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민성 기자] 메리츠금융그룹이 2011년 3월, 금융 지주사로 전환한 이후 금융업계에서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가 업계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메리츠금융그룹은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종금증권 두 계열사를 기반으로 폭풍 성장하며 10년간 자본 규모가 4배 이상 증가했다. 

성장을 위한 변화 과정은 효율적인 기업문화가 만들어진 계기가 됐다. 메리츠금융그룹이 금융업계에서 고속 성장한 배경에는 자율성에 기반한 책임주의와 프로의식이 깊숙이 깔려있다. 

메리츠종금증권과 메리츠화재가 변화하기까지 행보를 종합해보면 “기존의 판을 깼다”고 정의할 수 있다. 메리츠금융그룹이 지난 10년간 변화를 위한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금융업계에서는 의아해했지만 지금은 업계가 긴장하는 그룹으로 성장했다. 

그 배경에는 투자의 귀재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대표이사 부회장과 탈권위의 대명사인 김용범 메리츠화재 대표이사 부회장이 중심에 있었다. 

◇ 메리츠금융그룹, 계열사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전편 개편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은 2005년 메리츠금융그룹을 한진그룹으로부터 계열 분리하고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종금증권을 책임질 능력 있는 전문경영인을 찾았다. 또한 인재 발굴과 사업 개편을 위한 준비작업에 전폭적인 지원을 해왔다. 업계 최고의 연봉 제시로 능력 있는 선수를 스카우트 해온 메리츠금융그룹은 계열사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바꾸는 도전적인 움직임도 병행했다. 

메리츠금융그룹은 메리츠증권이 메리츠종합금융과 합병하기 전인 2009년 최희문 대표를 영입해 합병을 위한 기업 실사에 참여하도록 했다. 최희문 대표는 메리츠종금증권에 합류하면서 가장 먼저 기업의 부실채권을 대거 털어내 자산을 클린하게 만드는 작업을 진행했다. 최대표는 골드만삭스와 삼성증권 캐피털마켓사업 본부장으로서 오랜 기간 채권트레이딩, 파생상품, 기업금융 등 투자은행(IB) 업무를 다양하게 경험했고 이를 바탕으로 메리츠를 강하게 이끌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2012년 지점 통폐합 작업 이후 2015년 업계 최초 초대형점포 운영으로 업무 효율성을 높였고 동시에 증권업계 IB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을 총동원해 자본 확충해 왔다. 구체적으로 2014년 아이엠투자증권 자회사 편입을 시작으로 자기자본이 늘어났고, 2015년에는 유상증자가 지주로부터 진행돼 4142억의 자본이 유입됐다. 

이어 2016년 메리츠금융지주에 있던 메리츠캐피탈의 주식 100%를 주식 교환계약으로 자회사로 전환했고 2017년 전환상환우선주(RCPS) 발행으로 자기자본 규모가 3조원까지 증액되면서 같은 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인가를 획득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자본 규모 확대 과정은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 계열사와 다른 방식으로 금융사 자본 성장에 교과서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메리츠화재의 변화 과정도 보험업계에선 혁신적인 성과로 비친다. 2011년에 메리츠종금증권 부사장으로 합류하고 2014년 최희문 대표와 함께 메리츠종금증권 경영을 같이했던 김용범 대표는 2014년 초대형점포를 만들어 리테일에 변화를 그려낸 것을 바탕으로 메리츠화재에도 2016년 사업가형 본부장 체제를 전면 도입했다. 다른 방식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유사한 체계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초대형점포가 영업 인력을 한곳에 모아 불필요한 비용을 줄인 것이라면 메리츠화재의 사업가형 본부장체제는 정규직 지점장 제도를 계약직 사업가형 본부장 제도로 바꿔 성과에 비례해 성과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지점장은 직급에 따라 받는 정규직 월급이 아니라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아 철저하게 성과를 끌어올리도록 유도했다.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의 영업 실적이 좋은 차장급 직원 중 하나는 실적이 좋아 월 2000~3000만원 사이의 보수를 챙겨가기도 한다고 알려졌다. 이 때문에 과거에 영업지점에 가길 꺼리던 직원들도 서로 지점장을 하겠다고 대기하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 경영전략 측면에 메리츠 한정된 리소스 최대한 활용

경영전략 측면에서 메리츠화재·메리츠종금증권이 대형사보다 한정된 자원(리소스)을 가지고 높은 실적을 끌어올렸던 요인은 잘하는 사업에 역량을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메리츠화재는 손해율을 통제하기 어려운 자동차보험보다 장기인보험의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장기간 노력을 해왔고 메리츠종금증권은 주식시장 등 외부변화 요인이 큰 리테일부문보다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기업금융에 특화해 증권업계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두 기업이 잘하는 분야에 집중해 자산을 키우는 동안 계열사도 늘어났다.

