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소방관은 존경과 신뢰를 받는 직업 중 하나다. 위험한 근무 환경에 비하면 보수가 터무니 없이 적다는 점은 한국 소방관들과 비교해서 다를 바가 없지만, 미국 소방관은 사람들이 무한한 신뢰를 보내는 몇 안 되는 직업 중 하나이다. 

이는 과거 9·11 테러 당시 소방관들의 희생정신에 기인한 바가 큰데 당시 비행기가 충돌한 월드트레이드센터 건물로 대거 투입된 소방관들은 사무실에 있던 사람들을 무사히 대피시키고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계속 위층으로 올라가다가 빌딩이 무너지면서 숭고한 희생을 치렀다.

이후 소방관은 자신의 안위나 생명은 뒤로 하면서도 사람들을 보호하고 돕는 직업으로 강렬하게 각인되면서 부정적인 인식이 많은 경찰과 대비됐고, 만인이 찬사를 보내는 직업이 됐다.

대학생들 가운데서 소방관이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이들은 대체로 학창시절 ‘자원봉사 소방관(Volunteer Firefighter)’으로 소방관의 직업과 일상을 체험해보고 이후 정식으로 소방관이 되는 경우도 많다.

대학생 자원봉사 소방관이라고 하면 소방서에서 서류 업무를 돕거나 화재 현장에서 주변 정리를 하는 정도의 부차적 업무를 할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실상 자원봉사 소방관은 정규 소방관과 동일한 업무를 하게 된다.

자원봉사 소방관이 되기를 원하는 사람이 해당 직무에 지원을 하면 일반 소방관이 거치는 것과 동일한 교육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소방관련 과목은 물론 응급의료상황에서 대처하는 방법 등을 가르치는 교과목을 수강하게 된다.

이들 과목을 모두 수강하고 성공적으로 마치면 이때부터는 해당 소방서에서 수습기간(Probation Period)을 거치게 되는데 이들 수습 소방관들은 종종 ‘프로비(Probie)’라는 애칭으로 불리게 된다.

수습기간까지 모두 끝낸 자원봉사 소방관들은 비로소 정규 소방관과 똑같이 근무하게 되며 화재현장에도 투입된다.

어떻게 자원봉사 소방관이 일반 화재 현장에도 투입이 가능할까 의아하지만 실제로는 자원봉사 소방관이 일반 소방관 숫자보다 많기 때문에 이들이 없이는 적절한 화재 진압이 가능하지 않다.

전국방화협회(National Fire Protection Association)에 따르면 미국 소방관 중 69%가 자원봉사 소방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지역에 따라 연간 수십 건에서 수백 건의 화재발생현장에 투입되서 화재를 진압하고 부상자를 이송하며 주민들을 대피시키는 정규 업무에 투입된다.

이 때문에 종종 언론에서 화재현장에 투입됐다가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소방관들의 이야기가 보도될 때 꽤 많은 숫자의 자원봉사 소방관들도 이들에 포함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자원봉사로 일하면서 목숨까지 내걸고 일하는 소방관이 이렇게 많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는 ‘자원봉사 소방관’에 대한 미국 노동청의 정의가 다르기 때문인데 정규 소방관의 임금 20% 이하를 받는 경우는 모두 자원봉사 소방관에 포함시키고 있다.

즉, 아예 무보수로 일을 하는 자원봉사는 아니라는 것인데 자원봉사 소방관은 건강보험과 생명보험, 장애보험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연금 혜택이나 세금 감면 혜택 등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업무를 통해 받을 수 있는 보수는 화재현장에 투입됐을 경우 해당 건수 당 혹은 소방서에서 근무한 일수 등에 따라서만 받을 수 있는데다 정규 보수의 20% 이하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보수를 위해서 자원봉사 소방관을 하는 것은 전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보수가 형편없고 목숨을 담보로 하는 업무를 왜 자원봉사로 하는지 의문스러울 수 있는데 많은 숫자의 미국 내 지역정부는 충분한 재정이 없어서 자체 소방서를 모두 유급 인력으로 채울만한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뉴욕이나 시카고 등의 대도시에서야 당연히 소방관들이 모두 유급으로 채용되고 남부럽지 않은 복지 혜택도 누리지만 인구가 수천명에 불과한 작은 마을에서는 유급 소방관들이 전혀 없고 모두 무급 자원봉사 소방관으로만 구성된 소방서도 적지 않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나서 소방관이 되고 마을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이에 대처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이를 대처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