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씨소프트 리니지2. 출처=엔씨소프트

[이코노믹리뷰=황대영 기자] ‘제16대 대한민국 대통령 취임’, ‘태풍 매미’, 임창정의 ‘소주 한 잔’, ‘이라크 전쟁’, 영화 ‘매트릭스: 리로디드’, ‘대구 지하철 참사’, ‘이승엽 통산 300호 홈런’, ‘청계고가도로 철거’,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 등 앞서 열거한 사건들의 공통분모는 ‘2003년’이다. 16년 전인 2003년은 밀레니엄이라고 불린 세기말 현상이 점차 사회에서 희석되고, 천재지변과 인재까지 겹쳐 다사다난했던 해로 기억되고 있다.

그런 2003년은 대한민국 게임업계에도 큰 변화를 가져온 해 중 하나다. 전국 인터넷 환경이 급속도로 발달하면서 성장한 PC온라인 게임 산업은 점차 3D(3차원) 그래픽을 도입하면서 전환기를 마련했다. 엔씨소프트는 2003년 10월 1일 두 번째 PC온라인 게임 ‘리니지2’를 공개서비스(OBT)에 돌입하며 3D PC온라인 게임 시대를 활짝 열었다. 실제 리니지2 월드가 열리자마자 모든 서버의 상태는 ‘혼잡’으로 연일 비명을 질렀다. 그 속에서 게이머들은 리니지2만의 콘텐츠에 더욱 매료됐다.

언제 어디서나 모험을 떠날 수 있는 ‘파티 시스템’

▲ 리니지2 파티 플레이. 출처=엔씨소프트

리니지2의 핵심 콘텐츠는 두말할 것 없이 ‘혈맹’ 시스템이다. 전작인 ‘리니지’에서 넘어온 혈맹 시스템은 리니지2 커뮤니티 형성에 주요한 역할을 끼쳤다. 그런 혈맹 시스템이 더욱 커지면 대규모 커뮤니티인 ‘동맹’ 시스템으로 확장됐다. 그런 대규모 커뮤니티에도 기초가 되는 ‘파티’ 시스템이 자리를 잡았다. 2~9인이 파티를 맺어 협동 플레이를 할 수 있는 파티 시스템은 풍부한 리니지2 게이머들에게 더욱 많은 재미를 제공했다.

리니지2는 1차 전직(20레벨) 이후 본격적인 파티 사냥이 시작된다. 올 마훔 야영지, 투렉 오크 야영지, 개미굴, 잊혀진 신전, 크루마 탑, 안타라스의 둥지까지 성장을 위한 주요한 사냥터에서 무한대로 플레이 하기 위해서는 파티 사냥이 필수적으로 뒤따랐다. 대량의 몬스터가 리스폰(Respawn, 재배치) 되는 곳은 항상 파티 사냥이 이뤄졌으며, 던전 속 몬스터의 무지막지한 체력과 공격력에 가장 가성비 높은 사냥 방법이기도 했다.

최근 게임 트렌드는 보다 개인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2003년 리니지2 출시한 시점에 파티 시스템은 변화와 혁신으로 다가왔다. 리니지2에 접속하면 8~12시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게 만든 것이 바로 파티 시스템이다. 고급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사냥터는 심야 시간에도 파티가 해산되지 않고 이어졌다. 또 비교적 가볍게 즐기고 싶은 게이머들은 페어리 계곡, 상아탑 등 소규모 파티로 플레이할 수 있는 곳으로 모험을 떠났다.

리니지2는 파티로 쌓은 친분이 혈맹 가입 또는 창설로 이어졌고, 보다 단단한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현상을 불러왔다. 외부에서 바라보는 리니지2는 혈맹이 핵심 콘텐츠로 비치지만, 그 속에서는 수많은 파티 시스템이 맺고 끊어지며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구축했다. 또 파티와 혈맹 간 버프 부분은 큰 차이가 없어 혈맹이라는 하드코어 한 콘텐츠로 발전하기 전까지 파티 시스템이 충분히 보완했다.

