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올해 5G 상용화가 시작된 가운데, 5G 스마트폰 경쟁도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삼성전자 및 LG전자 등 국내 제조사들의 거침없는 행보가 이어지는 가운데 화웨이에 이어 샤오미까지 본격 진출을 시도하는 등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분위기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강자 애플은 당장 5G 스마트폰 경쟁에 뛰어들고 있지 못하고 있으나, 조만간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할 계획이다.
10개의 검 샤오미 등장..시장 '치열'
중국의 샤오미는 20일 월드 인터넷 컨퍼런스를 통해 내년 10개가 넘는 5G 스마트폰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화웨이와 치열한 내수시장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5G 전략을 보여준다는 각오다. 샤오미는 폴더블 스마트폰 등 하드웨어 폼팩터의 변화보다는 5G 전략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여러차례 밝힌 바 있다. 폴더블 스마트폰 시연영상을 공개하는 등 하드웨어 폼팩터 변화에 의지가 있다는 점만 보여주는 선에서 핵심 역량은 5G로 집중시킨다는 전략이다.
샤오미는 이미 미믹스 알파와 함께 5G 스마트폰인 Mi9 프로를 공개한 상태다. 스냅드래곤855를 탑재했으며 10W 충전속도로 많은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샤오미는 여세를 몰아 내년 5G 스마트폰 10종을 출시한다는 야심찬 계획도 밝혔다. 샤오미의 레이쥔 최고경영자(CEO)는 "5G 스마트폰에 대한 반응이 좋다"면서 "내년에는 다양한 라인업으로 승부를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샤오미 특유의 중저가 라인업 다양성에 방점이 찍힌 로드맵이라는 분석이다. 내년부터 5G 스마트폰 시장이 빠르게 성숙되는 한편, 시장의 규모도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프리미엄부터 중저가 라인업에 이르는 다양한 라인업으로 초반 기선을 잡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의 5G 스마트폰 전략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샤오미가 소위 5G 스마트폰 시장의 후발주자로 활동을 시작한 가운데, 삼성전자는 최초의 기록을 가져갔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전략부터 보면, 올해 상반기 출시된 갤럭시S10과 하반기 갤럭시노트10이 있다.
갤럭시S10은 첫 상용 5G 스마트폰이라는 상징성이 있다. 시네마틱 경험을 제공하는 6.7형 '인피니티-O 디스플레이(Infinity-O Display)'와 스마트폰 후면 쿼드 카메라 등 총 6개의 카메라, 4500mAh 대용량 배터리 등 강력한 성능을 제공하는 상황에서 5G 스마트폰의 첫 관문을 넘었기 때문이다. 이어 갤럭시노트10은 5G 기술력이 더욱 강화된 라인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갤럭시 폴드도 국내에서는 5G 전용으로 풀렸다. 3차에 이은 예약판매에 이어 최근 일반매장 판매에 돌입한 가운데, 하드웨어 폼팩터 변화와 5G의 경쟁력이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중저가 라인업에도 5G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최초의 A 시리즈인 갤럭시A90 5G가 주인공이다. 갤럭시A90 5G는 삼성전자 5G 스마트폰의 범위를 크게 늘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저가 라인업이면서 최첨단 기술인 5G를 품어내기 때문이다.
LG전자도 5G 스마트폰 정국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상반기 G 시리즈를 4G 전용으로 정하는 한편 V50과 V50S를 연이어 5G로 출시했다. 폴더블 스마트폰과 같은 급격한 하드웨어 폼팩터 변화를 끌어내지 않으면서 듀얼 스크린으로 적정수준의 '타협점'을 찾아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다.
