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중앙대학교 의료원 연구진이 탈모 환자가 날마다 복용해야하는 경구용 탈모치료제를 대신해 월 1회 주사만으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장내 염증반응을 억제하는 새로운 기전이 규명돼 새 치료제 개발 가능성이 열렸다. 줄기세포 기능을 촉진할 수 있는 나노 기술이 개발돼 주목된다.

20일 연구업계에 따르면 중앙대학교병원은 김범준 피부과 교수와 나정태 연구교수가 최근 인벤티지랩에서 개발 중인 ‘피나스테라이드(Finasteride)’를 이용한 탈모치료주사제의 남성형 탈모 치료 효과를 입증한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피나스테라이드는 탈모를 유발하는 남성호르몬을 억제해 남성형 탈모를 방지하는 약물이다. 이는 미국식품의약품청(FDA)이 승인한 검증된 탈모치료제 중 하나다. 인벤티지랩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약물전달 플랫폼 기술을 이용해 피나스테라이드 1개월 지속형 주사제를 개발 중에 있다.

▲ 중앙대학교의료원 연구진이 경구형 탈모치료제군과 주사형 탈모치료제군으로 나눠 남성형 탈모 치료 효과를 연구해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했다. 출처=중앙대의료원

김범준 교수팀과 인벤티지랩 연구팀은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에 따라 남성형 탈모가 유발된 실험용 쥐 모델을 이용해 피나스테라이드가 함유된 탈모치료제를 주사제 형태로 주입한 실험군과 경구제 형태로 복용하게 한 대조군으로 나누어 10주 동안 관찰했다.

연구결과 경구제형 섭취군에서 모발 성장률은 86.7%이었다. 주사제형 실험군의 모발 성장률은 93.3%로 더 뛰어났다. 혈중 DHT 농도는 6주 후에 32.0% 감소하면서 한 번의 주입으로 10주까지 경구제형 섭취군과 비슷한 5α-reductase의 억제 효과를 나타냈다.

연구진은 또 주사제 0.3mg, 경구제 0.56mg을 투여하는 실험을 통해 경구제 복용 시 낮은 체내 흡수율이 주사제형으로 변경하였을 때 흡수율이 개선되는 점을 확인했다. 연구에 따르면 경구 투여량의 최대 10분의 1만 투여해도 남성형 탈모 치료 효과가 있었다.

연구진 관계자는 “개발 중인 피나스테라이드 1개월 지속형 주사제의 효능 평가를 통해 남성형 탈모 치료 효과가 기존 오리지널 의약품인 ‘프로페시아’와 동일하거나 더 우수하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김범준 중앙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주사제 형태의 탈모치료제의 개발로 날마다 복용해야 하는 경구제형 탈모치료제를 대신해 향후 월 1회 주사제 치료만으로 장기 복용 환자가 대다수인 탈모치료제의 복약 순응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약물의 최소 투여로 유효성을 확보함으로써 기존 경구제에서 나타날 수 있는 발기부전, 성욕감퇴 등 이상 반응을 경감시키고 가임기 여성의 약물 노출 시 호르몬 교란에 따른 기형아 출산의 우려 등의 안전성에 대한 문제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주희 인벤티지랩 대표는 “남성형 탈모 환자의 연령대가 20~30대로 낮아지면서 탈모 치료제 시장이 확대되고 있으며, 투약 편의성 및 안전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된 치료제에 대한 수요가 높아져 가고 있다”면서 “향후 임상실험을 통해 피나스테라이드 1개월 지속형 주사제가 기존 경구제를 복용하던 탈모환자의 불편을 해결해 줄 수 있는 혁신적인 개량신약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SCI급 국제학술지인 ‘국제분자의학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Molecular Medicine)’에 게재됐다.

■ 장내 염증반응 억제 새 기전 발견

한국연구재단은 백성희 서울대학교 교수와 황성순 연세대학교 교수, 박대찬 아주대학교 교수 연구진이 염증성 장질환 생쥐 모델에서 핵수용체에 따른 장내 염증을 제어하는 새로운 기전을 밝혀냈다고 밝혔다. 핵수용체는 세포 내에서 스테로이드 호르몬 등과 결합한 뒤 DNA에 직접 결합해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단백질이다.

