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민성 기자] “10년 전 중소형 증권사 중 하나로 존재감이 크지 않았던 메리츠종금증권이 이제는 증권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벤치마킹 대상이 된 대형IB로 자리매김했다”. 메리츠종금증권에 대한 증권업계의 평가다. 메리츠종금증권은 2009년 자기자본 업계 17위에서 올해 6위권으로 성장해 10년간 업계서 가장 빠르게 성장했고 초대형 IB와의 경쟁에서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리테일 부문에서의 새로운 시도와 함께 10년간 리스크 관리에 기반한 과감한 투자로 매년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2009년 자기자본 규모가 5295억원에 불과해 자본을 활용해 할 수 있는 사업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대표가 부임하면서 부동산PF에 가능성을 보고 기업금융을 주요 수익원으로 구축하면서 크게 성장했다. 올 상반기 메리츠종금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는 3조6296억원을 기록했다. 

현재 메리츠종금증권이 초대형IB 기준(4조원)까지 도달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하는 이유는 당기순이익 증가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부동산PF·해외 포트폴리오 투자·인수금융 등을 통해 당기순이익이 가파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순이익의 누적을 나타내는 이익잉여금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초대형 자기자본 기준을 판단할 때 자본총액은 후순위채와 같은 보완자본과 조건부 자본을 제외하기 때문에 증자를 제외할 경우 이익잉여금이 확대될수록 자기자본은 늘어나게 된다. 올 상반기 기준 메리츠종금증권의 당기순이익은 3652억원으로 지난해 한 해 동안 벌어들인 당기순이익(3489억원)을 넘어섰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초대형IB의 자격을 갖출 경우 경쟁기반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이 고속 성장한 배경에는 초창기부터 불필요한 비용을 없애는 고효율 전략과 인재영입에 아낌없는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잘하는 분야에 집중해 업계 최상위 수준의 자기자본이익률(ROE)를 유지하고 있다. ROE는 투입한 자기자본이 얼마큼의 이익을 냈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올해 당기순이익이 크게 늘어나면서 ROE가 20.8%로 초대형IB(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을 제치고 업계 1위를 기록했다. 수익성을 기준으로 업계 TOPTier를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는 회사 규모 대비 조직을 내실있게 운영해 실적을 끌어올렸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 메리츠종금증권의 성공 히스토리 ‘심플한 목표’와 ‘실행’

메리츠종금증권이 업계 최고의 수익성을 올린 데는 책임에 기반한 경영방침과 유연한 조직문화의 영향이 컸다. 2011년 메리츠종금증권에 합류했고, 메리츠금융그룹 재직까지 합해 25년간 근무해온 김주욱 메리츠종금증권 기획총괄팀 팀장은 메리츠종금증권의 성장과정을 가장 가까이 지켜본 사람 중 한 명이다. 김주욱 팀장은 2011년부터 지금까지 메리츠종금증권 기획총괄팀에서 조직개편과 사내 조직문화를 만들어낸 주역이다. 김 팀장은 메리츠종금증권만의 4대문화인 △수평적 조직문화 △자유로운 소통문화 △프로의 문화 △실질의 문화를 설명하면서 이러한 메리츠만의 조직문화는 앞으로도 계속 정착해나가야 하는 숙제라고 강조했다. 

김 팀장은 메리츠종금증권은 처음 자기자본 5000억원 대에 시작했지만 2~3년 초기준비작업을 하면서 5~6년 사이에 크게 성장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자기자본 숫자를 보면 내년(2020년) 중순이면 초대형IB의 기준인 4조원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메리츠종금증권에 초고속 성장 배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 없다. 목표는 하나로 심플하다 ‘ROE=10%’, 자기자본비율의 10%가 회사의 목표이기 때문에 이것을 초과하는 성과에 대해서는 보상체계를 확실하게 진행한다” 

김 팀장은 실적이 부진할 때에도 회사가 직원들을 야단치지 않고 어떻게 지원하면 되는지 상의하고, 현재 시장 상황을 설명하며 너무 무리하지 말라는 독려도 한다고 말했다. 또한 직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관리하지 않는 사내 분위기로 인해 입사를 희망하는 많은 사람들이 그동안 메리츠종금증권에 노크 해왔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교육훈련, 영업일지 등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메리츠종금증권이 직책에 대해서도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본부장, 임원급은 다른 증권사에서는 크게 우러러볼 수 있는 사람이지만 메리츠종금증권에선 단지 타이틀일 뿐”이라면서 기본적인 사고방식이 수평적이라고 덧붙였다. 또 메리츠종금만의 특징으로 꼽는 것은 “토론을 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직문화 측면 외에도 현재의 메리츠종금증권이 만들어지기까지 인재 영입을 위한 과감한 투자와 실험적 요인이 있었다. 

김 팀장은 메리츠종금증권이 2012년과 지점통폐합 작업을 했을때와 2014년 초대형 리테일점포를 만들기 위한 파일럿과 실행을 직접 담당하기도 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이 2012년 지역인근의 점포를 통합한 것은 당시 주식시장 침체로 직원들이 패배 의식이 짙었고 무기력한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었다. 2015년은 비용효율화 차원에서 초대형점포를 만들었다. 

