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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동진 칼럼 : CEO만 보세요] 그저 그런 리더는 지껄이고, 위대한 리더는 가슴에 꽂힌다
   

소통은 한번이 아니라 소통될 때까지 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단합대회니 극기훈련 같은 것이 참 많았다. 회사나 단체에서 일반적인 교육을 하더라도 그런 프로그램 한 두 개 정도 넣어서 경험을 쌓게 했다. 가령 사람 키 높이 정도의 단에 올라가서 눈 감고 뒤로 넘어지면 단 아래 팀원들이 힘을 모아 받쳐주는 것 같은 것이 생각난다.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단 위에 올라서서 안대를 하고 있으면 알 수 없는 공포가 온 몸을 휘감는다. 팀원들이 잘 받쳐줄까 하는 의심의 마음도 생기기 마련이어서, 그런 작은 시도를 통해서 팀원들과의 끈끈한 단합심도 생긴다.

얼마 전에 TV예능 프로그램에서 비슷한 것을 봤다. 출연자들이 템플스테이를 하며 심신 수양을 하는 차에 야트막한 언덕길을 눈 감고 가는 것이었다. 등장인물 13명 중에서 맨 앞에서 인도하는 사람만 눈을 뜨고, 나머지 12명은 안대를 하고 앞 사람 어깨에 손을 올리고 길을 가는 것이었다. 보면 볼수록 그들의 바보 같은 행동에 폭소가 터졌다. 이미 좀 전에 걸어 왔던 길이고, 경사라고 할 것도 없는 평탄한 길을 가면서도 안대를 한 사람들은 계속 불안해 하고 제대로 된 걸음을 걷지도 못했다. 작은 돌부리 하나도 어쩔 줄 몰라 했고, 비명을 질러대며, 대열은 갈짓자 행보를 반복했다.

처음에 선두에 섰던 사람이 제대로 안내를 못하는 것 같아서 중간쯤에 다른 사람으로 교체하자 사람들은 더 불안에 떨게 됐고, 급기야 발목 정도 깊이 밖에 되지 않는 길 옆 수렁에서 사람들은 허우적댔다. 불과 2~300미터 정도의 길을 한참 만에야 겨우 갔는데, 목적지에 도착해서 안대를 벗고, 뒤돌아 보고서는 허탈해 했다. 암흑 속에서 그렇게 무섭고 불안해 하며 왔던 길이 지극히 평탄했던 길이라는 것을 보고는 배꼽들을 잡았다.

 

어디로 어떤 길을 가는 지 모르며 끌려가면 힘만 들어

아마도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이면 다들 알 것이다. 특히 야간 행군을 하다 보면 행렬의 맨 앞은 정상적인 속도를 유지함에도 불구하고 후미에 있는 사람들은 허겁지겁 달려가기 일쑤다. 어떤 때는 앞에서부터 정체가 되어 기다려야 하고, 또 어떤 때는 벌어진 간격을 메우기 위해서 전력질주를 해야 한다. 혹시나 해서 행군 초반에 선두에 섰던 병력을 후미로 돌리고, 후미 병력을 앞으로 세우면 지옥이 따로 없어진다. 앙갚음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선두가 약간만 잰 걸음으로 가면, 긴 행렬의 중간 이후부터는 따라잡기 위해서 숨을 헐떡이며 달려야 한다. 그러다가 선두가 속도를 조금 늦추면 후미는 멈춰 서서 앞쪽 병력들이 빠지기를 기다려야 한다.

중간 이후의 병력들은 왜 이런 일이 생기는 지, 그리고 행군하는 길의 지형지물이나 주변 상황들은 전혀 알지도 못한 채 끌려가기만 해서, 늘 쉬이 지쳐버린다. 훈련이 아니라 부대간의 앙심만 생겨서 다툴 일만 생기게 된다. 노련한 중대장은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중간중간 연락병을 둔다. 길의 상황을 뒤쪽 병력이 알 수 있도록 미리 알린다. 전 병력이 상황을 제대로 알 수 있도록 소통하는 것이다. 오르막길이 보이면 중간중간에 연락병들이 ‘오르막길’이라고 외쳐서 맨 뒤까지 즉각적으로 길의 상태를 인지하게 한다.

