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글로벌 임상 3상에서 신약 허가를 위한 데이터 도출에 실패하거나 탑라인 데이터 발표를 번복하는 등 바이오텍 투자와 관련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전문적인 데이터에 따라 투자 전략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투자자에게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펼쳐진 셈이다.

업계에서는 데이터 도출 실패에 대해 ‘실패’라고 단정적으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가혹하다는 말이 나온다. 벤처캐피탈(VC), 증권사 애널리스트, 바이오텍 관계자 등이 모여 업계 동향 등에 대해 공유하는 컨퍼런스에서 최근 논란 중인 바이오텍에 대한 다양한 토론이 이어지는 이유다.

실제로 최근 개최된 투자 컨퍼런스에서 한 애널리스트는 “신약 개발 시 확인할 수 있는 과학적 성과와 신약 허가 절차는 구분돼야 한다”면서 “개발 중인 신약후보물질이 임상에서 유효성과 안전성을 나타낼 수 있지만 신약 허가를 위한 명확한 데이터가 도출되지 않았다면 이는 임상 실패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인했지만 미국 식품의약품청(FDA)와 유럽 의약품청(EMA),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각 국가의 규제 당국에게 신약 허가를 받을 수 없다면 제약바이오 기업이 자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임상 3상 번복 등 임상 데이터 이슈도 우려된다. 업계 관계자는 “논란 중인 한 기업은 안타깝지만 성급하게 탑라인을 공개한 것 같다”면서 “더 정돈된 데이터와 표현으로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다. 도출된 데이터에 대한 의미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공개하는 것은 미국이었다면 소송감”이라고 덧붙였다.

임상 3상 실패 리스크 경험이 투자 전략에 반영되지 않고 있는 점도 우려되는 사안 중 하나다. 앞서 애널리스트는 “시가총액 70조원 규모로 다수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글로벌 제약사 역시 임상 3상에 실패하면 하루 만에 주가가 70~80% 하락한다”면서 “미국을 비롯, 한국 바이오텍 기업들은 리스크가 너무 큰 걸 알아서 신약 개발 절차가 분절된 것을 활용해 리스크를 공유‧분산하는 전략으로 사업을 꾸리고 있다. 투자자들이 굳이 리스크를 공유‧분산하지 않고 일부 기업에 왜 ‘집중’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이 기술이전을 성공한 2015년 이후 한국 제약바이오 업계는 지속해서 혁신하고 있다. 2015년 이전 수준으로는 돌아가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이 선진국 업계와 같이 변화하고 있다면 투자 전략도 혁신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