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중국이 장기간 한국 게임에 판호(영업허가권)를 내주지 않으며, 우리나라도 중국 게임 수입을 제한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맞불 작전을 펼치자는 의미다. 

업계 전문가들은 해당 정책의 실효성이 약할 수 있다며 일단 맞불 작전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다만 판호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을 촉구하며 유연한 대응도 주문하는 분위기다.

“게임 불공정무역, 중국에 맞대응 해야”

지난 21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종합 감사에선 중국의 판호 미발급 문제가 핵심 논쟁으로 떠올랐다. 

조경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측에 판호 문제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상호주의 원칙에 따른 맞대응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도 중국산 게임 서비스를 제한하자는 의미다.

이 같은 주장의 근거는 양국의 무역불균형이다. 중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를 계기로 한한령 정책을 펼쳤고, 지난 2017년 3월 이후 한국산 게임에 중국은 단 한 건의 판호도 내주지 않았다. 중국에서 유료 서비스를 하려면 당국의 영업허가권인 판호를 받아야한다. 한국 게임의 중국 수출길이 3년째 막혀있는 셈이다.

반면 중국 게임은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에 진입하며 매출 차트를 점령하고 있다. 국내 앱마켓 매출 TOP 10 중 중국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경우에 따라 절반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 국내 3대 마켓 모바일 게임 일간 매출 순위. 출처=모바일인덱스

종합감사에 참여한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이 같은 문제에 대해 “문화 산업 수입과 수출에 대해 전반적으로 검토하겠다”면서 “판호와 관련해서 한·중·일 장관 회의 때 중국 측에 협조를 요청한 바 있다”고 답했다. 또한 국산 게임의 판호 발급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판호 문제는 지난 17일 열린 국감에서도 언급된 바 있다. 조 의원은 당시에도 중국의 불공정무역에 대한 문체부의 맞대응과 의견 피력을 강조했다. 김현환 문체부 콘텐츠정책국장은 이를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중국 게임 제한 “말처럼 쉽지는 않다”

중국에 대한 반감이 커지며 중국 게임의 한국 진출 제한에 대한 국민적인 공감대는 어느 정도 형성된 상황이다. 그러나 중국 게임을 막는 것에 대한 실효성도 고려해봐야 한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우선 ‘중국 게임 제한’이라는 표현은 모호하다. ‘중국 게임’을 전면적으로 막자는 말인지, 중국 게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자는 말인지 명확하지 않다.

전자의 경우 정부에서 관련 규정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에 따른 시간 소요와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주장이 나온다. 예를 들어, 수입을 제한하려면 우리나라도 판호와 비슷한 정책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런 법령을 제정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시행착오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중 게임 콘텐츠 무역 전문 업체 YK게임즈 김사익 대표는 “특정 외국 게임을 배척하는 동시에 한국 게임을 보호하는 정책을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실효성이 떨어진다”면서 “법령 제정에 따라 오히려 한국 게임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의 판호 정책은 이미 10년 넘게 지속되어 온 이력이 있고 모바일 게임에 적용된 지도 수 년이 넘은 정책이라는 설명이다.

▲ 중국 국기. 출처=이미지투데이

만약 중국산 게임 수입에 제한을 둔다면 중국 업체가 편법을 사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 업체는 유통길을 우회하는 방법으로라도 한국에 게임을 수출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중국에 본사를 둔 퍼블리싱 회사의 한 고위 관계자는 “한국에서 중국 게임의 수입을 제한하면 중국 업체는 충분히 우회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 예로 제3 국가의 법인으로 한국에 게임을 출시하거나 게임 판권을 아예 한국에 팔아버리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는 우리나라의 일부 게임이 중국에 진출할 때 사용하는 방법과 비슷하다. 일각에선 한국에서 개발한 게임을 중국에서 개발한 게임으로 내자 판호(중국에서 개발한 게임에 대한 판호)를 신청해서 서비스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게임을 서비스하는 한국 퍼블리셔의 피해도 불가피하다. 현재 수많은 한국 퍼블리셔가 중국 게임의 서비스를 맡고 있다. 그 중에는 중국산 게임만을 전문으로 퍼블리싱하는 회사도 적지 않다. 중국 게임에 대한 활로를 막으면 이들 한국 업체의 피해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서비스되고 있는 중국산 게임에 대한 조치도 고민거리다. 시장엔 이미 많은 중국 게임이 서비스되고 있으며, 이들 게임만으로도 국내 시장 장악력은 상당한 상황이다. 그만큼 중국산 게임을 즐기고 있는 한국 이용자들이 많으므로 이미 있는 게임의 서비스를 제한하는 건 사실상 힘들다는 평이 나온다.

