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대영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으로 627일 만에 법정 출석하는 가운데, 또다시 몸을 낮추며 고개를 숙였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10분 뇌물공여를 비롯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가법) 상 횡령, 특경가법상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 은닉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모두 5가지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 등 삼성 관계자 5명에 대한 파기환송심 첫 공판을 진행한다.

이 부회장은 재판이 시작되기 전 9시30분 경 서울 서초구 법원종합청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현장에서 이 부회장은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죄송하다"라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이 부회장은 취재진의 다른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고 법정으로 향했다.

이는 대법원이 지난 8월 29일 서울고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낸지 약 두 달만이며, 이 부회장은 627일만에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7년 8월 1심 재판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으나, 지난해 2월 항소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받고 풀려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8월 2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부회장 등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번 공판의 주요 쟁점은 뇌물에 대한 법리적 해석이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삼성 경영 승계 및 지배구조 개편 등을 도와달라고 청탁을 하고, 그 대가로 총 298억2535만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부회장 등은 이날 법정에서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것 자체가 부당하다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대법원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에 대한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점을 배경으로 압박 수위를 높일 전망이다.

이날 재판부는 이례적인 발언을 이어갔다. 재판부는 심리에 앞서 "이 사건은 재벌총수 재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저지른 범죄"라며 "심리 중에도 당당히 기업총수로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해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어 재판부는 공판이 끝날 무렵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당시 만 51세 이건희 총수는 낡고 썩은 관행을 버리고 사업의 질을 높이고자 이른 바 '삼성 신경영' 선언을 하고 위기를 과감한 혁신으로 극복했다"며 "2019년 똑같이 만 51세가 된 이재용 삼성그룹 총수의 선언은 무엇이고, 또 무엇이어야 하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