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다희 기자] 지난주 반도체 업계의 시가총액 1위 투톱의 실적발표가 있었다. 장비업체 1위인 ASML과 시스템 반도체 중심의 파운드리 업체 TSMC는 업계 기대치를 상회하는 수치에도 발표 직후 주가는 하락했다. 미중무역분쟁 등 거시 불안 요인들이 확대된 가운데 3분기 내내 주가가 강한 상승세를 보이면서 차익실현 매물로 등장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주가 조정은 일시적 요인으로 상승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ASML, TSMC 주가 급등 이은 호실적까지

지난 16일 반도체 장비 업체 ASML에 이어 17일 반도체 파운드리 업계 1위 TSMC의 실적발표가 있었다. ASML은 3분기 영업익은 6억 8500만(한화 9000억원 규모) 유로를 기록하면서 최대 실적을 냈고, TSMC의 경우도 1010억대만달러(한화 3조 9100억원)의 영업익을 내면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그러나 실적발표 이후 ASML과 TSMC 주가는 하락세를 보였다.

실적 발표 당일 ASML과 TSMC의 주가는 각각 6.2%, 1.2% 하락했다.

유진투자증권은 "9월 미국의 소매판매 부진과 함께 홍콩 문제, 3분기 중국의 GDP 성장률 부진 등의 영향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이지만 무엇보다도 지난 3개월간 ASML과 TSMC는 32%, 17% 주가가 상승해 차익실현의 빌미가 됐다"고 설명했다.

▲ 2분기 실적 발표후 3개월간 주가 추이. 출처=유진투자증권

올해 반도체를 이어 증시를 이끌었던 소프트웨어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지난 9월 양호한 3분기 실적을 발표했던 어도비 시스템즈의 주가는 실적 발표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비교적 안정적인 이익을 창출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도 지난 주 주가가 고점을 찍은 뒤 조정을 받고 있는 상태다.

반도체 뿐만 아니라 테크 섹터 전반에서 주가 조정이 이뤄진 가운데 미중무역협상, 홍콩사태, 브렉시트 등 글로벌 불안 요인이 진정세를 보이면 주가는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주가조정은 차익실현을 하려는 투자자들로 인한 일회적 요인이고 펀더멘탈 자체엔 큰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22일 나스닥 시장에 상장된 ASML은 지난 15일 267.54달러로 고점을 찍고 하락한 뒤 며칠간 오르지 않다가 지난 18일부터 소폭 상승하고 있다. 대만 주식에 상장된 TSMC는 16일 이후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주가는 전일 대비 0.69% 상승한 22 대만달러다.

반도체 대장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내년은?…D램價 상승으로 수익성 개선 예상

메모리 반도체 중심인 국내 반도체 산업은 지난해 최대 실적을 낸 후 업황 악화의 영향을 크게 받은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8일 발표한 3분기 잠정실적에서 영업이익은 7조 7000억원을 기록하며 시장의 전망치를 상회했지만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56.2% 하락했다. 아직 3분기 실적을 발표하기 전인 SK하이닉스의 경우도 전망은 밝지 않다. 지난 3개월간 증권사들의 평균 전망치는 영업이익이 4300억원대로 전년과 비교해 90% 이상 하락할 거란 전망이다.

국내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지난 9월 주가 상승 이후 큰 등락 없이 박스권을 유지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경우는 9월 급등 이후 주가가 다소 조정을 받으면서 소폭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 반등이 내년 2분기로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내년 1분기부터 실적에 선행해 주가가 본격적으로 상승할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 D램 생산업체 보유 재고 추이 전망. 출처=신한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는 "전방업체들의 충분한 재고 소진에 의한 수요 기저 효과로 3분기 전세계 D램 빗그로스(Bit Growth, 비트 단위 출하량 증가율)는 시장 기대를 크게 상회했고, 내년에는 서버 수요 재현과 5G 스마트폰 교체 수요로 가속 수요가 기대된다"고 밝면서 "5G 스마트폰 1억대당 1.5%p의 D램 수급 개선 효과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D램 재고 감소세로 내년부터는 공급 부족으로 인한 가격 상승에 따라 수익성이 개션될 거란 전망이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올해 3분기부터 D램 재고가 감소하기 시작했고, 4분기에 빗그로스 변동이 없더라도 내년 1분기 내에는 D램 재고가 정상 수준으로 복귀할 것"이라면서 "서버 수요 재개, 5G 스마트폰 출시를 앞두고 공급 부족으로 인한 D램 가격 상승이 내년 1분기부터 가시화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