그 결과 소통 하나로 허둥지둥하는 일이 사라진다. 전 병력이 마지막까지 쌩쌩하다. 임무를 완수하게 된다. 군대는 이동이 목적이 아니라 이동한 후 작전을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 소통의 힘이다. 안대를 하고 앞 사람 어깨에 손을 올리고 가던 그 대열에서도 맨 앞 사람이 세세한 상황을 뒷사람들에게 제대로 알렸다면 그렇게 불안해 하지 않았을 것이다. 눈을 감고 나면 평소 익숙한 계단 하나도 제대로 걸어가기가 버겁다. 작은 돌부리 하나도 엄청난 장애물이 된다. 하지만 선두에 선 사람이 가는 길의 상황을 제대로 알려주면 뒤따르는 사람들도 잘 갈 수 있다. 미리 준비하게 된다.

개그맨들의 단골 소재 하나가 각 지방 사람들의 독특한 어투다. 경상도 사람이라고 해서 꼭 말을 억세게 하거나, 충청도 사람이라고 모두가 말을 느리게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그런 특징들을 잘도 묘사한다.

오랜만에 토크쇼에 등장한 한 충청도 출신의 중년 개그맨에 출연자들이 입을 모아 에피소드를 얘기했다. 잉꼬부부였는데, 결혼한 지 4년만에 부인이 그 개그맨에게 화를 냈다고 한다. 그 이유가 김치찌개가 먹고 싶다고 말을 해주면 될 것을 꼭 “신 김치가 있나?”라고 애둘러서 물어본다는 것이었다. 여름에는 “덥지 않니?”라고 주위에 물어본다는 데, 그러면 사람들은 에어컨을 켜든지 선풍기를 돌리든지 법석을 피우게 되는데, 정작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덥지 않니?’라는 물음을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로 해석하는 데에 한참이나 걸렸다고 입을 모았다.

그는 기획사 대표로 있기에, 소속 연예인들은 그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데, 정작 그는 자신이 그렇게 답답하게 표현을 하는 줄을 몰랐다고 한다. 자신의 딸이 자신과 똑 같이 자기에게 표현하는 답답함을 겪었을 때에야 비로소 알게 됐다는 것이었다.

어찌 보면 회사생활이라는 것도, 안대를 하고 앞사람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험난한 길을 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업무라는 것이 각 사업부와 팀 단위 거기에 개개인 별로 잘게 쪼개져서 할당이 되는 것이기에, 그 파편화된 각각의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이런 파편들이 전부 모인 큰 그림을 파악하기란 불가능이다. 그래서 위에서는 ‘덥지 않냐?’고 물어보지만, 정작 누구도 정답은 ‘아이스크림’이라고 할 줄을 모르는 것과 같다.

 

지시는 많은데, 정작 성과는 나지 않는 이유

수시로 위에서 이렇게 하라거나 저렇게 하라는 지시가 내려오는데, 왜 이렇게 해야 하는 지는 알지 못한 채, 그냥 눈 앞의 일만 처리하게 된다. 모두가 다들 열심히 일을 하기는 하는 것 같은데, 회사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매번 삐거덕 거리기만 할 뿐이다. 왜, 어떻게 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고 그냥 재촉만 당할 뿐이다. 눈 감고 가는 길에 계단이 있는 지 돌부리가 있는지는 가다가 넘어져 봐야 알 수 있다. 말은 많지만 정작 가슴에 와 닿는 말은 전혀 없기에 방향 감각을 잃어 버리게 된다.

정작 제대로 알아야 할 것들은 알려주지 않은 체, 열심히 한 일에 대해 흠집만 내고 타박만 돌아올 뿐이다. 영감을 주거나 지원을 해 주는 것이 아니라, 압력을 넣어서 어쩔 수 없이 거기에 맞추도록 관리를 한다. 일 하는 사람의 재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세한 것까지 간섭하고 관리하고, 과도하게 통제하려 든다. 또 통제를 하기 위해서 전체적인 관련 정보는 공유하지 않으려 하고 파편화된 지시만 일 삼는다.

