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중 무역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 10(현지시간)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고위급 무역협상을 통해 두 수퍼파워가 사실상 휴전에 돌입한 상황에서, 향후 협상에 있어서도 조심스러운 낙관론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낙관론의 근원지는 미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인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21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은 협상을 통해 많은 진전을 이뤘다"면서 "대화만 잘 된다면 12월 관세를 철회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중국의 금융시장 개방과 환율 안정 합의에 접근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400억달러에서 500억달러 상당의 농산물을 구입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10일 협상을 통해 당초 이달 15일로 예정됐던 2500억달러 규모의 대중국 관세율 인상을 보류한 바 있으나 12월 관세 인상에 대해서는 별도의 조치를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과의 대화가 원만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12월 관세율 인상도 보류할 수 있다는 것이 커들러 위원장의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욱 적극적인 낙관론을 펼쳤다. 그는 각료회의를 통해 "2단계 문제들은 1단계보다 훨씬 수월할 것"이라면서 추후 미중 무역협상의 전망을 두고 '문제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협상을 앞두고 스몰딜이 아닌 빅딜을 원했으나, 협상 결과는 그의 바램과 달리 스몰딜에 그쳤다. 10월 관세율 상승을 보류하는 선에서 중국이 미국의 농산물을 구입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기 때문이다. 중국의 지식재산권 보호 및 기업 보조금 문제, 나아가 화웨이에 대한 별도의 조치는 없었다.

두 수퍼파워의 협상이 스몰딜로 좁혀졌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기점으로 중국과의 대화에 탄력이 붙고 있음을 감추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달 16일 칠레에서 열리는 APEC 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만나 10일 협상을 통해 끌어낸 1단계 합의안에 서명할 방침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무역협상을 두고 낙관론을 지피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좁혀진다. 먼저 실제 대화의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세계 경제상황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은 최근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 씽크탱크인 프레임인사이트의 박소민 소장은 "미국과 중국 모두 경제사정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피로도가 극대화된 상태기 때문에 조금씩 출구전략을 찾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내외부의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지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말이 나온다. 내년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나빠지는 국내 경제와 탄핵 가능성, 유럽과의 경제전쟁을 의식해 선택과 집중을 단행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평가다.

한편 미국을 중심으로 소위 데땅트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으나, 아직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두 나라의 합의가 여전히 제한적인 영역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불확실성도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기자들과 만나 "아직은 여전히 해결해야할 문제들이 많다"고 말하는 한편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이 인터뷰를 통해 "중국과의 1단계 무역합의 서명 시점이 꼭 11월이어야 할 필요가 없으며 (그 보다는) 올바른 협상이어야 한다"고 언급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