▲ 김주욱 메리츠종금증권 기획총괄팀장.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이때 기획부에서 총괄한 김주욱 팀장은 그때의 상황을 이렇게 말했다. “2014년도에는 어떻게 하면 리테일에 도움이 될 것인가를 많이 고민했고 결국 찾은 답은 ‘사람’이었다. 증권사는 영업 직원들이 손익분기점(BEP)이 있는데 그 BEP를 넘겨야 성과에 대한 보상이 나온다. 그때 시기에 우리 회사의 BEP를 보니까 손익분기점을 조금만 낮추면 대우받을 수 있겠구나 싶어서 초대형점포를 만들었고, 다른 중소형사나 대형사에서 BEP가 안돼서 대우를 못 받는 직원들을 우리 회사에 모셔오면 충분히 대우를 받으면서 보상을 많이 가져갈 수 있겠다 판단했다” 그는 인센티브 또한 업계 최고 수준으로 대우해주면서 그 시기 영업에 뛰어난 사람들이 회사에 노크를 했다고 덧붙여 말했다. 초대형점포는 전국 지점에 산재돼있는 점포를 합쳐 5개로 줄이는 작업이었다. 

초대형점포에 근무하는 직원 수는 200명 수준으로 영업 직원의 책상과 사무공간을 대폭 간소화는 대신 고객을 응대하는 회의장과 휴게실은 넓게 만들었다. 통합 작업에서 영업을 관리하는 직원을 대폭 줄인 점도 비용 효율화 작업 중 하나였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초대형점포를 만든 이후 2015년 주식시장이 살아나면서 리테일 부문에서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해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리테일 고객 베이스가 여전히 얇아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김주욱 팀장은 이에 대해 “리테일에 대한 고민은 계속되고 있지만 조심스럽게 자산운용(WM)부문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보고 있다”라며 “외부에서 PB영입도 하면서 불완전판매를 안 할 수 있도록 교육해 금융소비자들에게 값어치 있는 상품을 파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의 기업문화 정착에 대해서도 숙제라고 밝히며 메리츠종금증권의 향후 과제에 대해서도 말했다. “2013년도부터 기업의 4대 문화에 대해 직원들에게 이야기 해왔다. 사내방송을 통해 매월 한 꼭지씩 지속적으로 메시지를 전했는데, 회사가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고 성장을 못했으면 아마도 공허한 메아리로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던진 메시지를 실행에 옮겼고 그러다 보니 직원들도 성취감을 가지면서 마침내 사내 문화가 정착된 것 같다. 메리츠종금증권의 4대 문화는 정착된 지 1년 반에서 2년 정도 걸렸지만 계속되는 숙제다”.

◇ 유승화 최고리스크관리자(CRO)의 눈으로 바라본 메리츠종금증권

▲ 유승화 메리츠종금증권 CRO.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기자

유승화 리스크관리본부장은 올해 1월 메리츠종금증권에 합류했다. 

유승화 본부장은 메리츠종금증권에 합류하기 전 동원경제연구소, 동양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을 거치며 채권 심사는 물론 항공기, 발전소, 인프라디벨롭 등 기업금융에 대한 것들을 바닥부터 경험해온 베테랑 책임자다. 그는 메리츠종금증권의 강점으로 꼽는 부동산PF심사에 대해서는 이미 오랜 기간 해왔기 때문에 표준화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프런트(영업)에서도 기준을 맞춰서 딜을 가져와 의사결정을 빨리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초대형IB로 진입하는 것이 시간문제인 만큼 전통적인 IB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리테일을 포함해 증권사 IB가 가져가야 하는 인프라 비즈니스가 있는데, 초대형사가 되면 회사채 발행주관과 같은 전통적인 IB업무도 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커버리지 조직을 세팅하고 돈을 많이 투입해서 조직을 갖춰나가야 하는데 우리가 이것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히고 싶다. 또 기업공개(IPO)를 주관하려면 주식을 운용사에 파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 고객에게도 팔 수 있는데, 고객에게 팔려면 리테일에 충실해야 한다. 그렇지만 최근 리테일 업계를 보면 대부분 적자다. 장이 좋아져서 주식거래가 늘어나면 리테일로 2~3년 먹거리를 챙길 수 있지만 최근에는 수수료가 제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업은 이미 끝난거라고 본다. 하지만 업은 끝나고 사람들은 남아있기 때문에 리테일을 금융상품제공 등 여러 방면으로 생각하고 있다”.

유 본부장은 매주 두 차례 열리는 딜리뷰 회의에서 영업(프런트)으로부터 들어오는 모든 딜과 관련해 안전성과 수익성을 저울질하며 투자를 승인하고 있다. 10개월간 리스크관리본부 수장으로 바라본 메리츠종금증권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투자를 잘한다. 이유는 의사결정 라인에 있는 똑똑한 사람들이 의사결정을 빨리하기 때문이다. 똑똑함은 타고난 것도 있지만 그동안 많은 경험이 축적된 영향도 있는 것 같다. 밖에서 봤을 때 무모하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직접 들어와서 보니까 공부를 많이 하고 남들이 이해 못 하는 투자를 한다. 외부에서는 메리츠종금증권이 너무 무리하게 투자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내부적으로 고민을 많이 하고 타당하다고 생각하면 과감하게 투자한다. 이것이 지난 10개월간 느낀 메리츠종금증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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