“게임위 통해 중국 게임 사전·사후 감시 강화해야”

노골적인 중국 게임 제한보다는 게임물관리위원회를 통해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은 “중국산 게임의 전면 수입금지보다는 중국 게임에 대한 사전·사후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게임물관리위원회를 통해 사전 심의등급을 철저히 검토하고 사후 중국산 게임의 운영 문제에 대해 엄격하게 제재하는 게 큰 효과가 있을 거라는 설명이다. 위 교수는 중국 게임에 대한 심의기관을 증설해야한다고도 강조했다.

▲ 게임물관리위원회는 등급심의를 진행한다. 출처=게임물관리위원회 홈페이지 갈무리

모바일 게임은 ‘12세 이용가’ ‘15세 이용가’ ‘청소년 이용불가’ 등 게임 콘텐츠에 맞는 등급을 받아야 서비스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모바일게임은 게임위의 등급 심의를 거치지 않고도 마켓에서 서비스할 수 있다. 게임위가 자체등급분류 업체로 지정한 구글, 애플, 원스토어, 소니, 오큘러스, 삼성, 카카오 등 플랫폼의 심의를 통과하면 게임을 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체등급분류는 한해 평균 출시되는 게임이 50만건에 달해 게임위 자체적으로 모든 등급심의를 진행할 수 없어서 활용되는 제도다.

문제는 자체심의를 받은 중국산 게임이 서비스를 시작하며 사전 심의 내용에 어긋나는 서비스를 단행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또한 국내 법인이 아닌 만큼 ‘먹튀’ ‘소통부재’ 등 이용자의 불편을 초래하기도 한다.

게임위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등급분류를 하고 있긴 하지만 점차 사후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불법 게임물과 등급에 맞지 않은 서비스를 하는 게임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등급 조정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맞불 작전’ 중국 던전앤파이터·크로스파이어 피해는 제한적일 것”

일각에선 중국산 게임에 불이익을 줄 경우 중국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한국산 게임에 피해가 갈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표적으로 PC온라인 게임 ‘던전앤파이터(넥슨)’ ‘크로스파이어(스마일게이트)’ ‘미르의전설2(위메이드·액토즈소프트)’ 등 게임에 대한 피해 가능성이 거론된다. 

넥슨은 던전앤파이터의 연간 로열티 매출로 1조원 이상을 벌어들이고 있으며, 스마일게이트도 수천억원대의 연간 로열티 매출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르의전설2의 경우 위메이드 지식재산권(IP)사업의 핵심이다.

▲ 던전앤파이터_국내 이미지. 출처=넥슨

그러나 이들 게임의 경우 우려할 정도의 피해는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위 교수는 “그 부분은 한국과의 관계보다 서비스사인 텐센트와 중국 정부와의 관계가 더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들 게임의 경우 이미 오랜 기간 중국 게이머들에게 깊숙이 침투한 게임이기 때문에 한국 게임이라는 인식조차 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또한 당국의 한한령과 관계없이 중국에서 던전앤파이터와 미르의전설2 IP 기반 신작은 꾸준히 판호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판호 문제 해결, 외교부도 같이 나서야”

중국과의 판호 문제 해결을 위해 콘텐츠 산업을 담당하는 문체부뿐만 아니라 외교부의 역할도 필수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문제는 단순히 게임 산업 안에서의 문제가 아닌 한한령 등 정치적 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위 교수는 지난 14일 열린 7차 국회정책토론회의를 통해 “문체부에서 중국에 문제 제기를 시도하기 전까지 한국 정부의 항의는 없었던 상황”이라면서 “특히 외교부는 게임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외교부의 적극적 참여를 촉구한 바 있다. 

김 대표는 “문체부 차원에서 중국에 판호 발급을 해달라고 하는 건 쉽지 않은 문제”라면서 “오히려 판호보다 한한령 자체를 풀 방법을 생각해야한다. 이 부분에서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한한령만 잘 풀린다면 판호라는 정책은 오히려 한국 게임에 유리한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게임 총량이 제한된다는 건 경쟁력 있는 게임의 수요가 높아진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