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은 슈퍼컴퓨터가 1만년이 걸려도 해결하지 못할 계산을 양자컴퓨터가 3분 20초만에 해냈다고 발표했다.   출처= Google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그것은 단지 수학의 문제가 아니었다.

구글은 23일, 최대 규모의 슈퍼컴퓨터가 1만년이 걸려도 해결하지 못할 계산을 양자컴퓨터가 3분 20초 만에 해냈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 산타바바라(Santa Barbara)의 구글 연구소 과학자들은 이 계산의 성공으로, 그들이1980년대부터 연구해 온 이정표적인 연구, 즉 오늘날의 기술로는 상상할 수 없는 속도로 새로운 컴퓨터가 계산할 수 있게 해주는 이른 바 ‘양자 우위’(quantum supremacy, 양자 컴퓨터가 슈퍼컴퓨터의 성능을 넘어서는 현상) 이론의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오랫동안 연구해 온 이 획기적 돌파구는 국가 안보 및 암호 해독에 큰 변화가 올 것임을 시사할 뿐 아니라 신약 개발의 새로운 길을 열어 줄 것이다. 뉴욕타임스(NYT)가 23일(현지시간), 구글의 양자 컴퓨팅 주장이 얼마나 중요한 지 소개했다.

美中, 양자 컴퓨팅은 국가 안보 이슈

모든 기술 발전이 그렇듯이 양자 기계는 양날의 칼이다. 언젠가는 양자 기술이 인공지능(AI)의 발전을 주도하겠지만, 국가 안보나 심지어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전자 상거래 사이트에 필수적인 컴퓨터를 보호하는 암호화를 일거에 무력화시킬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과 중국 정부는 양자 컴퓨팅을 국가 안보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중국은 국가 양자연구소에 4억 달러를 쏟아 부으며 최근 몇 년 동안 미국보다 거의 두 배나 많은 양자 특허를 출원했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도 중국에 맞서 올해 컴퓨터를 포함한 양자 연구에 12억 달러를 지출하겠다고 약속하며 국가 양자 계획(National Quantum Initiative)을 추진하고 있다.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서 양자 컴퓨팅을 전공하고 있는 대니얼 라이다 교수는 "좀 더 있으면 양자 기계가 좋아져서 암호화 기술 발전에 도움을 주고 새로운 의약품이나 신소재 개발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암호화 기술 발전을 위해 양자컴퓨터를 연구하는 과학자들도 있지만, 암호 해독 능력을 막기위한 보안 기술을 연구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양자 분야 선점하려는 기술 대기업의 경쟁

이번 성과가 미국 정부나 대학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이메일 플랫폼과 인터넷 검색 엔진으로 가장 잘 알려진 민간 회사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IBM, 알리바바 등 기술 산업의 여러 거인들은 최근 몇 년 동안 양자 컴퓨팅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해왔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이 기술을 탐구하는 스타트업들에 벤처 투자자들이 쏟아 부은 돈은 4억 5천만 달러가 넘었다.

구글은 과학전문지 네이처(Nature)에 이번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구글의 주장은, 실리콘 밸리의 기술 거인들이 그 성과를 지나치게 부풀리고 있다고 믿는 경쟁 회사들의 연구자들의 비위를 거슬렸다.

IBM은 블로그 게시물을 통해 양자 계산을 전통적인 컴퓨터가 할 수 없다는 구글의 주장을 반박했다. IBM은 구글이 말한 계산은 1만년이 아니라 이틀 반나절이면 현재의 컴퓨터에서 실행될 수 있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구글은 논문이 발표되자 구글은 이미 고전 컴퓨터를 뛰어 넘어 '완전히 다른 궤적'에 진입했다며 자신의 연구를 옹호했다. 구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현재의 컴퓨터로 시뮬레이션 기술을 테스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이 기술을 발전시키자는 제안이라면 언제든 환영한다"고 밝혔다.

양자 컴퓨팅의 핵심은 큐비트(qubit)

구글이 이 계산을 수행하는 데 사용한 도구는 양자 컴퓨터라는 거의 신화적인 기계로, 일반 컴퓨터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며, 어떤 물체는 아원자(亞原子, subatomic) 수준에서 움직인다는 놀라운 사고방식에 의존한다.

기존 컴퓨터는 정보의 ‘비트’(bits)를 처리하여 계산을 수행한다. 각 비트는 1 또는 0의 두 가지 값 중 하나를 갖는다. 예를 들어 8비트 집합(바이트라고 함)은 문자 A와 같이 하나의 문자를 저장할 수 있다.

반면 양자 컴퓨터는 과학자들이 1과 0이 동시에 존재하도록 만든 비트를 처리한다. 따라서 두 개의 전통적 비트는 두 개의 값만 가질 수 있지만, ‘큐비트’라고 불리는 한 쌍은 네 개의 값을 동시에 가질 수 있다.

큐비트의 수가 증가할수록 양자 컴퓨터는 기하급수적으로 더 강력해진다. 예를 들어 3개의 큐비트는 8개의 값을 가지며, 4개의 큐비트는 16개의 값을 갖는다. 이런 식으로 양자 컴퓨터는 오늘날의 슈퍼컴퓨터를 장난감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뉴욕주 요크타운 하이츠(Yorktown Heights)에 있는 IBM 연구소의 다리오 길 소장은 NYT과의 인터뷰에서 "100개의 완벽한 큐비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그 양자 컴퓨터의 상태를 설명하려면, 지구 상의 모든 원자를 동원해 비트를 저장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