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황대영 기자] LG디스플레이가 23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매출 5조8217억원, 영업손실 4367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3분기 연속 적자행진이다. 대형 LCD 산업의 중국'발' 시장 교란이 극에달한 상황에서 대형 OLED로의 체질개선에 나서고 있으나 당분간 마이너스 행보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 CFO(최고재무책임자) 서동희 전무는 “LG디스플레이는 근원적인 경쟁력을 강화하고 차별적인 경쟁력을 갖기 위해 사업구조 혁신을 진행 중”이라며, “LCD TV 부문은 팹(Fab) 다운사이징(Downsizing, 축소)을 기본으로 삼고 기존 LCD 영역에서 차별화가 가능한 사업역량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대형 OLED는 제품 본연의 가치를 활용한 시장 대세화를 가속화하고, 스마트폰용 플라스틱 OLED의 사업 조기 안정화 기조를 지속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가 다소 실망스러운 영업손실 행보를 이어가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LG디스플레이의 자신감에도 집중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삼성디스플레이의 대형 OLED 진입을 환영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TV전쟁으로 이어지는 두 회사의 미묘한 신경전이 깔렸다는 평가다.

▲ LG디스플레이의 OLED TV가 보인다. 출처=LG디스플레이

신경전, 그리고 관대함?
LG디스플레이가 3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여전한 어려움 및 OLED로의 비전'을 설명한 가운데, 느닷없는 경쟁사 칭찬에 나서 눈길을 끈다. 실제로 서동희 전무는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경쟁사의 대형 OLED 진입을 환영한다"면서 "경쟁사의 QD 디스플레이가 QD OLED를 지칭한다면 청색 OLED를 사용하더라도 우리와 동일한 증착 방식의 OLED가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서 전무는 나아가 "OLED 진영을 확대한다는 차원에서 환영한다"면서 "프리미엄 디스플레이의 메인축이 OLED"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서 전무의 발언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서 전무의 발언이 표면적으로 삼성디스플레이의 전략을 칭찬하는 모양새지만, 그 이면에는 사실상 '조롱하는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대화면 디스플레이에서 QLED에 이어 QD OLED로 이어지는 로드맵을 확정했으나, QD OLED보다 QD 디스플레이라는 용어를 더욱 원하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 시장을 LG디스플레이가 주도하는 상황에서 디스플레이의 미래를 그리며 경쟁사의 OLED 진영에 합류하고 있다는 뉘앙스가 풍기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그런데 LG디스플레이는 굳이 삼성디스플레이의 미래 디스플레이 전략을 QD 디스플레이로 이해하지 않고, OLED 진영의 하나인 QD OLED로 봤다. 여기에서 심지어 "OLED로의 진입을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낸 셈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우리의 미래 비전이 LG디스플레이의 OLED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QD 디스플레이라는 용어를 써 달라"고 말했으나, LG디스플레이는 "QD 디스플레이는 QD OLED"라며 "이렇게 OLED로 온 것을 환영한다"고 말하는 셈이다. 

환영한다는 메시지의 이면에는 '결국 우리의 방식이 옳았기 때문에 삼성디스플레이도 OLED에 온 것"이라는 논리가 깔려있다.

▲ 삼성전자가 자사 TV의 강점을 설명하고 있다. 출처=삼성

TV전쟁의 연장선
두 회사의 묘한 신경전 이면에는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TV 전쟁이 있다.

현재 대형 디스플레이의 주 완제품 대상인 TV 시장에서, 프리미엄 TV 시장 기준으로 보면 삼성전자의 QLED TV가 LG전자의 OLED TV를 압도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LG전자는 2분기 글로벌 TV시장 점유율(판매액 기준) 16.5%를 기록했으나 삼성전자의 QLED TV는 31.5%의 점유율을 기록중이다. 대형 OLED를 통해 미래 디스플레이 시장을 선도하려는 LG전자 입장에서는 답답한 노릇이다.

결국 전쟁이 터졌다. 독일에서 열린 IFA 2019 당시 LG전자는 삼성전자의 8K QLED TV와 자사의 OLED TV를 직접적으로 시연하며 OLED TV의 우수성을 강조했다. 구광모 LG 회장이 OLED를 선택, 집중하는 분야로 낙점한 가운데 사실상 여론 총력전을 시도한 셈이다. 이어 지난달 17일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설명회를 열어 자사 TV 경쟁력을 강조하며 경쟁하는 '이색적인' 분위기도 연출됐다.

당시 삼성전자의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상무는 LG전자가 화질 선명도를 기점으로 삼성전자 QLED TV를 공격하자 “동일한 콘텐츠를 어떻게 또렷한 해상도로 보여줄 수 있는지는 각 회사의 기술력의 차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두 개의 TV를 비교한 부분은 화질선명도가 좋으면 화질이 좋다는 (LG전자의) 주장에 대해 반론을 제기한 것이며, 결국 화질을 결정하는 부분은 종합적인 요소가 작용한다”라고 반격했다.

반면 백선필 LG전자 TV/상품전략팀 팀장은 금 비율에 따른 제품의 가격과 가치의 차이를 QLED와 OLED에 비유하면서 "그만한 가격을 지불할 때는 그만한 밸류를 제공해야 한다. 14k, 18k를 24k라고 할 순 없다"라고 견제하기도 했다.