조직원들이 백 번 잘 한 것은 잊어버리면서, 단 한 번 잘못한 것은 절대로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몇몇 구성원들의 희생적인 노력에 힘입어 성과가 나오면 자신이 잘 판단해서 지시한 것이고, 문제가 생기거나 실패로 돌아가면 그 구성원 탓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점점 책임질 만한 일이 있으면 회피하거나 내버려 두게 되고, 타인의 공을 깎아 내리게 된다.

특히나 회사가 위기에 몰렸을 때 조력자인 척 하다가 등에 칼을 꼽기도 하는데, 의외로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 그 회사에서 인정을 받거나 꽤 높은 직급의 소유자일 경우가 많다. 외부의 적들을 맞아 싸우기도 벅찰 때에 내부 총질로 조직을 망가뜨리는 자들이 인정 받는 조직이라면 보지 않아도 뻔하다. 그리고 처음부터 제대로 된 소통이 없었기에 일을 한참 하다가 어느 정도 완성단계에 들었을 무렵에 ‘일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하는 일도 많은데,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사람들이 실패하게 만드는 꼴이다.

예전에 총선을 앞둔 어느 날이었다. 회사가 있는 지역구에 출마한 한 국회의원 후보자가 회사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보수성향의 정치인이었는데, 회사의 CEO와 제법 안면이 있는 듯 했다. 마치 자기도 이런 정치인과 네트워크가 있다는 것을 자랑이라도 하려는 듯, 회사 임원들을 도열시켜서 인사를 시켰고, 일장 연설을 늘어놨다. 급기야는 한창 제조 라인이 가동 중임에도 불구하고 공장 안으로 함께 들어가서 라인작업중인 직원들에게도 인사를 시켰다.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어떻게 말릴 수도 없어, 뒤따르며 직원들의 반응을 살폈다. 아니나 다를까 악수하자고 내미는 그 정치인을 거들떠 보지도 않거나 손을 뿌리치는 사람도 있었다. 속으로 정치적인 성향이 제 각각이니 그럴 수도 있는 거지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으나, 그 CEO는 그것을 마음속 깊이 새겨두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 다음 번에 전임직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된 월례조회 시간에 그 일을 꼬집어 말하며 불쾌한 감정을 그래도 드러냈다. 일장 훈계는 말할 것도 없었다.

조회를 마친 직원들이 수근수근 댔다. 뭐라고 대화를 나누는 지는 굳이 가서 들어보지 않아도 훤히 짐작이 되고도 남았다. 부모와 자식 간에도 정치적인 성향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는데, 신성하게 일하는 직장을 정치선전의 장으로 만든 것에 대한 불만이었다.

제대로 된 조직과 그렇지 못한 조직은 조직의 리더가 말을 할 때 받아들이는 조직원들의 태도만 보더라도 바로 알 수 있다. 듣는 사람의 표정만으로는 리더의 말을 받아들이는 지 아니면 거부하는 지는 알 수 없지만, 경청의 자세 그리고 무의식 중에 나타나는 행동들, 입 꼬리가 위로 올라가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지 아니면 입 꼬리가 아래로 내려가면서 가로 젖는 지에서 나타난다.

제대로 된 리더와 그렇지 못한 리더의 차이는 한 순간에 결정 나지 않는다. 직원을 소중하게 여기고 개방적이고 공정하며 진실한 마음으로 대해 나간다면 누가 뭐라 하지 않더라도 경청하게 된다. 직원들에게 많은 말을 하는 리더, 끊임없이 직원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면서 간섭하는 리더가 있다. 듣는 사람들이 받아들일 마음이 전혀 없는데도 끊임없이 자신의 생각을 주입시키려 하는 것은 그냥 지껄이는 것이나 다름없다. 직원들의 마음에 꽂히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침묵보다 못하다.

구동진 칼럼니스트·홍보인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19.11.12  07: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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