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랜스 지방을 많이 섭취하는 사람들이 알츠하이머병이나 치매에 걸릴 확률이 50%~75%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출처= Neurology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신경학저널(Neurology)이 24일(현지시간) 발표한 새 연구에 따르면, 혈중 트랜스 지방 수치가 높은 사람들은 어떤 원인에서든 알츠하이머병이나 치매에 걸릴 확률이 50%~75% 더 높다.

미국 신경학회(American Academy of Neurology) 회원이자 시카고 러시 알츠하이머 질병 센터(Rush Alzheimer's Disease Center)의 닐럼 아가르왈 박사는 이 연구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이 연구가 이미 알려진 심혈관 연구 결과와 더불어, 뇌의 인식 능력 저하가 트랜스 지방의 함량이 높은 식단과 관련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구의 의미

이 연구는 치매 없는 70세 이상의 일본인 남녀 노인 1628 명을 10년 동안 추적했다. 연구 시작 시점에 그들의 혈중 트랜스 지방 수치를 측정했고 이후 10년 동안 그들의 식습관을 분석했다.

연구원들은 고혈압, 당뇨병, 흡연과 같은 치매의 위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요인들을 조정했다. 연구 결과 트랜스 지방이 가장 높은 그룹과 두 번째로 높은 그룹이 가장 낮은 그룹보다 치매에 걸릴 확률이 각각 52%, 74% 더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뉴욕 코넬대학교 의과대학(Weill Cornell Medicine)의 알츠하이머 예방 클리닉 원장인 리차드 아이작슨 박사는 "이 연구는 전통적으로 더 많이 사용되는 식이 설문지 대신 트랜스 지방의 혈중 표시 수치를 사용해 결과에 대한 과학적 타당성을 높였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는 트랜스 지방의 섭취가 알츠하이머 치매의 위험을 노일 수 있다는 이전의 증거를 바탕으로 이를 입증했기 때문에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 세계 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약 5000만 명의 치매 환자가 있으며, 매년 거의 1000만 명 이상이 새롭게 치매 진단을 받는다. 치매 진단의 60~70%는 알츠하이머다.    출처= WKBW

트랜스 지방이란

트랜스 지방은 특정 육류와 유제품에서 소량으로 자연적으로 발견되지만, 트랜스 지방이 가장 많은 식품은 단연코 인공적으로 만든 가공 식품이다.

트랜스 지방산이라고도 하는 인공 트랜스 지방은 액체 식물성 기름에 수소를 첨가해 이를 고형화 시키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부드러운 고체인 마가린과 쇼트닝을 생각해 보라).

트랜스 지방은 생산 비용이 저렴하고, 유통기한이 길며, 음식의 맛과 질감을 좋게 하기 때문에 식품 산업에서 많이 사용된다.

트랜스 지방은 튀긴 음식, 커피 크림, 케이크, 파이 크러스트, 냉동 피자, 쿠키, 크래커, 비스킷 등 수십 가지의 인공 가공 식품에 많이 들어있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원들은 케이크, 파이 및 쿠키 같은 달콤한 페이스트리가 트랜스 지방 수치를 높이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했다는 것을 발견했다. 마가린, 사탕, 카라멜, 크로와상, 비유제품(non-dairy) 크림, 아이스크림, 쌀 크래커도 트랜스 지방을 높이는 식품들이다.

미국의 규제 조치

트랜스 지방과 나쁜 콜레스테롤(LDL)의 증가가 좋은 콜레스테롤(HDL)의 감소와 연관되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후,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2015년에 트랜스 지방의 사용을 금지했다.

기업들에게는 3년 동안의 유예 기간을 주었지만, FDA는 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일부 업계에는 사용 기한을 연장해 주었다. 가장 최근의 연장 허가는 내년 1월 1일에 만료된다.

그러나 모든 제조업체가 올해 말까지 사용 금지를 준수한다고 해서 트랜스 지방이 식품점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FDA에 따르면 1회 섭취량에 트랜스 지방이 0.5g 미만일 경우 회사들은 이 식품에 ‘트랜스지방 함량 0g’이라고 라벨을 붙일 수 있다.

그러나 적은 양의 인공 트랜스 지방이라도 여전히 심혈관 질환, 당뇨병 그리고 치매와 같은 다른 질환을 초래할 수 있다.

이번 연구 저자인 후쿠오카(福岡) 규슈대학교(九州大學校) 니노미야 도시하루 교수는 "미국에서 트랜스 지방 함량을 소량으로라도 허용한다면 그러한 음식들을 여러 번 먹으면 양이 쌓일 수 있다”고 지적하고 “트랜스 지방이 여전히 많은 다른 나라들에서 규제 없이 허용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코넬대학교의 아이작슨 박사는 "치매 위험에 처한 사람들은 꾸준히 가공 식품에 붙은 영양 성분 라벨에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양 성분 라벨에 관한 한 가지 수가 적을수록 좋습니다. 가급적 자연 식품을 먹고 가공된 식품은 삼가거나 최소화해야 합니다.”

그는 이 메시지가 트랜스 지방 금지가 법으로 제정되어 있지 않았거나 시행하기 어려운 국가들에게 전달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사망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좋은 지방들. 나쁜 지방을 좋은 지방으로 대체하는 것만으로도 사망할 위험을 4분의 1 이상 줄일 수 있다.    출처= ShuttrtStock

트랜스 지방을 대체하려면

이번 연구가 나오기 전에도 트랜스지방이 인지기능을 만성적으로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는 경고는 계속 나왔다. 세계 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약 5000만 명의 치매 환자가 있으며,  매년 거의 1000만 명 이상이 새롭게 치매 진단을 받는다. 치매 진단의 60~70%는 알츠하이머다.

치료법은 아직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정기적인 운동, 금연, 알코올 섭취 제한 등으로 치매 위험을 줄이거나 약물로 발병을 늦추는 방법만이 제시되고 있을 뿐이다. 건강한 식단을 섭취하면 치매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트랜스 지방 섭취를 줄이는 것도 포함된다.

인체는 트랜스지방을 따로 구분할 수 없어 포화지방으로 취급하는데, 트랜스 지방이든 포화 지방이든 다량 섭취하면 위험하다. 불포화지방은 트랜스지방이나 포화지방을 줄이는 훌륭한 대안이며 심장 건강은 물론 뇌에도 좋다. 단일 불포화지방은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 위험과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며 건강한 혈류를 촉진해 뇌 기능에 도움이 되고 학습 및 기억 능력, 신경 전달 물질 생성 등을 증가시킨다. 불포화지방은 등푸른생선이나 견과류 등에 많다.

등푸른 생선 등에서 발견되는 오메가3 지방산은 뇌세포를 포함한 체세포 주변에 막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 오메가3는 뇌 뉴런의 구조를 향상하고 혈류를 개선해 뇌 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