리니지2, 일확천금의 기쁨... 아이템 획득

▲ 리니지2 여왕개미 레이드. 실제 여왕개미는 개미굴에서 등장하며, 필드에서 등장하는 보스 몬스터가 아니다. 출처=엔씨소프트

리니지2를 기억하는 게이머들에게 어느 순간에 가장 희열을 느꼈냐고 묻는다면 빠질 수 없는 대답이 바로 희귀 아이템 획득 순간이다. 리니지2는 아이템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무급 ‘펄션’에 ‘청동 세트’부터 D급 ‘혁명의 검’에 ‘브리건딘 세트’, C급 ‘싸울아비 장검’에 ‘풀 플레이트 세트’ 등 장착 아이템에 따라 변하는 외형은 게이머들에게 아이템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했다. 또 ‘카타나’ 등 외형이 수려한 일부 아이템은 동급 아이템보다 고가에 거래되기도 했다.

그런 아이템을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몬스터는 대부분 재료 아이템만 주기 일쑤였고, 매우 낮은 확률로 완성된 제품(완제품)을 드롭했다. 완제품이 몬스터로부터 등장했을 때는 소리부터 달랐다. 특히 방어구보다 5배 이상 고가인 무기 아이템은 등장하는 순간 파티원들의 아데나(게임재화)가 풍부하게 늘어났다. 고가의 무기를 드롭하는 몬스터가 등장하는 장소는 리니지2 게이머들이 순번까지 매겨가며 파티에 포함되려고 기다렸다.

리니지2는 완제품 말고도 ‘잡템’이라고 불린 재료 아이템을 모으는 재미도 쏠쏠했다. 피혁, 동물뼈조각, 나무줄기, 철광석, 연마제, 흑탄, 숯 등 1차 재료부터 코크스, 가죽, 거친뼈가루, 질긴끈, 강철 등 2차 재료까지 창고에 쌓아가는 재료 아이템이 눈을 즐겁게도 했다. 또 정화의 돌처럼 고급 재료 아이템을 뽑아 낼 수 있는 곳은 드워프 종족을 필수적으로 파티에 포함시켰다. 이 같은 재료 아이템은 다른 게이머에게 되팔거나 고급 무기 또는 방어구 제작에 사용됐다. 리니지2는 재료 아이템의 가격도 비싼 편에 속해서 일부러 초보존(Zone)에서 재료 아이템만 모으는 게이머들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리니지2는 여왕개미, 오르펜 등 100여명 이상이 참가하는 레이드에서는 매우 희귀한 아이템이 드롭됐다. ‘여왕개미의 반지’, ‘오르펜의 귀걸이’ 등 아이템은 경매를 통해 거래되며, 그 수익은 모든 레이드 참가자들에게 분배됐다. 희귀한 아이템의 효과적인 성능과 가치는 전작인 리니지로부터 계승했다. 무기 아이템이 드롭하는 사냥터에서 ‘철컥’ 하는 소리가 들리기를 기대한 것은 모든 리니지2 게이머들의 소망이었다.

현실이 투영되는 리니지2, 리니지2M으로 그 전율 그대로

▲ 리니지2 기란성 마을. 출처=엔씨소프트

초기 리니지2는 수많은 게이머들이 만들어낸 경제 시스템도 특징이다. 현재의 리니지2는 16년간 서비스를 이어오면서 게임 재화 인플레이션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풍요의 시대’까지는 끊임없는 게이머 유입으로 수요가 창출됐고, 그들이 만들어낸 경제권이 형성됐다. 물물교환부터 정찰제 판매까지 마치 전근대적인 시장 경제와 많이 닮았다. 천천히 다른 게이머가 획득한 아이템을 구입할 때는 합리적인 가격, 급히 아이템을 구매할 때는 정가 수준 등 현실과도 투영됐다. 또 중세 유럽풍의 리니지2 배경은 이 같은 경제 시스템과 잘 어우러져 더욱 현실감을 높였다.

16년 전 리니지2에서 느낀 전율과 감동은 모바일 게임 ‘리니지2M’에서 이어진다. 엔씨소프트가 4분기 출시 예정인 리니지2M은 원작 리니지2의 ‘풍요의 시대’를 배경으로 핵심 콘텐츠 부분을 일부 승계했다. 리니지2M은 파티 사냥부터 대규모 레이드, 아이템까지 원작의 핵심 요소를 통해 재미를 배가시키는 한편 모바일 디바이스에 최적화된 UI/UX로 모바일 게이머들에게 2003년 10월 1일의 느낌을 다시 불러일으킬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