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이코노믹리뷰 신진영 기자

[이코노믹리뷰=신진영 기자] 평균 2년 정도의 법정다툼까지 거쳐도 보증금의 전부나 일부를 못 받는 경매주택 세입자가 10명 중 4명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집주인의 세금 체납으로 보증금을 떼인 액수도 253억원이었다. 이에 임대차계약 시 임대인의 체납 정보를 제공하는 법령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20일 국회 교통위원회 박홍근 의원실이 대법원의 경매 현황을 분석한 결과, 세입자를 둔 경매주택 가운데 19채 중 4채에서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매에 부쳐진 세입자를 둔 주택 4574건 가운데,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은 지난해에만 1738건으로 전체 세입자를 둔 경매주택의 38%에 달했으며 이들이 돌려받지 못한 총 보증금은 603억원이었다. 

이중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금조차도 보전받지 못하고 보증금 전액을 고스란히 날린 세입자가 482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보증금 총액은 282억원에 달해 집이 경매에 들어가도 10명 중 1명은 무일푼으로 쫓겨나는 상황이다. 

최근 5년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1만1363명으로 보증금 총액은 3673억원, 동기간 보증금 전액을 돌려받지 못한 ‘무일푼 세입자’는 3178명으로 보증금은 1764억원으로 집계됐다. 보증금 전부를 받지 못한 세입자는 2015년 1026명에서 2018년 482명으로 감소했다. 반면 다가구·다세대 등 아파트 외 주택 세입자가 보증금 전부를 받지 못하는 비중은 2015년 55%에서 2019년 69%로 늘어났다. 

한편 집주인의 세금 체납으로 주택이 공매로 넘어가 돌려받지 못한 임차보증금도 5년간 253억원에 이르렀다. 박홍근 의원실이 한국자산관리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해 9월까지 국세 체납으로 주택이 공매 처분된 경우는 734건으로 최근 5년간 253억원으로 드러났다. 

이중 ‘임차인에 대한 최우선변제금’ 제도를 통해서도 보호받지 못한 보증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는 177명으로 이들의 임차보증금 총액은 127억원에 달했다. 집주인의 체납으로 인한 보증금 미회수는 주로 수도권 지역에서 나타났다. 지역별로 서울과 경기·인천에서 보증금 전부를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는 83명, 일부를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는 293명으로 전체의 절반 수준이었다. 

박 의원실은 “‘조세채권 우선의 원칙’ 때문에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집주인이 국세를 체납했을 때 국가는 체납된 세금을 보증금에 우선해 충당할 수 있다. 공매 처분으로 주택을 매각한 대금에서 국가가 세금을 징수한 후 남는 것이 없게 되면 임차인은 보증금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박 의원실은 “세입자는 임차보증금을 보호하기 위해 임대차 계약 체결 시 집주인의 세금 체납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세입자가 계약 체결 전 집주인의 국세체납액을 확인하려면 집주인의 서명과 신분증 사본을 받아 세무서를 직접 방문해야하므로 ‘을’인 세입자가 이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경매나 공매에 들어가 임차인이 보증금을 전부 보전받지 못하는 건 등기부등본만으로 확인되지 않는 체납 정보나 선순위 보증금 등 기본적인 권리관계 정보가 임대차 계약 시 관행적으로 생략돼 세입자가 사전에 위험한 주택을 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박 의원은 “하루 빨리 법령 개정을 통해 임대인의 체납 정보나 그 외 권리관계를 임차인에게 반드시 제공토록 의무화 하고 거짓으로 제공한 사업자에게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며 “세입자 계약 시 주의사항을 홍보하고 공인중개사의 중개대상물 확인·설명 시 각별히 유의토록 행정지도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출처 = 박홍근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