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전현수 기자] 카카오가 25일 판교 사옥에서 뉴스 및 검색 서비스 개편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다음 포털 자체를 두고 ‘중요한 결단’이 나올 것이라는 말이 나왔으나, 일단 사회적인 문제로 부상하고 있는 뉴스 댓글 정책을 개편하는 한편 실시간 이슈 검색어의 올바른 활용으로 가닥을 잡는 분위기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되고있는 실시간 검색어 정책에서 파격적인 전략을 준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구독 중심의 새로운 콘텐츠 플랫폼 개발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 여민수 조수용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전현수 기자

연예 뉴스 댓글 폐지

여민수, 조수용 카카오 대표는 카카오의 새로운 플랫폼 정책을 발표하며 뉴스 댓글 개편이라는 카드를 빼들었다. 플랫폼은 다르지만, 최근 여성 연예인인 설리씨가 악성 댓글로 피해를 입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등 ‘댓글 문화’ 전반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연예 섹션의 댓글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두 대표는 “연예 섹션의 댓글을 폐지하고 인물 키워드에 대한 검색어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연예 섹션 뉴스 댓글란에서 벌어지는 인격 모독 수준은 공론장의 건강성을 해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관련 검색어도 “사생활 침해와 명예훼손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경쟁사 네이버의 경우 드루킹 사태를 기점으로 정치 섹션의 댓글을 폐지한 상태다. 이 지점에서 카카오는 많은 사람들이 과도한 관심을 보이는 연예 섹션의 뉴스 댓글을 폐지해 확실한 공론의 장을 펼친다는 각오다.

댓글 정책은 비단 연예 섹션 댓글 폐지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카카오는 기술적으로 댓글 알고리즘을 고도화시키는 한편 인격모독성 등의 표현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법적인 조치도 염두에 둔다는 뜻이다. 나아가 검색어를 제안하고 자동 완성시키는 서제스트도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구축한다고 밝혔다.

▲ 토스 행운퀴즈가 보인다. 출처=갈무리

카카오의 결단

실시간 이슈 검색어에 대한 개편도 나왔다. 다른 이용자들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알 수 있게 하려는 본래의 방향성을 살리겠다는 방침이다. 카카오의 이러한 방침은 네이버를 중심으로 실시간 검색어(현 급상승 검색어)가 논란의 중심에 선 것과 관련이 있다. 

최근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는 정상적인 검색어들이 올라오는 것이 아니라, 특정 기업의 마케팅 용도로 활용되는 검색어들이 다수 등장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실제로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에는 비바리퍼블리카의 토스 및 캐시슬라이드의 퀴즈 이벤트가 상당히 많이 올랐다. 미중 경제전쟁이 벌어지고 한국과 일본의 치열한 기싸움이 벌어지는 등 국내외 주요 현안들이 다수 등장했음에도 이들 기업의 퀴즈 이벤트는 실검 최상단을 자랑하며 승승장구했다.

토스와 캐시슬라이드 등의 퀴즈 이벤트가 중요한 사회적 함의나 논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들이 공론의 장이자 여론 향배의 바로미터로 진화한 포털에서 실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말 그대로 '돈의 힘'이다.

▲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추이. 출처=의원실

이들은 특정 퀴즈를 내며 창 하단에 네이버 검색창으로의 링크를 걸어둔다. 그리고는 퀴즈를 맞추는 사람에게 선착순으로 현금처럼 사용이 가능한 포인트를 제공한다. 자연스럽게 사람들은 퀴즈 이벤트가 열리는 정해진 시간에 퀴즈를 풀려고 링크를 따라 네이버로 들어가고, 반복된 검색어를 올리면 자연스럽게 해당 단어는 실검에 오르며 마케팅 효과를 창출하게 된다.

관련된 논란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현황을 조사한 결과 무려 80%가 기업 마케팅 광고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실제로 김 의원이 1일부터 19일까지 매일 15시 기준 네이버 실검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 실검 1위 19개 중 15개(78.9%)가 기업의 상품 홍보를 위한 초성퀴즈 이벤트인 것으로 드러났다. 분석 대상이 된 전체 380개의 키워드 중 96개(25.3%)가 기업 광고로 집계됐다는 점도 부연했다. 이용자에게 뉴스이자 정보로 인식되는 포털 실검에서 기업 광고가 4개 중 1개 비율로 뒤섞여 있는 셈이다.