애플은 아직 아이폰에 5G 스마트폰을 탑재하지 못하고 있으며 중국 화웨이는 이미 5G 스마트폰을 공개한 상태에서 조만간 등장할 메이트X에도 5G 기술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각자의 전략과 한계
5G 스마트폰이 시장의 대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은 많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5G폰의 점유율은 2020년 10%에서 2023년에는 56%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란짓 아트왈 책임연구원은 “휴대전화 시장의 주요 업체들은 기존 4G폰의 교체를 촉진하기 위해 5G 커넥티비티 기술 도입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절반에 못 미치는 통신 사업자들만이 향후 5년 내에 5G 네트워크를 상용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도 5G 스마트폰의 확산 속도는 상당히 빠르다. 란짓 아트왈 책임연구원은 "5G의 영향으로 스마트폰 시장은 2020년 2.9%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5G의 등장으로 스마트폰 외 ICT 전략도 만개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가트너에 따르면 5G 엔드포인트 설치 기반은 2020년 350만 대에서 2023년 4860만대로 14배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5G는 전체 IoT 엔드포인트 중 2.1%만을 차지할 것이지만, 2028년까지 전체 설치 기반은 3억 241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이 커지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가장 이상적으로 5G 스마트폰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갤럭시S10과 갤럭시노트10으로 대표되는 기본적인 5G 스마트폰 체력은 이미 정평이 난 상태에서, 삼성전자가 이른바 '올인원 5G 인프라'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는 실제로 5G 칩셋부터 스마트폰, 통신장비까지 엔드투엔드(end-to-end) 통합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기업으로 약 10년 전부터 5G 연구 개발에 착수해 표준화를 주도했다. 또 세계 최초 기가비트급 전송속도 구현, 다중셀간 최초 핸드오버 시연 성공 등 5G 이동통신 상용화에 앞장서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5G 네트워크 및 장비, 스마트폰으로 이어지는 원스톱 솔루션은 기기 최적화에 있어 가장 큰 장점이다.
중저가 라인업을 동원하는 5G 체력도 눈여겨 볼 포인트다.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해 9월 4일(현지시각) 미국 CNBC 인터뷰에서 갤럭시 폴드는 물론, 자사의 스마트폰 전략 변화를 극적으로 설명해 시선을 모은 바 있다.
그는 "갤럭시S와 갤럭시노트와 같은 프리미엄 스마트폰보다 중저가 스마트폰에 먼저 신기술을 탑재할 수 있다"면서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프리미엄 라인업에 신기술을 도입한 후 후속 중저가 라인업에 스며들도록 만드는 전략을 구사한다. 갤럭시노트에 최신 기술을 넣은 후 후속으로 나오는 갤럭시A에도 이어가는 전략이다. 그런 이유로 고 사장의 전략은 기존 제조사의 전략과 180도 다른 파격이다. 프리미엄에 준하는 기능을 중저가에 담겠다는 의미는, 결국 전방위적 시장 확장을 위한 승부수임과 동시에 아직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확산이 되지 않은 신진시장을 노리는 절묘한 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중저가 스마트폰에 신기술을 도입하며 가격을 낮추고 점유율 경쟁에 돌입하면 샤오미처럼 소프트웨어 파워에 집중할 가능성도 높다. 최근 삼성전자는 구글과의 협력이 느슨해지며 자체 운영체제와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독자 생태계를 구축하려면 단말기의 확산이 필수며, 갤럭시 중저가 스마트폰의 전략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는 필연적으로 전략의 다양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삼성전자는 카카오 클레이튼과 연합해 블록체인 기술이 담긴 갤럭시 스마트폰을 출시한 바 있다.
결론적으로 삼성전자는 5G 스마트폰 경쟁에서 강력한 프리미엄 5G 스마트폰의 실력, 5G 올인원 플랫폼의 강점, 중저가도 아우르는 5G 스마트폰의 다양성을 내세우고 있다. 샤오미의 경우 여기에서 내년 10개 5G 스마트폰 출시에서 알 수 있듯이 중저가도 아우르는 5G 스마트폰의 다양성에 선택과 집중을 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의 5G 스마트폰 존재감은 강력하지만, 리스크는 있다. 우선 최근 갤럭시노트10 지문인식 논란 등 하드웨어 스펙의 불완정성이 심해지면 전체 5G 라인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여기에 '의도적인 견제'도 관건이다.
WSJ의 조안나 스턴 기자는 지난 7월 20일 미국 전역을 돌며 갤럭시S10 5G 성능을 시험하는 기사와 영상을 공개했다. 미국 전역을 돌며 갤럭시S10 5G의 속도를 제대로 확인하겠다는 취지다. 이 과정에서 갤럭시S10 5G의 발열을 지적했다. 특정 지역에서 갤럭시S10 5G 단말기로 5G 네트워크를 활용하며 발열이 벌어지자 5G에서 4G로 강제로 속도가 내려가는 상황을 연출했다. 그는 심지어 발열이 심한 갤럭시S10 5G를 서늘한 아이슬란드 지역에서만 사용해야 한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단말기의 온도가 올라갈 경우 5G에서 4G로 내려가는 기능은 당연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나아가 조안나 스턴 기자의 지적이 맞다고 해도, 지나치게 특정 지점의 기능을 부정적으로 부각시켜 필요이상의 논란을 일으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결국 의도적인 견제라는 뜻이며, 이는 갤럭시가 넘어야 할 리스크다.
