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한국은행이 24일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을 발표하며 461조6131억원이라고 밝혔다. 전 분기 대비 0.4% 늘어나는 것에 그치며 국내 경제에 ‘경고등’이 들어왔다는 평가다. 3분기 성장 쇼크로 올해 경제성장률은 1%로 주저앉을 가능성이 유력해졌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국정감사에서 “현재로서는 올해 2% 성장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 성장률이 2% 밑으로 떨어진 건 제2차 석유파동 때인 1980년, 외환위기가 기승을 부리던 199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후 네 번째다.

국내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져 ‘D의 공포’와 직면한 가운데 수출을 책임지는 전자업계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반도체 업황 악화가 심각하다.

삼성전자는 8일 3분기 잠정실적으로 매출 62조원, 영업이익 7조700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2분기 대비 17% 올랐으며 매출은 4분기만에 60조원으로 복귀하는 등 호실적을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 화성 반도체 라인이 보인다. 출처=삼성

문제는 반도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3분기 반도체 사업에서 큰 힘을 쓰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정상 제고를 유지할 정도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현상은 상당부분 개선된 것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가격 하락세다. 특히 D램의 경우 가격 하락세가 심해지고 있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당분간은 업황 악화의 그늘을 피할 수 없다는 점도 중요하다. 업계에서는 4분기까지 현재의 업황 악화가 이어진 후 내년 상반기는 되어야 반등의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소비 위축과 중국의 공세도 리스크다.

SK하이닉스도 신음하고 있다. 24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매출 6조8388억원, 영업이익 4726억원, 당기순이익 4955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이 각각 40%, 93%, 89% 감소한 수치다. D램은 모바일 신제품 시장에 적극 대응하고 일부 데이터센터 고객의 구매도 늘어나 출하량이 전분기 대비 23% 늘었으나 가격 하락세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낸드플래시는 출하량 자체가 떨어지고 있다.

디스플레이 산업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LG디스플레이는 23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매출 5조8217억원, 영업손실 4367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3분기 연속 적자다. LG디스플레이는 OLED로의 전환이 필수다. 대형 OLED로의 전환을 위해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해 조직 슬림화에 나서는 한편, 전체 OLED 진영을 키우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분위기다. 유사 조직을 통합하고 단순화하는 등의 조직 슬림화를 단행해 전체 임원 및 담당 조직의 약 25%를 감축하는 등 필사적인 다이어트에 나서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정호영 사장이 등판한 상태다. 심지어 문제는 시간이다. LCD에서 OLED로의 체질전환이 매끄럽게 이어지는 기간 LG디스플레이의 재무적 체력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LG디스플레이 3분기 주요 재무지표는 부채비율 161%, 유동비율 101%, 순차입금비율 74%로 썩 좋은 상황이 아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상대적으로 상황이 좋은 편이다. 중국‘발’ LCD 시장 교란은 피할 수 없지만 중소형 OLED 시장에서 막강한 점유율을 지키고 있어 기초체력이 탄탄하다는 설명이다. 대형 프리미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는 QD 디스플레이로의 전환을 노리며 QLED를 중저가로 돌리는 유기적인 전략도 타진된다.

스마트폰 업계는 정중동이다. 삼성전자는 상반기 갤럭시S10, 하반기 갤럭시노트10을 출시하는 한편 5G 전략을 중심으로 갤럭시 폴드까지 성공적으로 출시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3분기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M부문에서 2조원 후반 수준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갤럭시노트10을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확대,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 2분기 IM부문에서 1조56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가운데 약 30%의 성장세다.

▲ 갤럭시노트10이 보인다. 출처=삼성

삼성전자 스마트폰 시장 공략은 인도와 같은 신진시장에서도 두각을 보이고 있다. 3일 삼성전자 인도법인은 시장조사업체인 GFk를 인용해 현지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72%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중국 샤오미에 밀리고 있으나,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인도에 강력한 경쟁력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 증명됐다.

LG전자 스마트폰 전략도 가동되고 있다. 새로운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LG V50S 씽큐가 전격 등판한 가운데, 측면지원없이 사실상 기술력과 사용자 경험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할 계획이다.

문제는 스마트폰 시장 전체의 업황 악화다. 전체 시장이 역성장을 거듭하는 가운데 영업이익률마저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된 다양한 가능성 타진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