염증성 장질환은 대장 등에 생긴 비정상적인 만성 염증이 호전과 재발을 반복하는 질환으로 심한 경우에는 장이 막히거나 천공이 생길 수 있는 질환이다. 염증성 장질환의 원인은 유전적, 면역학적 이상 등으로 추정할 뿐 정확한 원인과 완치 방법이 밝혀지지 않았다. 궤양성 대장염은 그동안 30~40대에서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20대 환자도 크게 늘었다.

▲ 백성희 서울대학교 교수, 황성순 연세대학교 교수, 박대찬 아주대학교 교수 연구진이 장 내에서의 RORa 생리적 기전을 규명했다. 출처=한국연구재단

고아 핵수용체 중 RORa(알오알 알파)는 암 발생 및 지방간을 억제하는 역할로 많이 알려져 왔으나 염증반응 제어기전에서의 기능은 정확히 규명되지 않고 있었다. 연구진은 장 특이적 RORa 결핍 생쥐모델을 제작해 장내 염증반응과 RORa의 생리적 기전을 새롭게 규명하고자 했다. RORa는 소뇌의 발달 과정과 생체 리듬을 조절하거나 암 발생 및 지방간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장내 염증을 유도하기 위해 정상 생쥐와 장 특이적 RORa 유전자 결핍 생쥐에 덱스트란 화합물을 먹여본 결과 결핍 생쥐가 정상 생쥐에 비해 장내 염증이 더 심하게 유도되는 결과를 확인했다. 장내 염증반응을 지속적으로 유도했을 때 장 특이적 RORa 유전자 결핍 생쥐의 생존율이 정상 생쥐에 비해 심하게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장에서 RORa가 염증반응을 조절하는 기전을 연구하기 위해 생쥐의 장내 상피조직을 적출해 RNA를 분석했다. 연구결과 RORa가 염증반응 촉진 유전자(이하 NFkB)를 억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진 관계자는 “장내 염증반응이 일어나면 RORa가 NFkB의 과도한 활성을 막아 염증반응을 억제하고 상처가 난 세포 및 조직을 회복시켜 장내 항상성을 유지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RORa가 NFkB의 활성화를 억제해 장에서의 염증반응을 막고 상처 부위의 회복을 촉진함으로써, 염증성 장질환의 새로운 치료제 개발의 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연구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리더연구자지원사업, 기초연구사업(개인연구)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결과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10월 1일자에 게재됐다.

■ 줄기세포 기능 촉진 나노 기술 개발

한국연구재단은 김장호 전남대학교 교수, 정훈의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 연구진이 줄기세포 기능을 촉진시킬 수 있는 나노바늘 구조형 생체소재 부품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하이드로젤 소재의 나노바늘 구조의 지지체에 줄기세포를 배양해 성장인자 분비를 촉진하고 뼈, 연골, 지방 등의 특정 세포로의 분화를 향상시켜 조직을 효과적으로 재생시킬 수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줄기세포에 적절한 구조적 자극을 전달할 수 있도록 반도체 공정을 이용해 직경 50nm, 높이 300nm의 나노바늘을 500nm 간격으로 배열해 나노지압패치를 제작했다.

▲ 김장호 전남대학교 교수와 정훈의 울산과학기술원 교수 연구진이 줄기세포 기능을 촉진하는 나노바늘구조 지압패치를 개발했다. 출처=한국연구재단

연구 핵심은 정렬되어 있는 나노바늘이 줄기세포 부착 표면에 적당한 구조적 자극을 줄 수 있으며, 줄기세포의 다양한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연구결과 줄기세포의 연골, 지방, 골세포로의 분화가 촉진되며 성장인자 분비가 향상됐다.

연구진은 나노바늘구조 지압패치에 줄기세포를 배양하고 두개골 손상 쥐에 삽입하여 2주 후 관찰한 결과 골 조직 재생이 향상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식된 나노바늘구조 지압패치에 있는 줄기세포의 특정 골세포 분화 단백질 생성이 촉진된 것이다.

연구진은 또 줄기세포 배양 및 의료기기 삽입 수술 시에 문제될 수 있는 박테리아의 바이오필름 형성을 억제할 실마리도 찾아냈다. 나노바늘구조가 상대적으로 큰 줄기세포에 적당한 자극을 줘 줄기세포 기능은 촉진시키면서 작은 박테리아의 막에는 손상을 주고 바이오필름 형성을 억제하는 것이다.

연구진 관계자는 “나노바늘구조가 줄기세포와 박테리아에 미치는 영향을 중점적으로 살펴본 이번 연구성과에 이어 이 나노구조체를 이용한 약물전달플랫폼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