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미래전략(2020)>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미래전략연구센터 지음, 김영사 펴냄.

올해도 미래보고서가 나왔다. 통산 여섯번 째 문술리포트다. ‘미래전략 2020’은 ABCD(인공지능, 블록체인, 클라우드, 데이터) 기술이 도입기를 지나 ‘혁신 폭발기’에 진입한 것에 주목한다. 이에 따라 “2020년은 기술과 인간이 ‘연결’을 넘어 ‘융합’의 단계로 진입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문술리포트는 매년 “기술 발전은 인간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기술과 인간의 공진화(共進化)를 이루자는 말이다. 이번에도 기술 경쟁에서 앞서나가고 신산업의 기회를 잡되 그에 따르는 기술의 ‘그림자’에 대해서도 경계심을 갖자고 말하고 있다.

2020년 10가지 핵심 키워드는 다음과 같다.
ㆍ 생명공학과 헬스케어 산업: 유전자 정보가 빅데이터의 핵심이 된다.
ㆍ 기후 변화와 지구공학: 기술로 기온 상승을 막을 수 있을까.
ㆍ 증강현실 도구의 발전: 증강휴먼과 ‘눈치 있는 인터페이스’가 도래한다.
ㆍ 드론의 확산: 농업·인터넷·교통에 활용. 테러리스트에 해킹되면 인명살상 무기가 될 수 있다.
ㆍ 인구감소와 고령화: ‘출산율 0명대’ 시대, 극복 아닌 적응이 필요하다.
ㆍ 문화 지체: 인스턴트 지식과 실용 기술은 범람하지만 성찰적 지식과 인문학은 줄어든다.
ㆍ 소유의 종말: 공유사회는 소유에 기반한 자본주의 체제의 근간을 위협한다.
ㆍ 노인의 역할 변화: 돌봄의 대상에서 소비 시장의 주체로 변하며, 노년 서비스 시장이 커진다.
ㆍ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디지털 거버넌스: 정책전문가 그룹이 정당의 주역이 되고 정당은 시민의 의사를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온라인 형태로 전환된다.
ㆍ 교육의 혁신 방향: 커넥티드 러닝을 통한 지능형 맞춤 학습, 컴퓨팅 사고력을 높이는 ICT 교육이 중요하다.

◇트랜스 휴먼시대=인공지능, 블록체인, 뇌공학, 유전자 편집 기술, 증강현실 등 디지털 전환의 주요 기술들이 인간의 몸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스타트업 ‘뉴럴링크’를 창립한 일론 머스크는 “2020년 인간 두뇌와 컴퓨터를 연결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뇌에 마이크로 칩을 이식해 기억력, 수학능력, 감정을 조절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공유경제에서 공유문화로=공유경제가 일상으로 확대되어 공유문화로 진화하면 자본주의를 위협할 수 있다. 자본주의의 근간은 ‘사적 소유’에 있다. 그러나 이제 ‘구독’이라는 형태로 콘텐츠와 지식까지 공유한다. 앞으로는 일과 여가의 경계마저 모호해지면서 공유 공간은 취향별로 세분화되고,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끼리 모이는 문화가 증대될 것이다. 독서, 여행, 요리, 음악 등 다양한 영역에서 같은 취향과 경험을 공유하는 커뮤니티들이 여기에 속한다.

◇저출산에 적응하라=중요한 것은 저출산의 장기적 추세다. 국내 인구 변천이 자연 감소 단계로 들어서고 있다. 출산을 가장 많이 하는 30~34세 여성 인구도 줄어들었다. 여기에 경제적 여건과 문화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책 개입을 통해 초저출산 현상의 구조적 변화를 꾀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극복’이 아닌 ‘적응’의 관점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