LG전자의 5G 스마트폰 경쟁력은 시너지에 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폴드에 5G를 지원하는 것처럼, LG전자도 듀얼 스크린을 기반으로 V50 시리즈에 5G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전략 일부에 듀얼 스크린으로 통칭되는 새로운 하드웨어 폼팩터 사용자 경험을 내세워 궁극적으로 5G 영토를 넓히는 과정이다. LG유플러스라는 든든한 우군도 LG전자 5G 스마트폰 경쟁력에 큰 도움이 된다.
화웨이는 자국 정부의 막강한 지원을 받아 5G 스마트폰 경쟁에서 질주하고 있으나, 문제는 미중 무역전쟁의 유탄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기업의 화웨이와의 거래를 제한하는 지점이 우려스럽다.
구글과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는 대목은 재앙에 가깝다. 화웨이 미주법인의 조이 탄 부사장은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규제 리스트에 오른 후 일부 대체 솔루션을 찾을 수 있었지만, 가장 힘든 부분은 구글의 서비스"라면서 "오픈 소스 기반의 안드로이드는 사용할 수 있으나 앱 작동의 핵심인 서비스는 사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국에서는 문제가 없으나, 글로벌 시장에서는 구글과의 협력이 없으면 정상적인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출시할 수 없다. 이는 5G 스마트폰 전략의 확장을 노리는 화웨이에게 리스크다.
5G의 메이트30이 공개됐을 당시 이러한 우려는 더욱 극대화됐다. 스펙은 훌륭하다. 초광각, 광각, 망원의 트리플 카메라가 지원된다. 프로는 후면에 3D 심도계를 부착했으며 8GB 램, 256GB 저장 공간을 가졌다. 배터리는 4500mAh며 40W 급속 유선 충전 혹은 27W 무선 충전이 지원된다. 디스플레이는 OLED로 무장했고 모바일 AP는 기린999가 들어갔다. 그러나 구글 안드로이드 서비스가 제대로 지원되지 않아 논란이다. 로이터는 메이트30을 두고 "누가 그걸(메이트30) 살 만큼 용감하겠는가"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당장 기린 999만 봐도 CPU에 영국 암의 A76이 사용된다는 말이 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삼성전자의 엑시노스980이 최신 버전인 코덱스A77을 사용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치명적인 약점이다. 결론적으로 화웨이의 5G 스마트폰 경쟁력은 미중 무역전쟁의 향배에 달렸다.
애플의 5G 스마트폰 전략은 보는 각도에 따라 화웨이보다 더 큰 재앙이다. 대부분의 제조사들이 5G 경쟁에 뛰어들었으나 애플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퀄컴과의 특허분쟁으로 5G 모뎀칩 수급을 받지 못했으며,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 인텔과 협력했으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화웨이에게 '조롱'을 당하기도 했다. 실제로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주는 미국 CNBC 인터뷰에서 애플에 자사의 5G 모뎀칩을 판매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우리는 애플에 열려있다"면서 다소 적극적인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미중 무역전쟁의 포성이 요란항 상황에서 애플이 화웨이의 제안을 받을 리 없다. 업계에서는 이를 명백히 '조롱'으로 본다. 화웨이는 5G 정국에서 빠르게 움직이며 기린980이라는 모바일 AP와 더불어 5G 모뎀칩 바롱5G01, 바롱 5000을 가지고 있다.
결국 애플이 백기를 들었다. 삼성전자에 5G 모뎀칩 수급도 타진했으나 결과를 얻지 못한 상황에서 지난 4월 애플과 퀄컴은 두 회사의 특허 분쟁과 관련해 모든 소송을 중단하고 전격적인 합의를 이뤘다. 애플이 퀄컴에 대해 일회성으로 특허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하는 한편 2년 연장 옵션의 6년 단위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인텔의 모뎀 사업부를 인수하는 한편 퀄컴과의 협력으로 5G 아이폰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일러도 내년 말은 되어야 5G 아이폰이 등장하기 때문에, 애플은 사실상 초반 시장 선점에서 탈락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