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항을 겪고 있는 브렉시트

노딜 브렉시트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10월 19일 토요일, 영국 하원이 브렉시트 이행법률이 제정될 때까지 브렉시트 합의안 승인을 보류하자, 존슨 총리는 21일 바로 승인 투표를 다시 열겠다고 호기를 부렸다. 브렉시트 강행 의지를 밝힌 것이다.

그러나 21일 월요일, 존 버커우 영국 하원의장은 “(정부가 내놓은) 안건은 토요일 나온 것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것으로 이미 (하원에서) 결정된 것”이라며. “그러므로 오늘 안건은 토론에 부쳐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반복적이고 무질서하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계속 브렉시트 합의안 승인을 보류하겠다는 뜻이었다.

영국 의회는 같은 회기 내에 동일한 사안을 표결에 부치지 못 하게 하고 있다. 일사부재리(ne bis in idem) 원칙 때문이다. 일사부재리란 어떤 사건에 대해서 일단 판결이 내리고 그것이 확정되면 그 사건을 다시 소송으로 심리, 재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뜻한다. 영국 정부의 브렉시트 합의안 승인투표 재추진도 이 규약에 가로막혔다.

존슨 총리는 지난 19일 하원에서 브렉시트 합의안 승인을 받으려 했지만, 표결 자체를 하지 못했다. 찬성 322표, 반대 306표. 하원이 ‘레트윈 수정안’을 16표 차이로 가결했기 때문이다. 보수당 출신 무소속 올리버 레트윈 의원이 발의한 레트윈 수정안은 브렉시트 이행법률이 처리되기 전까지 합의안 표결을 보류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합의안 재표결이 무산되면서 영국 정부는 브렉시트 이행 법안의 의회 통과를 위한 절차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정부는 어쨌든 일단 이달 31일 브렉시트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영국 브렉시트부는 21일 보도 자료를 통해서 EU와의 브렉시트 합의안을 영국에서 법제화하기 위한 법안을 이날 하원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새롭게 불붙는 스페인 카탈루냐 독립 시위

유럽의 홍콩이 바로 스페인의 카탈루냐. 카탈루냐 지역은 스페인 동남쪽 바르셀로나, 헤로나, 레리다, 타라고나 등 4개 주를 말한다. 홍콩이 중국으로부터 독립운동을 벌이는 것처럼, 카탈루냐도 지금 스페인의 통치에서 벗어나기 위해 독립운동 중이다.

카탈루냐 지역은 스페인 주류 문화인 카스티야 문화와는 다른 문화와 언어. 절반 이상의 주민이 스페인어 대신 카탈루냐어를 사용하고 있다. 17세기부터 독립운동이 진행됐고, 20세기 초에도 독립파들이 카탈루냐 공화국 건국을 발표했었다. 스페인 내전 후 프랑코 집권기에 자치권을 박탈당했지만 프랑코 사후 다시 자치권을 얻었다.

주목할 점은 카탈루냐의 경제력. 카탈루냐는 스페인 전체 면적의 6%에, 전체 인구의 16%에 불과하다. 하지만 경제 규모는 스페인 국내총생산(GDP) 19%를 차지한다.

문제는 스페인 정부가 카탈루냐 지역 세금을 중앙정부로 이관한다는 사실. 카탈루냐 지역은 세금을 거둬서 절반을 스페인 중앙정부로 빼앗긴다. 기분 좋을 리가 없다.

카탈루냐 독립운동의 과격성은 홍콩보다 심하다. 카탈루냐 시위대는 도로와 철도를 점거한 후 차량에 불을 지르고 강경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로 지금까지 170명의 부상자가 발생하고 25명이 체포됐다. 지난 10월 14일 월요일, 스페인 대법원은 독자적으로 카탈루냐 독립 찬반투표를 진행한 12명의 카탈루냐 자치 정부 지도자와 시민운동가에게 선동과 공금유용의 혐의로 9년에서 13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미국과 러시아까지 관련된 쿠르드족의 터키 내전

탈아입구(脫亞入歐)를 지향하는 터키. 1923년 공화국 수립 이후, 유럽편입을 일관되게 추진해온 터키는 EU 가입이 목표이다. 1960년 EEC 준회원 가입, 1987년 EC 정회원 가입 신청, 1996년 터키-EU간 관세동맹 발효에 이르기까지, 터키가 유럽 국가로 인정받기 위해 해온 노력은 그야말로 눈물겹다. 그런데 터키도 현재 내전 중.

