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오는 30일부터 오픈뱅킹 시대가 열린다. 특정은행이 보유한 금융정보에 외부 핀테크 기업 및 은행이 접근할 수 있는 가운데, 은행과 핀테크 기업 모두 각자의 상황에 따른 이해득실을 따지느라 여념이 없다.

▲ 오픈뱅킹 시대가 열린다. 출처=갈무리

기존금융과 핀테크가 뒤섞인다
오픈뱅킹은 말 그대로 은행 계좌 및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는 방식이다. 고객은 특정 은행앱에서 다른 은행의 앱으로 계좌를 조회하거나 송금할 수 있으며 일부 핀테크 기업도 은행의 정보를 공유하며 다양한 서비스를 진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이 신한은행 앱으로 국민은행 계좌의 잔액을 확인할 수 있고, 송금도 할 수 있다. 주거래 은행이라는 개념이 사라지는 셈이다.

오픈뱅킹은 KB국민·IBK기업·NH농협·신한·우리·KEB하나·BNK경남·부산·제주은행 등 9개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30일부터 시범운영되며 12월에는 인터넷전문은행을 포함해 은행 18곳, 나아가 핀테크 기업도 참여한다.

현재도 오픈뱅킹은 가동되고 있다. 다만 은행 결제망에 접근할 수 있는 기업은 연매출 1500억원 이하의 기업으로 한정되어 있고 가장 중요한 결제망은 서로 공유되지 않기 때문에 유명무실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30일부터는 본격적인 오픈뱅킹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오픈뱅킹은 아직 국내에 생소한 개념이지만 외국에서는 점진적으로 추진되는 중이다. 실제로 영국의 경우 지난해 1월부터 본격적인 오픈뱅킹 실험에 나서고 있다. 영국 내 오픈뱅킹 API건수는 지속적으로 늘어나 올해에만 1억1050만건을 기록하는 등 시장에 안착하는 분위기다. 국내에서는 이에 착안해 오픈뱅킹의 큰 그림을 그렸으나 정부가 중심이 되어 상호연동성을 더욱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금융결제원이 오픈뱅킹 신청을 받은 153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자본 규모가 20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이 88곳에 달할 정도로, 이번 정책은 다양한 사업자들이 참여한 것이 특징이다. 업계에서는 오픈뱅킹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다양한 서비스의 등장으로 핀테크 생태계 전반의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본다.

▲ 오픈뱅킹 시대가 열린다. 출처=갈무리

치열한 전쟁
오픈뱅킹은 최초 기존 은행업계에 불리할 것으로 예상됐다.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고유의 API를 외부에 공개하는 순간, 시장 장악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의 등장으로 은행들이 핀테크 사용자 경험에 집중하며 전반적인 ICT 사용자 경험 수준은 올라왔으나, 은행의 강점인 API를 외부에 공개한다는 것을 두고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특히 토스 및 다양한 핀테크 기업들이 기존 은행권을 위협하며 이러한 분위기는 더욱 증폭됐다.

이러한 분위기는 최근 180도 달라지고 있다. 오픈뱅킹을 통해 핀테크 기업들이 은행의 API를 받아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나, 기존 은행들도 이에 맞춰 스스로의 강점을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기존 은행들은 막대한 자본을 움직일 수 있고 오랫동안 축적한 고객 및 데이터가 있다. 그 일부를 외부에 공개해야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은행과 은행사이의 장벽도 허물어지기 때문에 ‘정보의 공유에 따른 우려’가 마냥 ‘독’은 아니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나아가 핀테크 시대가 열리며 기존 은행들도 대거 혁신을 위한 행보에 나서는 한편 일정정도 성공을 거둔 장면도 눈길을 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의 정보를 공유한다는 것이 우려스럽다는 분위기도 있다”면서도 “기존 핀테크 기업과 한 번 부딪쳐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미 합종연횡도 활발하게 벌어지는 한편 자체 경쟁력 강화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우리은행은 뱅크샐러드의 레이니스트와 협력해 데이터 경쟁력을 키우고 있으며 신한은행은 모바일 뱅킹 쏠을 개편하고 있다. 여기에 다양한 은행들은 각자의 고객들을 잡는 한편 새로운 고객을 창출하기 위해 마케팅까지 동원한 총력전에 나서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오픈뱅킹 시대가 열리면 은행과 은행, 은행과 핀테크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한편 전체 핀테크 생태계의 외연 확장이 벌어질 것으로 본다. 모든 API가 열리는 상황에서 주고래 은행의 개념은 사라지겠지만, 자주 사용하는 앱 플랫폼은 남기 때문이다. 이 경쟁에서 승리하면 사실상 시장을 좌우할 수 있는 ‘최강 플랫폼’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