초장기 메리츠금융그룹은 메리츠종금증권과 메리츠화재에 기반했지만 이제는 메리츠자산운용, 메리츠캐피탈, 메리츠대체투자운용, 메리츠금융서비스, 메리츠비즈니스서비스, 메리츠코린도보험까지 총 8개 계열사로 확대됐다. 메리츠금융그룹이 계열사에 출자한 금액은 1조5158억원 수준이지만 각 계열사들의 덩치가 커지면서 총 자본규모는 이보다 4배 이상 늘었다. 메리츠금융그룹은 지주사로 전환할 당시 자본규모가 3165억원에 불과했지만 올 상반기 6조554억원까지 증가했다.

◇ 메리츠의 경쟁력 5원칙 

1. 무임승차는 없다
2. 돈 되는 사업만 한다
3. 비경쟁부문 시장 개척하라
4. 성과급 영업은 숭고하다
5. 혁신문화가 만든 모험심

메리츠금융그룹이 조직문화 차원에서 변화한 것은 크게 5가지다. 

첫째, 임원부터 직원까지 무임승차를 없앤 것이다.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대표는 처음 회사에 들어와서 “관리를 위한 관리는 없다” “임원들도 다 영업해야 한다” “영업 위에서 뒷짐지고 돈 버는 사람은 안 된다” “임원이면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처음 메리츠금융그룹이 금융 지주로 사업을 개편하는 작업을 시작하던 2011년부터 보수적인 성향을 보인 임원들이 대거 퇴직하기도 했다. 무임승차를 없애면서 메리츠는 노동강도가 오히려 낮아졌다는 후문이다. 

흔히 노동강도가 높다고 말할 때는 내가 하기 싫은 일을 윗사람이 억지로 지시해서 할 때 발생하지만 메리츠는 전부다 전문집단인 동시에 각자의 사업을 하고 있다는 의식이 강해 스스로 조절해 맡은 일을 하고 있다.

둘째, 메리츠는 속된 말로 “돈 되는 사업만 한다” 메리츠종금증권의 경우 수많은 딜(Deal)이 들어오고 때로는 소액으로 벤처사업 투자를 진행하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돈이 되는것만’ 한다고 말한다. 메리츠화재도 마찬가지다. 손해율이 올라 매년 적자가 발생하는 자동차보험은 이미 게임이 끝났다고 메리츠는 판단했다. 가뜩이나 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자산운용이익률(투자수익)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보험영업에서 적자가 발생하는 것은 업계서도 비정상적인 모습으로 바라보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대형사인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과 달리 자동차보험 광고를 따로 진행하지 않고 있다. 대신에 실적을 매년 가져올 수 있는 장기 인보험 점유율 확대를 위해서라면 상품 기획부터 개발, 영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요소를 가리지 않고 공격적으로 접근한다. 

셋째, 메리츠금융그룹은 비경쟁부문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남들이 보지 않는 투자에도 관심을 가진다. 가령 신용등급 BBB를 받은 기업이거나 혹은 그 아래 등급을 가진 기업도 눈여겨본다. BBB 신용등급을 받은 채권의 경우 대형사에서는 단지 등급이 약해서라는 이유에서 잘 취급하고 있지 않는다. 하지만 메리츠종금증권은 내용을 따져보고 안정적이라면 매입한다. 부동산개발과 부동산PF 딜도 마찬가지다. 초창기 메리츠금융이 증권업을 시작할 때 가장 잘하던 분야를 지금까지 살렸던 게 ‘부동산금융’이다.

