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파파존스 TV영상 광고의 한 장면. 출처= 한국파파존스 공식 홈페이지 캡처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한국파파존스(대표이사 서창우)가 본사 매출액, 점포 수 등 지표에서 다른 주요 브랜드에 비해 경쟁 열위에 처했으나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며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시장 입지를 차근차근 쌓아올릴 수 있었던 배경과 귀추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한국파파존스의 2010~2018년 실적 추이. 출처= 딥서치

매출액은 수백억원에 불과…점포 매출액은 미스터피자보다 우위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파파존스의 매출액은 지난 2018년 360억원으로 전년(349억원) 대비 3.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억원에서 5억원으로 2.5배 가량 늘어났다.

금융데이터 솔루션 딥서치에 따르면 한국파파존스는 2012년 매출 감소의 영향으로 9억원 가량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듬해인 2013년에는 매출이 다시 증가폭을 보임에 따라 2억원 수준 영업이익을 거둔 뒤 6년 연속 흑자 경영을 이어왔다. 점포 수는 2003년 7월 첫 직영 매장인 압구정 1호점을 설립한 이후 15년 5개월여 기간이 지난 작년 말 기준 146개에 달하는 등 점진적인 상승세를 이어왔다.

본사의 경영실적이나 전국 점포 수는 국내 주요 피자 브랜드의 수치에 비하면 미미하다. 미스터피자의 경우 작년 말 기준 매출액 657억원, 점포 수 277개 등 기록을 세웠다. 1위 업체 도미노피자는 같은 기간 매출 2198억원을 기록하고 점포 수 442개를 운영했다.

한국파파존스는 일부 지표에 있어서는 주요 업체들과 어깨를 견주거나 더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2017년 3월 배포한 피자전문점 소비자 만족도 조사 결과 자료에서 파파존스는 종합만족도 3.71점을 기록하며 도미노피자, 피자헛, 미스터피자, 피자에땅 등 주요 4개 업체를 앞섰다. 소비자원은 한국 프랜차이즈 연구원에서 발간한 자료 ‘2015년 프랜차이즈 연감’을 토대로 점포 수익성, 광고·홍보 실적 등에 기반해 한국파파존스를 시장 점유율 상위 5사 중 한 곳으로 꼽았다.

본사 매출액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보이지만 점포별 연간 평균 매출액에서는 일부 주요 브랜드를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업체별 가맹점 평균 매출액에서 한국파파존스는 4억2866만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미스터피자(3억6898만원)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다.

한국파파존스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비결로 적은 수의 점포를 운영하며 제한적인 조건의 상권을 공략한 점이 꼽힌다. 실제로 회사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지역별 점포 출점 현황에서 서울(63개), 경기(40개) 등 수도권에만 전체의 70.5%에 달하는 매장이 자리잡고 있다. 한국파파존스는 서울 강남 지역 등 잠재 고객들의 소득 수준이 비교적 높은 구역에 주로 출점하며 ‘강남 피자’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점포별 영업지역을 설정하는 기준으로 ‘3만세대당 1점포’를 뒀다. 도미노피자가 1만 세대 당 1점포를 출점하도록 기준을 세운 것과 대조된다.

라지 사이즈 기준 최소 2만1500원(마가리타)에서 최대 2만9500원(갈릭 페퍼 스테이크) 수준의 중·고가 피자 메뉴로 상품군을 구성하며 타깃 고객의 입맛을 충족시키는 데 주력했다. 객단가가 비교적 높은 상품들로 수익성을 강화한 점이 주력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방문객을 대접하는 홀을 운영하는 대신 40~66㎡ 소형 규모의 배달 위주 매장을 출점한 전략도 점포 수익성을 높일 수 있었던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국파파존스, 부채비율 1666%·13년 연속 자본잠식은 숙제

한국파파존스가 비교적 작은 사업 규모로 브랜드 인지도를 쌓고 있지만 풀어야 할 과제도 존재하는 실정이다. 시급한 과제로 낮은 재무 건전성이 꼽힌다.

