전의 Panamax(파나막스) 벌크선 1척 인도가 예정돼 있다. 내년에는 발레의 VLOC (광석운반선)2척, 한국중부발전의 Handymax(핸디맥스) 2척을 인도받아 장기계약운송을 시작할 예정이다. 신규 전용선 계약 수행으로 올해 하반기엔 500억 이상, 내년엔 1500억 이상의 매출증가가 기대된다.

방민진 유자투진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CVC(연속항해용선) 계약 종료는 큰 타격이었으나 2분기부터 신규 계약들이 시작돼 벌크 부문의 정상화 과정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는 4분기에도 신규 계약 2건이 추가되고 내년 1분기 1건, 2분기 1건이 추가될 예정이어서 올해부터 내년까지 신규 수주 규모만 연간 1289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