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게임 전문 업체 넷마블이 생활가전 렌탈 업체 웅진코웨이를 인수한다. 넷마블은 웅진코웨이 매각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한편 거래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넷마블은 웅진코웨이의 ‘구독경제’ 사업의 밝은 전망이 기대되고, 자사의 IT 역량과 홈케어 렌탈 사업의 시너지를 도모할 목적으로 인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매각가는 1조8000억원 안팎이다. 금액 자체로도 ‘빅딜’이며, 그간 넷마블이 인수합병(M&A)으로 사용한 금액 중에서도 최고가다. 넷마블의 행보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선 넷마블의 웅진코웨이 인수가 게임 산업이 위기로 가고 있다는 신호탄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국내 게임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 넷마블은 최근 몇 년 간 실적 지표가 좋지 않아 큰 반전을 도모할 수 있는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는 평이다.

▲ 넷마블 사옥 모습. 출처=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지표가 좋지 않다

넷마블의 영업이익은 상장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지난 2017년 3분기 누계 매출액은 1조8090억원, 영업이익 4170억원을 기록했으나 2018년 같은 기간 매출액은 15.2% 하락한 1조5342억원, 영업이익은 반토막난 2037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3분기 기준 누적으로는, ‘일곱개의대죄’ ‘킹오브파이터 올스타’ 등 신작 출시에 힘입어 매출은 5.8% 오른 1조6237억원을 올렸으나 영업이익은 24.8% 하락한 153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 추이는 좋지 못하다. 2017년 3분기 누계 기준으로 영업이익률은 23.05%에 달했지만, 지난해 13.28%로 급감했고, 올해 9.43%를 기록하며 두 자리수가 무너졌다. 통상 게임 업체는 게임 출시 이후에 생산 비용이 지속적으로 들지 않기 때문에 영업이익률이 두 자리수로 높은 편이다.

▲ 넷마블 3분기 기준 누계 실적. 출처=넷마블

넷마블의 저조한 영업이익률은 퍼블리싱 사업 중심 구조와 모바일 앱 마켓 유통 구조, 자체 히트 IP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개발한 게임의 서비스를 도맡는 퍼블리싱 사업을 주로하는 넷마블은 매출이 나면 개발사와 이익을 나눠가져야한다.  물론 흥행한 자체 개발·서비스 게임인 ‘리니지2 레볼루션’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 등도 있다. 다만 이들 게임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와 ‘블레이드앤소울’ 지식재산권(IP) 계약을 맺고 만든 게임이기 때문에 넷마블은 엔씨소프트에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다. 또한 30%에 달하는 앱 마켓 유통 수수료도 내야한다. 매출 대비 비용이 많은 사업 구조다.

실제로 넷마블의 매출 대비 영업비용 중 ‘지급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40%를 상회한다. 지난해 1분기부터 살펴봐도 매 분기 지급수수료 비중은 적게는 41%에서 많게는 44% 수준을 차지한다. 회사 운영의 핵심 비용인 인건비 비중(20%~24%)의 두 배 수준이다.

▲ 넷마블 매출 대비 영업비용 비중 추이. 출처=넷마블

‘퍼블리셔 영향력’ 줄고 있다

넷마블이 모바일 게임 퍼블리싱 사업으로 몸집을 불린 가운데, 최근 게임 시장이 개발사 중심으로 변화되고 있어 넷마블에 부담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모바일 게임의 수명이 길어지며 퍼블리셔와의 계약이 만료된 인기 게임들이 개발사 직접 서비스 체제로 전환되고 있다. 그 예로 4년 4개월 간 카카오게임즈가 국내 서비스를 했던 PC 온라인 게임 ‘검은사막’은 퍼블리싱 계약 종료에 따라 지난 5월 말 개발사 펄어비스로 이관됐다. 라인게임즈가 약 3년간 서비스한 모바일 게임 ‘데스티니 차일드’는 양사 합의하에 이달 개발사 시프트업으로 이관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개발사가 자체 개발 여력이 생기면 게임을 다시 품는 건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자체 서비스 시 게임 운영 의사결정 과정이 자유롭고, 수익 공유를 하지 않아도 되는 등 장점이 있어서다.