딥서치에 따르면 한국파파존스의 부채 규모는 2003년 12억원에서 2018년 150억원으로 13년 새 12.5배 확대됐다. 같은 기간 자본 규모는 22억원에서 9억원으로 2.4배 축소됐다. 부채비율은 2003년 52.4%에서 지난해 1666.7%로 폭증했다. 자본·부채 각각의 액수는 국내 산업에서 막대한 수준이 아니지만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가늠하는 지표인 부채율이 높아진 점은 기업의 경영상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한국파파존스는 2003년 국내 시장 진출 이후 납입자본금(74억원)보다 자본총계가 낮은 자본잠식 상태를 13년 간 이어왔다. 2010년 당기순이익을 2억여원 가량 거둔 뒤 작년까지 9년 연속 수천만원 수준으로 벌어들이며 자본 총계를 조금씩 늘려왔지만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형국이다.

같은 기간 부채 규모는 등락폭을 보이다가 지난해 운전·시설자금 명목으로 우리은행 등 제1금융권에서 장·단기차입금을 대폭 늘렸다. 작년 11월 말 한국파파존스 창사 이래 첫 유명인 홍보 모델로 배우 김희선씨를 발탁하는 등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높은 부채비율과 자본잠식 상태를 이어갈수록 향후 금융권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가맹점을 위한 마케팅 활동에도 제약이 생길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한국파파존스는 가격과 양이 소비자 니즈의 주요 관건인 피자 시장에서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우며 틈새 니즈를 공략함으로써 성과를 거뒀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전략은 가성비가 주목받는 피자 시장에서 차별화를 도모하는데 유리한 방안”이라면서도 “한국파파존스가 브랜드 입지를 더욱 넓혀가기 위해서는 비용이 수익 대비 높은 상황을 타개하고 안정적인 브랜드 운영 기조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 2018년 11월 한국파파존스 홍보모델로 발탁된 배우 김희선씨. 출처= 한국파파존스

한국파파존스, 브랜드 ‘전국화’로 재무건전성 강화 시도

한국파파존스는 브랜드의 ‘전국화’를 브랜드 경쟁력 강화의 주요 전략으로 삼고 추진하고 있다. 기존 주요 상권 위주의 전략에서 더 나아가 영업망을 확장함으로서 브랜드 성장을 도모할 방침이다.

올해 3월 품질관리 겸 물류센터 ‘퀄리티 컨트롤 센터(QCC)’를 기존 경기 용인시에서 안성시에 확장 이전했다. QCC는 해외에서 수입한 원재료들을 보관하고, 가공하거나 원재료 그대로 매장에 배송하는 등 기능을 수행한다.

용인에 새로 지어진 QCC는 7752㎡ 규모로 기존 대비 3배 이상 넓어 전국 매장 300개에 기존과 같은 수준으로 물량을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수도권이나 광역시 등 핵심 상권에 국한된 매장을 지방 곳곳에서 운영하기 위한 기반이다.

많은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진 셀럽 김희선씨를 홍보모델로 선정한 행보도 브랜드 인지도 확장을 위한 방안의 하나다. TV 영상 광고를 송출하고 한국 프로야구를 지원하는 등 전형적인 블랜드 대중화 전략을 지속해나갈 방침이다.

한국파파존스 관계자는 “한국파파존스는 더 많은 고객들에게 제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및 지방 각 지역에 가맹점을 오픈하는 등 사업 권역을 확대하고 있다”며 “향후 5년 안에 100개 매장을 추가 오픈하며 고객과의 접점을 더욱 넓혀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한국파파존스의 프리미엄 전략과 브랜드 전국화 추진이 원활하게 이뤄질 경우 브랜드 입지를 장차 강화하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안정적인 경영 기조를 유지하며 더 많은 고객들에게 브랜드를 알리고 충성도를 확보하는 것이 추후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한 열쇠라는 관측이다.

김영갑 한양사이버대 외식프랜차이즈 경영대학원 교수는 “한국파파존스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대중 시장보다 수익성 있는 틈새 분야인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해 주목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브랜드 이미지를 잘 관리하는 동시에 디지털 플랫폼 등을 활용해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면 지금보다 더욱 성장할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