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국내 라면시장에 ‘건면’의 입지가 더욱 단단해지는 추세다. 과거 건면은 식감이나 맛이 기존 라면보다 좋지 않다고 혹평을 받았으나 최근 제품의 종류도 다양해지면서 라면시장에서 주류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기업들은 건면을 해외시장에도 진출시키며 관련 시장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건면은 기존 라면과 달리 튀기지 않아 칼로리가 기존 라면 대비 70% 수준인 면을 말한다. 

건면이 유탕면에 이어 새롭게 주류 시장으로 각광받는 이유는 기존의 제품과는 다른 차별성이 한몫했다. 기존 브랜드의 고유의 맛은 살리고 칼로리는 낮춘 셈이다. 이러한 특징 덕에 평소 라면을 잘 먹지 않거나 꺼려하던 20~30대 여성 소비자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또한 튀기지 않아 깔끔하고 개운하다는 입소문에 건강을 생각하는 40~50대 소비자들도 건면을 찾기 시작하며 전 계층의 소비자에게 각광받고 있다.

▲ 한 손님이 마트에서 신라면 건면을 집고 있다. 출처=농심

현재 건면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농심은 지난 2월 선보인 ‘신라면건면’이 출시 250일만에 누적판매 5000만봉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출시 8개월여 만에 5000만봉 판매를 넘어선 것은 역대 건면제품 중 최고의 성적이다. 신라면건면은 건면시장에서 1등 자리를 확실히 굳힌 셈이다.

실제로 농심의 건면 매출은 크게 상승했다. 농심에 따르면 신라면건면은 건면시장에서 올해 3분기까지 650억원의 실적을 거두고, 전년 490억원 대비 32.6% 성장을 이뤄냈다. 특히 신라면건면은 전체 라면시장의 월간 매출액 순위에서도 10위권을 오르내리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건면은 소비자들에게 건면에 대한 호감을 이끌어내며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면서 “신라면건면은 라면시장 내에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면서, 건면의 영역을 확고하게 다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 농심 신라면건면 제품. 출처=농심

농심이 신라면건면의 생산시설을 확충한 것도 인기의 주요한 요인으로 분석 된다. 농심은 신라면건면이 출시 한 달 만에 800만 개가 판매되며 뜨거운 반응을 얻자 녹산공장에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생산량을 2배로 늘리며 시장 수요에 대응했다. 이에 농심은 향후 웰빙 트렌드의 확산과 함께 건면시장이 지속적으로 커나갈 것으로 보고 다양한 건면 신제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건면의 성적표가 건면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면서 “더욱 깔끔하고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신제품을 선보이며 시장 확대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건면의 원조인 풀무원도 자사의 건면 브랜드 생면식감의 ‘포기하지 마라탕면’으로 소비자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 제품의 인기도 심상치 않다. 지난 8월 오프라인 출시 한 달 만에 100만 봉지 판매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포기하지 마라탕면’은 지난 7월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에서 단독 한정 판매를 시작했다. 1차 판매 당시 100분 만에 한정판 1000세트(8000봉지)가 완판되면서 이어 추가 준비한 2만 봉지도 4일 만에 조기 소진됐다. 2차 앵콜 판매도 9시간 만에 한정판 2000세트(1만 6000봉지)가 소진됐다.

포기하지 마라탕면의 오프라인 출시는 온라인에서 먼저 화제를 모으자 유통사로부터 역으로 제안 요청이 들어와 선보인 제품이다. 소비 트렌드에 민감한 유통에서 ‘포기하지 마라탕면’의 성공 가능성을 크게 점친 것이다. 한정 판매를 놓친 소비자들도 풀무원 고객 상담 창구로 추가 판매 및 오프라인 판매처에 대해 꾸준히 문의해 왔다는 회사 측의 설명이다.

▲ 풀무원 생면식감 육개장칼국수와 돈코츠라멘. 출처=풀무원

특히 포기하지 마라탕면은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들 사이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는 출시 첫날 준비한 물량이 6시간 만에 모두 소진되기도 했다.

이기욱 풀무원식품 생면식감 사업부 PM은 “포기하지마라탕면은 마라 트렌드에 더해 프로야구 한화이글스와의 공동 마케팅으로 출시 전부터 화제가 되었다”면서 “패키지를 리뉴얼하여 생면식감 정식 제품으로 상시 판매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삼양식품도 지난 18일 불닭볶음면의 건면 버전 ‘라이트 불닭볶음면’을 출시하면서 건면시장에 뛰어들었다. 삼양식품은 라이트 불닭볶음면으로 현재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건면 시장에 대응하고 매운맛으로 밀레니얼 세대를 다시 한 번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 라이트 불닭볶음면. 출처=삼양식품

업계에서는 농심과 풀무원이 시장 규모를 키우자 삼양식품도 그간 틈새시장으로 여겨졌던 건면에 진출한 것이라는 의견이다. 또한 상대적으로 건면이 고가 라면제품군에 속하기 때문에 건면 시장 확대에 따라 기업의 수익성도 개선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라이트 불닭볶음면은 오리지널 불닭볶음면의 매운맛을 어려워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불닭 고유의 풍미는 살리되 면과 맵기에만 변화를 준 제품이다. 유탕면 대신 건면을 사용하고, 매운맛을 완화해 불닭볶음면을 깔끔하고 가볍게 즐길 수 있다. 라이트 불닭볶음면은 건면으로 쫄깃한 식감을 강화하고 담백한 맛을 더했으며 기름에 튀기지 않아 열량이 불닭볶음면의 70% 수준으로, 매운 정도를 나타내는 스코빌지수는 2600SHU의 까르보불닭볶음면과 비슷하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라이트 불닭볶음면을 시작으로 향후 건면 라인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국내에서 건면의 인기가 높아지자 해외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업계는 건면의 미국시장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미국에서도 웰빙 트렌드가 꾸준히 확산되면서 관련 식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 농심 미국 공장 지도. 출처=농심

특히 농심이 가장 적극적이다. 내년 초 공사에 들어가 미국에 설립 예정인 제2공장에 이미 건면의 생산설비가 갖춰졌다, 생산라인은 총 4개로 유탕면 2개(봉지·용기)와 건면, 생면 생산라인이다. 농심이 해외에 건면과 생면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농심 관계자는 “미국은 시장의 수요가 다양하고, 최근 건강식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도 높아진 만큼 건면과 생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매우 높게 보고 있다”면서 “생산 설비를 갖추고, 신제품을 발 빠르게 선보이며 유탕면과 차별화된 시장을 키워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건면은 칼로리가 기존의 튀긴 면보다 100kcal 이상 낮아 건강에 관심이 많은 트렌드에 부합하는 제품”이라면서 “면발과 국물이 기존 라면에 비해 맛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최근 들어 맛이 올라가고 비슷한 식감을 내는 신제품들이 등장하고 있어 인기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