부동산PF는 경기흐름에 따라 우발채무가 늘어날 수 있다고 흔히 판단하는데, 메리츠종금증권은 양질의 부동산과 부동산 개발건을 다루고 있고 엄격한 기준으로 대출과 지급보증을 해주면서 현재까지 채무불이행이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메리츠화재의 경우 2013년 이후 5년 만에 파격적인 보장으로 펫보험에 재진출해 화제를 모았다. 펫보험을 만들기까지 해외 사례와 애견 박람회, 강아지·고양이 인터넷 카페까지 기획자와 개발자가 들여다보고 보상체계와 언더라이팅을 진행해 강아지·고양이의 대부분 질병을 보장하는 획기적인 상품을 만들어냈다. 이 상품은 출시한지 10개월이 지난 현 시점 펫보험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넷째, 메리츠는 성과급 영업을 강조한다.

메리츠화재가 사업가형 지점장 제도를 도입한 이후 실적이 높은 지점장은 고액의 인센티브를 받는다. 전속 설계사도 업계 최고 수준의 수당이 지급된다. 메리츠화재는 성과급에 기반한 공격적인 영업으로 장기인보험에서 업계 1위를 넘보고 있다. 삼성화재를 비롯해 대형사들은 메리츠화재의 점유율 확대를 견제하기 위해 보험료인하, GA시책 확대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맞대응하는가 하면 일부 기업은 경쟁을 포기한 상황이다. 메리츠종금증권도 성과급 영업을 핵심으로 삼는다. 특히 리테일 부문에서는 기본급이 낮고 인센티브는 업계 최고 수준으로 대우한다. 본사의 투자 일선에 있는 영업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메리츠종금증권은 모두 전문가 집단이기 때문에 각자가 사장님처럼 일한다고 표현한다. 

마지막으로 메리츠는 ‘혁신문화가 만든 모험심’이 기업 이미지로 떠오른다. 불필요한 대면보고와 형식적인 업무절차를 없애고 권위의 상징인 의전을 없앤 것도 혁신문화로 꼽힌다. 보수적인 금융업계에서는 쉽게 바꾸기 어려워 여전히 절차를 중시하는 전문경영인이 많다.

메리츠의 이러한 행보는 최희문, 김용범 부회장이 직접 탈권위와 실용주의를 내세웠기 때문에 가능했다. 최희문 메리츠종금 대표는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열리는 딜리뷰 회의에서 직접 참여해 업무를 파악하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 관계자는 딜리뷰 회의에 참석하는 최희문 대표에 대해 "토론문화에서 권위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메리츠종금증권 관계자는 "최희문대표는 언제든지 실적을 가져올 수 있는 ‘딜 ’에 대해서 만큼은 대표가 항상 준비가 돼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딜 리뷰 회의는 최희문 대표뿐만 아니라 관련 임직원 모두 10년 동안 가볍게 보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고 덧붙였다. 

딜리뷰 회의는 회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베이스(DB)화 돼 메리츠종금증권만의 파워로 이미 자리 잡았다. 메리츠화재의 김용범 대표가 만든 혁신문화도 눈길을 끈다. 김용범 대표도 신상품이 출시되기 위한 기획회의를 참석하고 있으며 회의를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또한 상품이 만들어질 때 부서 간에 영역을 허물어 하나의 조직으로 일한다고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말했다.

메리츠종금증권과 메리츠화재 외에도 메리츠캐피탈과 메리츠자산운용의 성과도 뚜렷하다. 아직 업계에서 메리츠캐피탈과 메리츠자산운용의 규모는 작은 수준이지만 메리츠종금증권의 딜에서 파생되는 부동산금융, 회사채투자와 같은 기업금융과 사모사채 인수금융 등 자금을 조달하는 부분에 대해 같이 협력하고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이 증권업과 리소싱업무가 능숙한 점을 이점으로 활용해 증권업이 소싱하는 기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나고 있다는 게 메리츠 관계자의 설명이다.

메리츠자산운용은 메리츠종금증권의 100% 출자한 자회사로 2008년 설립됐다. 지난해 말 기준 메리츠자산운용의 자산규모는 425억원으로 지주사로 전환된 2011년 자산운용액 122억원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메리츠자산운용은 메리츠화재와 수익증권(펀드) 계약을 맺어 실적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메리츠화재는 메리츠자산운용에 펀드를 550억원 매입했고 메리츠부동산자산운용에 펀드도 226억원 매입했다. 메리츠금융그룹 관계자는 “메리츠금융그룹을 스토리로 엮으면 성장이 키포인트”라면서 “기존의 틀을 깨고 판을 바꾸면서도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일관성을 유지하고 꾸준히 밀고 나가는 것이 메리츠만의 특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