내전의 상대는 쿠르드족 난민. 8,000만 명 터키 인구 중 4분의 1이 쿠르드족 난민. 터키, 이라크, 이란에 흩어져있는 쿠르드족 난민은 어림잡아 4,000만 명 전후이다.

터키에 2,000만 명, 이라크에 500만 명, 이란에 1,000만 명, 그 외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과 투르크메니스탄, 아프가니스탄, 러시아 등에도 소규모로 거주하고 있다. 크루드족 난민의 목표는 흩어진 동포를 모아 터키, 이라크, 이란 아래에 국가 건설.

EU 가입 목표의 터키에게 쿠르드족 인권문제는 발목을 잡는 문제. 자치 독립을 주장하는 쿠르드족들을 억압할 수도 없고, 방치할 수도 없는 터키. 현재 상황 진퇴양란.

터키의 크루드족 제압은 이이제이(以夷制夷). 쿠르드족을 적으로 여기는 IS의 터키 진입을 묵인하기도 하고, IS에 반대하는 미국이 시리아 공습에 나설 때 공군비행장을 빌려주기도 했다. 물론 터키는 공식적으로는 IS와 터키의 병력지원 요청을 거절했다.

그런데 지난 10월 21일 월요일, 자국 내 쿠르드 자치지역의 분리주의 테러조직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을 시리아 분파라는 명분으로 침공한 터키는 미국의 중재 아래 쿠르드족 공격을 멈췄고, 시리아 주둔 미군은 이라크로 이동했다. 그러나 미군의 시리아 철군은 터키의 쿠르드족 공격을 용인하는 셈. 이제 터키의 선택만 남은 상황이다.

그런데 이튿날 22일 화요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시리아 지원국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만났다. 러시아는 미군 철수로 공백 상태가 된 시리아 북동부에서 영향력을 강화하고, 쿠르드족이 결성한 조직 모두를 시리아 정부 내로 통합해 불법 무장단체를 제거하려한다. 터키는 쿠르드족 공격 여부를 저울질한다.

 

브렉시트 이후의 유럽

브렉시트 협상 최대 쟁점은 아일랜드-북아일랜드 국경 문제. 해결방안은 ‘북아일랜드 이중관세 체계’를 통해 극복하겠다는 내용. 브렉시트를 위해서라면, 북아일랜드의 경제적 독립까지도 허용하겠다는 것이 브렉시티를 주도하는 영국 보수당의 의중이다.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바라는 카탈루냐 지역. 계속되는 독립 시위를 막기 위해서는 무력진압밖에 답이 없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카탈루냐는 죽음을 불사할 것이다.

지난 100년간 독립을 꿈꿔온 터키 내 쿠르드족. 주변 국가 쿠르드족과 연대해서, 쿠르드족 국가를 만드는 것이 목표. 쿠르드족 국가 건설은 터키에게는 부담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쿠르드족 국가 건설을 방해할 것이다. 그러나 브렉시트 이후는 달라진다.

EU를 처음 구상한 영국은 북아일랜드를 EU에 잔류시켜서라도 브렉시트를 추진한다. 반면 스페인은 무력을 통해서라도 카탈루냐를 붙들어두려 한다. EU 편입을 바라는 터키는 쿠르드족을 침공해서라도 쿠르드족의 분리 독립을 끝까지 막으려고 한다.

하지만 브렉시트가 결행되면, 카탈루냐와 쿠르드족 분리 독립도 막기 힘들다. 경제적 명분을 내세우면, 막을 방도가 없다. EU 잔류를 원하는 북아일랜드처럼 카탈루냐와 쿠르드족의 EU 탈퇴를 막을 수 없다. 브렉시트가 가져올 예상 못한 나비효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