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에게 ‘기타’는 로망이다. 10대에게는 동경이고, 40대 중년에게는 추억인 것이다. 서정실 씨에게 기타는 인생이다.

학창시절 로망이 인생을 함께하는 친구가 된 것이다. ‘찾아가는 희망의 소리’로 대중에게 친숙한 그가 이번에는 프란체스카 타레가 100주기와 고전기타 동아리 오르페우스 40주년을 기념한 연주회를 통해 무대에 오른다.

“기타는 원시적인 악기예요. 수백 년간 기본적인 모습을 유지하고 있거든요. 사람들에게 기타는 심정적인 부분이 가장 크죠. 사람의 품 안에 들어와 살과 살을 맞대는 교감을 만들어내는 악기거든요.”

서정실 씨는 기타가 다른 악기에 비해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이유는 바로 ‘교감’이라고 말했다. 어디든지 음악을 원하는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사람에게 다가가는 악기라는 것이다.

“제가 기타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과연 지금 같은 인생을 살 수 있었을까 생각합니다. 대개 피아노나 오보에, 바이올린 등을 다루는 사람들은 이른바 ‘중매 결혼’인 경우가 많거든요.

어릴 때부터 주변의 강요로 시작해 이제는 비즈니스 관계가 된 경우죠. 저는 기타와 애절한 연애 결혼을 한 경우예요. 대학 시절 동아리에서 배웠던 기타가 좋아 무작정 유학길에 올랐을 정도로 맹목적이었죠.”

서정실 씨에게 기타는 음악을 하기 위한 도구였다. 연세대 화학공학과에 입학했던 그는 고전기타 동아리 ‘오르페우스’에서 배웠던 기타가 좋아 무작정 유학길에 올랐다.

당시 기타를 학문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었는데 연대에 공연을 위해 내한했던 미국의 기타학과 교수들을 보면서 기타로 유학을 갈 수도 있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고.

대학 중퇴하고 미국 유학
주변에서는 음악은 취미로 하는게 어떠냐고 만류했다. 하지만 ‘아들이 소주공장 구석에서 울면서 기타를 치며 살았으면 좋겠습니까’라는 그의 한마디에 만류를 그만두셨다고.

억장은 무너지셨겠지만 아들이 평생 후회하기를 원치 않았던 부모의 마음이었다.
피아니스트인 아내와 서정실 씨는 ‘찾아가는 희망의 소리’와 ‘위드뮤직’을 운영하고 있다.

‘희망의 소리’는 찾아가는 음악회를 위해 직장인, 학생 등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직접 현장으로 찾아가고 있다. 또한 ‘위드뮤직’은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기치로 음악을 통해 성장하는 아이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바람이 만들어낸 성과물이다.
특히 욕지도 연주회는 잊을 수 없는 공연 중 하나다.

“욕지도에 처음 생긴 도서관 개관을 기념한 페스티벌이었어요. 4~5살 어린아이에서부터 주둔해 있는 해군까지 좀처럼 접하기 힘든 공연을 보기 위해 지역주민들이 생각보다 많이 모여 자리가 부족했거든요.

그래서 무대 바로 앞에서 옹기종기 모여 악보대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을 마주보며 공연을 했어요.”

당시 작은 강당에 울려퍼지는 클래식기타의 선율을 귀기울여 듣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보람을 느꼈다고.

이번에 서정실 씨는 ‘마에스트로의 추억’이란 공연을 들고 대중에게 찾아왔다. 프란체스카 타레가 100주기와 고전기타 동아리 오르페우스 40주년을 기념한 공연이다.

프란체스카 타레가는 기타가 대중에게 다시 자리매김하는 계기를 만든 음악가다. 기타가 다른 악기와 대형 오케스트라로 인해 뒷방으로 밀려났을 때 기존방식을 탈피한 색채의 연주로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앞으로는 음반을 출시해 대중에게 다가가는 클래식기타리스트가 되고 싶어요. 사람들은 기타를 잘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관심 갖지 않거든요, 대중들이 알지 못하는 기타의 다양한 모습을 알리고 싶습니다.”

오희나 기자 hno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