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필드에 나가 가장 불편한 라운딩은 바로 매너가 없는 사람과의 라운딩일 것이다. 골퍼들이 공감하는 “함께 라운딩하고 싶지 않은 골퍼 리스트”가 있어 눈길을 끈다. 먼저 ‘얄미운 골퍼’ 유형이다. 이런 유형은 라운딩을 할 때마다 자기네 집 앞에 와서 자신을 데리고 가달라고 한다.

자신을 픽업해 달라고 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문제는 한 두번 아니 세 번이상 마중을 나가줬으면 본인도 한번쯤은 차를 갖고 와 나를 모셔갈만 한데 절대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피곤하긴 마찬가지인데 마치 나를 기사처럼 부리는 은근히 얄미운 유형의 골퍼다.

얄미운 유형 두 번째는 부킹하기 어려운 주말, 어렵게 잡은 부킹에 대해 트집을 잡는 골퍼다. 주말에 어렵사리 부킹을 잡았는데 너무 멀다고 불평하거나, 그 쪽은 차가 밀리니 다른 곳으로 잡으라고 너무 쉽게 말할 때면 "그럼 당신이 부킹하세요’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른다고 한다.

또 매번 아슬아슬하게 골프장에 도착해서 첫 홀에 가볍게 오비 한방 내주고 뒤돌아서서 ‘아! 멀리건(mulligan;최초의 티샷이 잘못돼 벌타없이 다시 한번 치는 것)이야’ 라고 스스로 멀리건을 주는 골퍼들 역시 얄미운 골퍼리스트에서 빠질리가 없다.

이번에는 ‘불편한 골퍼유형’이다. 먼저 다른 사람 공과 자신의 공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골퍼다. 이런 유형은 자신의 공인 줄 알고 상대방 공을 친 후 모른 척 하고 있거나 사실이 발각된 후에도 미안하다고 사과조차 하지 않는다. 특히 ‘그린에서 남의 퍼팅 라인을 밟고 다니는 골퍼’는 프로들도 가장 싫어하는 유형이다.

초보도 아니고 매번 다른 사람 퍼팅 라인을 밟고 다니면서 누가 자기 라인을 밟으면 광분하는 골퍼도 있다. 이런 골퍼들은 다음 티박스에 가서도 버디한 사람을 제쳐두고 자기가 먼저 오너를 하는 무례함을 범하기도 하는데 이 역시 본인은 룰을 잘 모른다는 것을 자랑처럼 떠벌리는 유형이다.

다음은 ‘절대 같이 치고 싶지 않은 골퍼’ 유형이다. 이런 유형은 분명히 오비(OB)성 타구임에도 불구하고 절대로 잠정구(로스트볼)를 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절대로 공이 없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답답한 것은 함께 라운딩 하는 사람들조차 정확한 이유를 댈 수 없다는 점이다.

한 마디로 심증은 가는데 물증이 없는 기술을 마구 발휘하기 때문인데 이런 사람들은 보통 주위에서 ‘마술사’로 불린다. 또 그린 위에서 공에 마크를 하고 다시 제자리에 놓을 때 놀랍게도 홀컵과 가까워져 몇 번만 더 마크를 하면 홀인도 될 것 같은 경우도 있다. 이 역시 마술이 아닐 수 없다. 라운딩 중에 내기를 하는 경우, 처음에는 친목삼아 음료수나 점심내기로 시작하지만 점점 흥이 나면 배판을 부르는 경우가 생긴다. 마지막 홀까지도 배에 배판을 부르는 골퍼는 기분좋게 치러 나온 골프를 공포분위기(?)로 몰아가기 충분하다.

또 라운딩 중에도 본인의 공이 안 맞는 것을 주변 사람들이 집중못하게 떠들기 때문이라면서 온갖 신경질을 부리고 심지어 캐디들에게 뒤집어 씌우기도 하는 골퍼가 있다. 예를 들면 “ 여기 거리가 얼마냐” 고 물었을 경우 100미터 남았다는 캐디의 이야기를 듣고 샷을 했는데 길거나 짧으면 캐디에게 “당신이 책임지라” 며 따지는 진상도 꽤 있다. 마지막 결정권은 캐디가 아니라 ‘본인’에게 있다는 원칙마저 잊은 것일까? 결국 본인이 불려놓은 게임에 돈 잃고 억울해서 식사시간 내내 한마디도 안하다가 당구나 스크린골프에 가서 한판 더 치자며 귀가 시간을 잡는 골퍼도 있다.

이렇게 글을 쓰다 보니 '진상골퍼'들의 유형이 우습기도 하지만 막상 내가 그 상황에 있다면 유쾌하게 웃기는 힘들 듯 하다. 지금은 프로선수지만 처음 골프를 배울 때가 떠오른다. 당시에는 필드에 머리를 올리러 나갈 때 프로골퍼를 모시고 나가 필드에서 레슨을 받는 것이 아니라 기본 매너를 배웠다. 티샷을 하는 순서부터 라인을 밟지 않는 것. 무엇보다도 그린 위에 스파이크 자국을 남기지 않도록 지도 받았다. 프로를 모실 수 없는 경우에는 윗사람을 모시거나 골프를 오래 치신 분을 모시고 나가 말은 하지 않지만 우리가 정해놓은 매너와 예절을 배웠다.

아직도 기억한다. 처음 머리를 올리던 날, 핸디 5인 아버지와 국가 상비군이었던 오빠와 함께 첫 라운딩을 하러 나갔을 때 아버지는 보이지 않는 매너를 지도해 주셨고 오빠는 스파이크 자국을 남기지 않게 걷는 방법을 알려주었는데 그날 내가 친 공이 캐디 언니 가슴을 맞추었던 사건이 있었다. 따지고 보면 내 잘못은 아니다. 내가 치는 공을 보고 있지 않은 것과 플레이어 보다 앞에 있었기에 벌어진 사건이었는데 아버지가 잘 마무리 해 주셨던 기억이 난다. 아직까지도 기억이 생생한 것을 보면 당시 무척 놀랐음에 틀림없다.

이 칼럼을 읽고 혹시나 진상골퍼 유형 중 자신이 해당되지는 않는지, 만약 해당된다면 자신이 본의 아니게 남에게 피해를 입혔다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자신의 문제점만 과감하게 고친다면 앞으로는 필드에서 멋진 매너로 사람들이 선호하는 파트너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여민선 프로 minnywear@gmail.com
LPGA멤버, KLPGA정회원, 자생 웰니스센터 ‘더 제이’ 헤드프로, 방송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