김성태 의원은 “네이버 등 포털이 온라인 뉴스 이용점유율의 89.3%나 차지하는 상황에서 국민은 사실상 포털을 언론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특히, 이용자는 포털이 제공하는 실검을 통해 사회적으로 시급하고 꼭 알아야할 정보 획득을 기대하고 있는 반면, 최근 실검은 사실상 기업 광고로 도배되어 상품 구매 링크 기능을 수행하고 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네이버가 실검의 상업화에 지나치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김성태 의원은 “네이버야말로 실검 마케팅의 정점이자 수혜자로서 기업의 실검 활용 영업을 방치하는 것을 넘어 사실상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지적은 결국 실시간 검색어 폐지론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최근 정치적 진영싸움도 논란에 불을 지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논문 및 사모펀드 운용과 관련된 논란이 커지며 여야가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는 사이 이와 관련된 상반된 실검이 치열한 순위싸움에 나섰기 때문이다. '조국 힘내세요, 조국 사퇴하세요'가 각각, 혹은 동반으로 실검 순위를 장악했으며 나아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관련된 '나경원사학비리의혹'이 실검으로 등장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일부 진영과 기업의 마케팅으로 실시간 검색어가 출렁인다는 것은, 결국 포털의 절대적 이용자들의 숫자가 많이 줄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렇듯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가 기업 마케팅의 장으로 변질된 가운데, 일부 언론도 공범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일부 언론들은 사기업의 마케팅으로 인한 실검 급상승이 이어지면 이를 그대로 카피해 기사로 송고, 트래픽을 확보하는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실검을 보며 기사를 급하게 작성해 트래픽을 얻으려는 '얄팍한 수'가 사기업의 마케팅을 도와주는 역할도 하는 셈이다. 

결국 사기업의 과열된 마케팅, 나아가 화력전을 통해 실검이 조작되고 넷심의 향배가 출렁이면서 이를 비판하는 일부 언론은 여전히 뒤에서 '트래픽 장사'를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화력전을 통해 넷심을 조작하려는 이들의 의도는 더욱 크고 강해지며, 다시 새로운 논란의 확장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실시간 검색어의 변질과 일부 언론의 동조, 이러한 지적이 실시간 검색어 정책 회의론으로 번지는 상황이다. 이 지점에서 카카오의 실시간 이슈 검색어 전략도 이러한 실시간 검색어 폐지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추이. 출처=의원실

카카오가 네이버보다 더 강하게 나온 이유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실시간 검색어 때문에 융단폭격을 당하고 있으나 사실상 ‘버티는’ 장면과, 카카오가 실시간 이슈 검색어 전략을 바꾸는 장면에 주목하고 있다. 사실 실시간 검색어에 따른 폐혜는 검색 점유율로 보면 네이버의 폐혜가 더 크다. 그러나 네이버는 실시간 검색어 정책에 당장 변화를 줄 생각은 아니다. 본연의 가치를 지키며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는 수준이다.

실시간 검색어 정책에 엄청난 비판이 쏟아져도 네이버가 버티는 이유는, 현재 네이버가 소상공인을 위한 스몰 비즈니스 정책을 자사 플랫폼 전략의 핵심으로 두고있기 때문이다. 일부 부작용은 있으나 사람들의 트렌드를 빠르게 읽을 수 있는 포털의 지위를 포기하면, 네이버가 지금 추진하는 생태계 전략은 뿌리부터 흔들린다. 네이버가 어떻게든 실시간 검색어의 부작용을 걷어내는 수준에서 소극적 대응에 나서는 이유로 풀이된다.

다만 모바일 메신저를 기반으로 하는 카카오는 네이버와 플랫폼 전략이 다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유연하게 실시간 이슈 검색어 개편에 나설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카카오는 실시간 서비스 폐지를 비롯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한편 카카오는 뉴스 서비스 개편에 나선다는 방침도 세웠다. 구독 기반 중심의 새로운 콘텐츠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으며 해당 플랫폼에는 댓글 서비스를 아예 폐지하거나, 언론사가 콘텐츠 전권을 가지는 방향이 고려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