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가을로 접어들며 주춤했던 미세먼지의 계절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

가전 업체들은 공기청정기 신제품을 연이어 내놓으며 수요에 대비하고 있다. 공기청정기 판매량이 수 년째 급증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공기청정기 판매 업체들을 중심으로 경쟁이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24일 가전 업계에 따르면 웅진코웨이, 청호나이스, 교원웰스 등 홈케어 렌탈 업체들은 공기청정기 신제품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공기청정기 판매 성수기가 돌아오는 가운데 신규 소비자들을 잡기 위해서다.

‘가성비’와 ‘프리미엄’이 양분…대세는 프리미엄

공기청정기 시장은 가성비 제품과 프리미엄 제품으로 양분되어 있다. 가성비 제품의 경우 중국산 가성비 브랜드의 대명사인 ‘샤오미’의 공기청정기 판매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국내 업체 중에선 위닉스의 제품이 인지도가 높다. 프리미엄 라인업에선 LG전자의 ‘퓨리케어’ 라인업이 각광받는 모양새다. 삼성전자의 ‘블루스카이’도 뒤쫓고 있다.

통상 전자제품은 해당 시장이 커질수록 자연스럽게 프리미엄이 대세가 된다. 공기청정기 시장도 무게의 추가 프리미엄 제품으로 기울고 있다. 기업들은 가성비 제품 개발보다는 기능을 고도화한 고가 제품에 주력하고 있다.

홈케어 가전업체 역시 프리미엄 제품을 필두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웅진코웨이는 이달 대형 벽걸이 겸용 공기청정기 ‘AP-3519A’를 출시했다. 대용량 공기청정기 수요 증가에 맞춰 권장사용면적 115㎡(약 35평)의 대형 제품을 준비했다는 설명이다. 일시불 가격은 159만원에 달한다. 이 제품은 B2C  시장뿐 아니라 B2G와 B2B 시장까지 겨냥했다. AP-3519A는 프리필터, 에어매칭필터, 탈취필터, 초미세먼지 집진필터로 구성된 4단계 필터시스템을 장착해 청정력을 강화했다.

▲ 웅진코웨이 벽걸이 겸용 공기청정기. 출처=웅진코웨이

웅진코웨이는 휴대용 공기청정기 시장으로도 영역을 확장했다. 이달 출시한 ‘에어보틀’이 눈에 띈다. 생수병 사이즈의 이 제품은 유모차, 차량, 사무실 책상 등에서 활용할 수 있는 휴대용 제품이다. 크기는 작지만 청정 성능은 일반 제품 못지 않게 구현하며 프리미엄 휴대용 공기청정기 수요에 대응하는 전략이다. 박미라 웅진코웨이 글로벌 상품기획팀장은 “미세먼지 등의 영향으로 공기질 공포가 확산 되면서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는 휴대가 간편한 공기청정기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 웅진코웨이 휴대용 공기청정기 에어보틀. 출처=웅진코웨이

청호나이스는 ‘청호 공기청정기 블루엠’을 이달 초 출시했다. 블루엠은 바퀴를 장착한 점이 특징으로 이동식 손잡이를 활용해 이동에 용이하게 만들어졌다. 전면과 후면의 흡입구 양쪽에 프리필터와 복합필터로 구성된 필터 세트가 설치돼 오염물질을 2방향으로 청정해 효력을 높였다. 5단계의 풍속 조절기능, 자동운전, 취침운전 모드 등 부가기능을 탑재했다. 사용면적은 57㎡(17평형)이다. 일시불 가격은 159만5000원이다.

▲ 청호나이스 블루엠. 출처=청호나이스

교원그룹 건강가전 브랜드 웰스는 이달 초 '웰스 공기청정기 AL315'를 출시했다. 웰스 공기청정기 신상품은 필터 성능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병원이나 실험실에서 주로 사용하는 최상등급 고성능 H14 등급 헤파 필터와 미세먼지전용 기능성 필터를 탑재해 미세먼지 집진 효율을 극대화했다는 설명이다. 청정면적은 51.9m²(약 15.7평)이다. 가격은 일시불 구매시 87만원이다.

▲ 웰스 공기청정기 AL315. 출처=교원

이들 업체는 고가의 프리미엄 공기청정기를 출시하는 한편 주력 판매 모델인 렌탈 판매를 통해 소비자의 부담을 줄이고 공기청정기 필터 관리까지 이어가는 방법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가을·봄은 ‘공기청정기의 계절’

이들 업체들이 일제히 신제품 출시에 나서는 건 계절의 영향도 주요하다. 미세먼지 농도가 나빠질수록 공기청정기 판매량은 늘어난다. 때문에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가을과 봄에 공기청정기 판매는 호조세를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이 계절의 공기청정기 판매량은 전체의 70% 수준으로 높다.

▲ 미세먼지 탓에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 모습. 출처=환경부

실제로 지난 봄엔 연일 ‘매우 나쁨’을 나타내는 미세먼지 농도 탓에 공기청정기는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이는 위니아, 쿠쿠, SK매직 등 가전 업체의 상반기 실적 호조에도 큰 영향을 준 바 있다. 위니아 공기청정기는 올해 3월초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85% 늘었다. 쿠쿠의 인스퓨어 공기청정기는 3월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60% 증가했다. SK매직은 3월 공기청정기 판매량이 전년 대비 390% 급증했다. 지난 봄 이례적인 성수기를 맞은 가전 업체는 올 가을의 판매 성과도 주시하고 있다.

인터넷 이용자들의 검색 빈도에서도 계절에 따른 미세먼지 관심도를 엿볼 수 있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지난해 ‘미세먼지’ 검색 빈도는 10월부터 서서히 증가하기 시작했고 올해 3월엔 절정을 기록했다. 가을부터 봄 사이 관심도가 급증한다는 의미다. 구글 트렌드는 측정 기간 내에 검색 빈도를 0부터 100사이로 표현한다.

▲ 구글 집계 국내 미세먼지 검색 빈도. 출처=구글

공기질 민감도 높고, 제품도 다양화…수요 꾸준히 증가

공기청정기는 점차 4계절용 가전이 되어가고 있다. 미세먼지가 강약의 정도는 있지만 4계절 전체에 걸쳐 기승을 부리고 있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공기질 자체에 대한 민감도가 전보다 높아졌다. 방 안 공기의 ‘쾌적함’도 신경쓰는 분위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혼자 방을 쓰는 성인 남자의 경우 방안에 소위 말하는 ‘아저씨 냄새’라는 게 생기기 마련인데, 공기청정기를 두면 이런 냄새까지 싹 잡아준다”고 밝혔다.

공기청정기의 ‘사용 면적’에 대한 인식 수준도 올라 집에 두 대 이상의 공기청정기를 활용하는 경우가 늘어나며 판매량 증가에 도움을 주고 있다.

공기청정기의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목에 걸고 다닐 수 있는 초소형 공기청정기부터 휴대용 공기청정기, 벽걸이형 공기청정기 등 소비자 선택권이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다.

때문에 공기청정기 판매량은 최근 수 년 간 고공행진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6년 판매량은 100만대를 돌파하며 일찍이 ‘필수 가전’으로 자리잡았고, 2017년 140만대, 2018년 250만대를 기록했다. 올해엔 30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이 커지는 만큼 신제품 업체들의 신제품 개발도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또한 공기청정기가 4계절에 사용하는 가전이 된 만큼 업체들의 공기청정기 라인업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 국내 공기청정기 판매량 추이. 출처=업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