▲ LG전자가 자사 TV의 강점을 설명하고 있다. 출처=LG

최초 두 회사의 디스전은 LG전자가 공격하면 삼성전자가 최소한의 대응에만 나서는 분위기였으나, LG전자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삼성전자의 표시광고법 위반행위에 대한 신고서를 제출하며 요동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가 2015년부터 프리미엄 TV 라인업을 기존 LCD TV에 퀀텀닷 필름을 추가해 색재현율을 높인 제품을 'SUHD TV'로 표시광고하다가, 같은 구조의 제품을 2017년부터 '삼성 QLED TV'로 표시광고하며 판매하기 시작했다며 '표시광고법 제3조 제1항 제1호'를 위반했다는 주장이다.

삼성전자는 강공모드로 돌아섰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19일 오후 입장문을 내고 “국내외 경제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제품과 서비스의 혁신이 아닌 소모적 논쟁을 지속하는 것은 소비자와 시장을 혼란스럽게 한다”라며 “근거 없는 주장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하겠다”라고 밝혔다.

두 회사의 TV 전면전이 시작된 가운데 삼성전자는 승부수를 띄운다. 지난 10일 충남 아산캠퍼스에서 ‘신규 투자 및 상생협력 협약식’을 열어 차세대 디스플레이 생산시설 구축 및 연구개발(R&D)에 총 13조1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2025년까지 13조1000억원을 투자해 아산1캠퍼스에 세계 최초 QD 디스플레이 양산라인인 ‘Q1 라인’을 구축하는 것이 골자다. 신규 라인은 초기 8.5세대 3만장 규모로 2021년부터 가동을 시작해 65인치 이상 초대형 QD 디스플레이를 생산할 예정이며 기존 8세대 LCD 라인을 단계별로 QD 라인으로 전환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2025년까지 QD 디스플레이 생산능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로드맵을 발표하며 QD OLED가 아닌 QD 디스플레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LG전자 및 LG디스플레이가 주도하는 OLED와의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LG디스플레이는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굳이' QD 디스플레이를 QD OLED로 보고 심지어 "(우리의 진영에 합류한 것을) 환영한다"고 말한 셈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공정위에 LG전자를 맞제소한 상황이다.

▲ 이재용 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삼성

디스플레이 시장 어떻게 전개될까
LG디스플레이가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이색적인 견제구를 날린 가운데, 업계에서는 디스플레이 시장 전체의 행보에 집중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OLED로의 전환이 필수다. 대형 OLED로의 전환을 위해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해 조직 슬림화에 나서는 한편, 전체 OLED 진영을 키우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분위기다. 유사 조직을 통합하고 단순화하는 등의 조직 슬림화를 단행해 전체 임원 및 담당 조직의 약 25%를 감축하는 등 필사적인 다이어트에 나서고 있다.

정호영 사장이 등판하기도 했다. 정호영 사장은 LG전자 영국 법인장을 거쳐 주요 계열사에서 CFO(최고재무책임자) 및 COO(최고운영책임자)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으며 2008년부터 6년 동안 LG디스플레이 CFO로 재직한 경험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실적 악화로 용퇴를 결심한 한상범 부회장을 대신해 경영 정상화 및 강도높은 체질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시간이다. LCD에서 OLED로의 체질전환이 매끄럽게 이어지는 기간 LG디스플레이의 재무적 체력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LG디스플레이 3분기 주요 재무지표는 부채비율 161%, 유동비율 101%, 순차입금비율 74%로 썩 좋은 상황이 아니다. LCD TV 패널 가격이 시장 예상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급락하는 가운데 적절한 관리와 병행하며 OLED 대중화를 위한 다양한 가능성 타진에 나설 방침이다.

최근 LCD 시장 교란의 핵심인 중국 제조업체도 그 후폭풍에 당하는 분위기가 연출되는 등, LCD 시장의 '끝'이 예상보다 빠르게 닥쳐오는 것도 부담이다. 속도전이 필요한 이유다.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되는 가운데 중국에서의 성공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중국 광둥성 광저우시 첨단기술산업 개발구에 위치한 LG디스플레이 하이테크 차이나(LG Display High-Tech China)의 8.5세대(2,200mm x 2,500mm) OLED 패널 공장 준공식을 열었으며 LG디스플레이는 하이테크 차이나를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각오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대형 디스플레이에서 QD 디스플레이, 혹은 QD OLED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할 전망이다. 현재 프리미엄 라인업으로 꾸리고 있는 QLED TV가 급속도로 가격 대중화 전철을 밟는 등 벌써부터 프리미엄 TV 간판주자의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장면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미국에서 32인치 저가 QLED TV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마이크로LED에 대한 가능성도 있다.

업계에서는 적자행진을 거듭하는 LG디스플레이와 달리 삼성디스플레이의 사정은 훨씬 낫다는 분석도 나온다. LG디스플레이가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OLED 진영을 주도하고 있으나 아직은 'LCD의 망령'에서 자유롭지 못한 가운데,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 경쟁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에 주로 탑재되는 중소형 OLED는 삼성디스플레이 천하다. 한 때 95% 이상을 점하던 점유율이 최근 80% 선으로 떨어지기는 했으나, 여전히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전체 사업의 최대 80%가 중소형 OLED기 때문에 당분간 실적이 크게 떨어질 우려도 없다. LG디스플레이는 3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냈으나, 삼성디스플레이는 2분기 75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이유다. 4분기에는 대형 디스플레이의 LCD 업황 악화로 삼성디스플레이의 실적도 나빠질 것으로 보이지만 LG디스플레이 수준은 아닐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