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미국에서 설립된 암젠은 세계 1위 바이오 기업으로 성장했다. 출처=암젠

[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연매출 200억달러 이상을 올리는 암젠은 어떻게 세계 1위 바이오 기업으로 성장했을까. 화학합성 의약품을 개발하는 전통 제약사들까지 범위를 확장하면 암젠의 순위는 10위권으로 밀려나지만 유전자·단백질 구조를 연구·조작해 바이오 의약품을 개발하는데 탁월한 역량을 가지고 있다. 

1980년 미국에서 설립된 암젠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엔브렐', 빈혈 치료제 '에포젠',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뉴라스타' 등 다수의 혁신 신약을 개발해왔다. 치료법이 전무한 희귀 질환과 중증 질환 치료제 개발에도 적극적인 모습이다.

암젠은 신약 개발을 위해 인간 유전학과 생물학 등 기초 연구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연간 연구개발(R&D)에 들어가는 비용만 36억 달러에 이른다. 안정적인 수익 확보가 이뤄졌기에 가능한 결과다. 지난해 암젠의 매출액은 약 237억 달러로 미국 제약사 가운데 상위 10위 안에 들었다. 하지만 암젠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다양한 전략을 내세워 계속해서 매출 증대를 꾀하고 있다.

▲암젠은 지난해 약 237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출처=한국투자증권

우선 신약 개발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암젠은 최근 KRAS 저해제인 'AMG 510'을 공개하며 새로운 블록버스터급 치료제의 탄생을 예고했다. 한국투자증권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다수 암종에서 높은 비율로 발현하는 KRAS 변이 단백질은 면역항암제처럼 다양한 적응증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KRAS는 전체 암종의 약 25%에서 발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KRAS 변이의 하위 종류인 KRAS G12C는 상업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폐 선암에서 전체 KRAS 변이 중 G12C 변이가 44%로 가장 빈번하게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비소세포폐암에서 12~14%, 대장암에서 11%, 췌장암에서 3% 수준으로 KRAS G12C 변이가 나타났다.

암젠은 자체 개발뿐만 아니라 필요한 경우 경쟁사의 신약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기도 한다. 지난 8월 암젠은 세엘진의 경구용 건선 관절염 치료제 '오테즐라'를 134억 달러에 인수했다. 

지난해 오테즐라의 매출은 전년대비 19% 증가한 16억 달러를 기록했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는 2025년까지 오테즐라의 매출이 약 39억 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미국 FDA에 승인을 받은 오테즐라는 지속적으로 적응증을 확대해 중증도 중증 판상형 건선, 활성 건선성 관절염, 베체트병 관련 구강궤양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화이자의 '젤잔즈'도 건선성 관절염치료제로 FDA 승인을 받았지만 오테즐라와 약물의 작용기전이 달라 치열한 경쟁은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오테즐라는 향후 암젠의 새로운 매출 효자 품목으로 무난히 이름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데이터는 2025년까지 오테즐라의 매출이 약 39억 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출처=Global Data, 한국투자증권

암젠은 전체 매출의 20%를 차지하는 엔브렐의 특허연장에도 성공했다. 지난 8월 노바티스의 자회사인 산도스와 벌인 특허소송에서 승소해 엔브렐의 미국 내 특허만료 기간을 기존 2025년에서 2028년으로 늘렸다. 엔브렐의 특허만료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매출손실을 3년가량 막을 수 있게 됐다.

암젠은 바이오시밀러를 통한 매출 증대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암젠이 미국에서 판매승인을 받은 바이오시밀러는 암제비타, 칸진티, 엠바시 등이다. 이 중 칸진티와 엠바시는 오리지널 의약품인 허셉틴과 아바스틴의 미국 특허가 만료됨에 따라 내년부터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간다. 지난해 미국에서 허셉틴은 29억 800만달러, 아바스틴은 29억 달러의 매출을 각각 기록했다. 암젠은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약 12% 저렴한 가격으로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해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게다가 미국의 최대 보험사 중 하나인 유나이티드헬스케어가 최근 바이오시밀러를 잇달아 선호의약품으로 등재하며 판도 변화를 예고했다. 유나이티드헬스케어는 오는 10월부터 로슈의 허셉틴과 아바스틴보다 바이오시밀러에 대해 우선적으로 보험등재를 보장하겠다고 공표했다. 선점 경쟁이 중요한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암젠의 우위가 점쳐지고 있다.

국내 최대 바이오제약 기업을 운영 중인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지난해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2020년까지 암젠, 제넨텍과 함께 세계 3대 바이오 기업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암젠은 비교적 짧은 업력에도 안정적인 수익과 다수의 혁신 신약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수많은 바이오텍들의 롤모델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