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어느 모임에서 자녀 취업문제로 골머리를 아파하는 부모님을 만난 적이 있었다. 약간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차를 타고 가던 아들이나 딸이 멀미한다고 한다. 심지어는 토(吐)할 것 같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조금 생각하다가 답을 했다. “일단 멈추고 내리게 해야겠지요. 잠시 쉬면서 뒷처리를 하고 다시 타고 가야겠지요”

“그러면, 멀미 안 하게 할 수는 없을까요?” 머뭇거린다. 그래서 내 경험을 말했다.

제일 중요한 예방은 자주 타는 것이라고...

10여년전에 시속 300Km의 KTX고속열차가 운행될 때 많은 사람이 힘들어 했다. 요즘은 모두가 무던해 한다.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평소에 차를 잘 타지 않는 어르신들은 여전히 힘들어한다.

그러나, 누구든 시간이 지나 익숙해지면 속도감 자체를 즐기는 위치에 서기도 합니다.

 

조직의 변화 속도

미국의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는 본인의 저서 <부의 미래 ; 2006년 출간>에서 사회의변화 속도를 빗대어 조직의 적응력을 설명한 적이 있다.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컨셉트이다.

가장 빠르게 변하는 것이 기업으로 시속 100마일이라고 치자. 시민단체(NGO) 90마일, 가족은 60마일, 노동조합 30마일, 국제기구는 5마일, 법이나 정당은 1마일이라고 한다. 학교는 얼마? 시속 10마일이다.

이해하기 쉽게 한국적 개념으로 시속Km로 변환하며, 어른의 빠른 걸음걸이가 시속 5Km정도인 것을 감안하여 자문(自問)해 본다.

시골에서 걸어서 학교를 다녔던 경험만 있던 아들이 갑자기 시속 100Km의 빠른 승용차를 타고 가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멀미로 이어지고 ‘내려 달라’고 아우성칠 것이다. 지금의 대학졸업자들의 형국이다.

시속 100Km의 차를 상상도 못하고 있다. 그러니 들어가기도 어렵고 들어가서도 회사를 떠나는 주된 이유가 된다.

멀미를 피하는 방법은 뭘까? 미리 가장 유사한 경험을 하게 하는 것이다.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아르바이트 경험과 기업 전시회 방문이다. 필히 대학생 때 해 보아야 한다.

 

아르바이트 - 기업에 가장 가까운 최고의 경험

한 살이라도 어린 나이에 속도감 있는 기업형 조직을 경험하는 것이다. 자주 할수록 좋다. 방학 때는 반드시 하고 학기 중에도 단기 알바 등을 권한다. 알바를 흙수저들이 불가피하게 하는 가난의 상징으로 보면 안된다.

지난 20여년간, 그리고 앞으로도 기업의 변화는 예측을 불허할 정도이다. 사람, 돈, 고객, 시간, 정보, 기술, 경쟁 등 예전에 없었던 요인까지 영향을 미친다. 필자와 같은 다양한 경험자도 어지러울 정도이다. 학생들은 오죽하겠는가? 반면에 학교공부는 바뀐 것이 별로 없다.

그런 의미에서 기업이 아닌 공무원, 교사, 군인의 길을 가더라고 일반 아르바이트를 하길 바란다. 예술, 스포츠, 금융, 컨텐츠 관련 분야로 진로를 잡더라도 반드시 경험하도록 권한다.

필자도 두 딸이 대학 다닐 때 방학이 되면 어김없이 어르바이트로 내 몰았다(?). 그것도 가급적 다양한 곳으로 보냈다. 패밀리레스토랑, 커피숍, 일반 사무실, 인터넷홈쇼핑회사, 무역회사 업무 등등이다. 큰 영양분이 되었다고 자부한다.

 

그리고 무슨 일을 했고 왜 하는지 질문

집으로 돌아 오면 반드시 어떤 일을 했으며 소감은 어땠는지도 물어 보았다. 1-2개월 알바를 마치면 반드시 글로 한 번 써서 달라고 했다. 가끔씩은 어렵고 억울해 보이는 경우를 당해도 긍정적 생각을 갖도록 하였다. 그래야 하는 것을 설명하는 것을 부모된 나의 몫으로 삼았다.

 

기업 제품전시회, 세미나 방문 - 간접 경험 기회

기업의 활동이 움직이는 제품 전시회, 세미나 등에도 참가토록 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된다. 국내, 해외에서 다양하게 진행된다.

모든 산업의 제품전시회 혹은 박람회가 수시로 열린다. FAIR, SHOW, EXPO, EXHIBITION 등의 이름으로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 곳곳에서 열린다. 취업 목표가 정해져 있다면 인터넷에서 관련 산업 전시회 정보를 찾으면 금방이다. 방학 중의 해외여행도 그 시기에 맞춰서 가는 센스가 있다면 더 좋다.

관련 산업 세미나나 학술 행사도 권할 만하다. 기업이나 학회 등에서 개최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학생들이 신청하고 방문하는 경우는 드물다. 주최하는 측은 식사비용 등이 들더라도 대학생들에게 후하게 환영을 해 준다. 잠시 앉아 듣는 풍월만으로도 도움이 되며 학교 공부에 대한 동기부여도 된다.

 

방문 후에는 반드시 소감을 정리해서 말하게

모든 활동의 정리는 반드시 직접 말로 한 번, 두 번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내 실력이 된다. 스스로 주변에 경험을 말해보는 습관을 가지게 하고 부모님은 몇 가지 질문만으로도 자극을 줄 수 있다.

“오늘 가서 뭘 봤어?”, “누구를 만났어?”, “어떤 질문을 해 봤어?” 등이다.

그리고 받아 온 자료나 인쇄물이 있으면 큰 제목이라도 무슨 뜻인지 물어보는 것도 좋다.

계속 이어지면 좋은 개인경쟁력이 되어 입사이후에 성장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필자는 지금도 딸래미와 회사 일을 주제로 다양한 대화를 하고 있다. 작으나마 본인 스트레스도 풀고 직장 생활을 현명하게 하는 방법도 일러주려고 노력해 본다.

 

속도를 즐기는 방법, 그리고 다시 앨빈 토플러

앞에서 언급한 속도론을 다시 한 번 보자. 적어도 현시대에 국가나 사회의 모든 문제는 결국 먹고 사는 문제, 즉 경제문제로 귀결된다. 기업형 사고를 가지면 일반 직업에서도 큰 힘이 된다.

위에서 제안한 것들이 처음에는 힘들지만 조금 지나면 그 속도를 올라타서 세상을 보는 눈을 가지게 될 것이다.

기업의 현장으로 가자. 그래야 멀미를 넘어 속도를 즐기는 상황까지 될 것이다.

“직장이라는 곳은 어려움이 당연한 곳이다. 고통과 불편함으로 있으면 나만 손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