모바일 게임의 오픈 마켓이 활성화되며 퍼블리셔의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가령, 국내 대표 퍼블리셔인 ‘넷마블이 출시하는 게임’ ‘넥슨이 출시하는 게임’ ‘네오위즈가 출시 하는 게임’ 등의 수식어의 ‘약발’이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다수의 중국산 게임의 약진으로 설명할 수 있다. 현재 모바일 게임 매출 톱 10에 명단을 올리고 있는 ‘라이즈 오브 킹덤즈’ ‘기적의 검’ ‘라플라스M’ 등은 모두 중국 게임사가 직접 서비스를 맡고 있다. 릴리스 게임즈, 4399, 지롱게임즈 등의 게임사를 아는 이용자는 드물지만 이들 게임은 순항하고 있다.

퍼블리싱을 맡은 서비스 주체보다 게임 자체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퍼블리싱 업체 한 관계자는 “과거엔 개발사 대표가 퍼블리싱 업체를 찾아와도 팀장급 직원이 응대하는 수준이었다면, 요즘은 퍼블리싱 업체에서 개발사를 찾아가는 형국”이라며 자조섞인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게임 업계,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업계에선 전반적으로 앓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모바일 게임의 수준이 전체적으로 높아지며 대형 업체들도 차별화된 게임을 만들어야한다는 압박이 커지고 있는 상황인데다가 매출이 잘 나오는 특정 장르로의 쏠림 현상도 심하다. 때문에 MMORPG, 수집형 RPG 등 장르에선 피튀기는 경쟁이 발생하고 있다. 인지도 있는 게임 조차 출시 초기 반짝한 후, 금세 매출이 급락하는 양상도 쉽게 포착된다. 판호 발급 지연으로 최대 모바일 시장인 중국 수출길은 3년째 막혀있다. 신작 성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다.

이용자들의 높은 기대 수준과 빠른 콘텐츠 소모 속도 등 탓에 개발 기간도 자연히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주 52시간제 근무환경 변화로 개발 속도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업계 생산성과 관련해선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발언도 주목된다. 김 대표는 지난 8일 판교 엔씨소프트R&D 센터에서 진행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장시찰 자리에서 위원들에게 “국내 게임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시장 경쟁력과 생산성이 중요한데, 이것들이 굉장히 떨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라면서 “게임 업계 입장에서는 정부 정책을 따라가야 하지만, 현재 시행되고 있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어떻게 극복할 지가 최대 과제”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김 대표는 중국은 6개월 안에도 게임 개발을 완료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연내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생산성이 뒤쳐져 있다고 덧붙였다.

실탄은 있다

그러나 주요 게임 업체들은 높은 영업이익률을 바탕으로 그간 상당한 실탄을 갖췄다. 특히 넷마블의 경우 올해 상반기 ‘대어(大漁)’ 넥슨 인수를 준비하며 현금으로 1조8000억원 가량을 준비한 상황이다.

결국 실탄을 바탕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사업다각화였을 것이라는 평이 나온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는 와중에 대규모 현금흐름을 일정하게 취할 수 있는 웅진코웨이는 넷마블 입장에서도 매력적인 매물이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업계에서 나온다. 웅진코웨이는 국내 1위 렌탈 사업자다.

▲ 웅진코웨이 아이스 정수기가 보인다. 출처=웅진코웨이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약 2조원이라는 인수자금이 게임 외부로 나갈 것이라는 점은 게임에 대한 투자와 관심이 약화되었다는 점을 의미한다”면서 “중국 판호 발급 이슈, 주 52시간 근무 등 내외적인 악재가 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게임산업에 대한 성장 기대를 접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점에서 이번 결정은 한국 게임산업에서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넷마블은 이번 비(非)게임 사업 투자 이유가 게임 산업의 성장 침체 때문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웅진코웨이 투자를 적극 진행한 건 게임산업에 대한 한계나 성장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은 아니다”면서 “투자는 자체적 사업 다각화를 위해 하는 것이며 현재 게임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게임 산업 전망치도 부정적이지는 않다. ‘2018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국내 게임 시장 규모는 2018년 13조9904억원에서 올해 14조5349억원으로 늘고 2020년엔 14조890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넷마블은 웅진코웨이 인수로 인해 2020년 순이익이 1000억원 이상 오르며 고평가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