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민성 기자] 장단기 금리차는 실물경기와 시차를 두고 정(+)의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알려졌지만 최근 주요국 사례를 볼 때 해당 논리가 일관되게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해 최근 장단기 금리역전을 경기침체 전조로 해석하는데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20일 한국은행의 '미국·독일 장단기 금리 역전 전후 실물지표 추이와 시사점'에 따르면 최근 장단기 금리역전이 발생한 미국과 독일의 경제흐름은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일부 지표가 약화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고용호조를 바탕으로 소비중심의 양호한 성장세를 유지중인 반면 독일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제조업 부진으로 경기둔화 흐름이 지속 중이다.

미국과 독일 외 주요 국가 가운데 영국의 경우 장단기금리 역전 이후에도 경기침체를 겪지 않았지만 같은 기간 일본과 호주는  장단기금리 역전없이 경기가 수축국면에 진입한 사례가 다수 있었다.

▲ 출처=한국은행

최근 주요 선진국 국채시장의 일부 장기 및 단기 금리가 비슷한 수준으로 수렴하거나 역전됐다. 

미국을 비롯한 영국, 일본, 캐나다의 국채 10년물과 3월물 금리가 올해 6월과 7월 중 역전된 이후 한동안 지속됐다. 특히 미국 국채의 경우 10년물과 2년물 금리도 역전되면서 그동안 양호한 성장 흐름을 이어 왔던 미국 경제의 향방에 대해 우려가 지속적으로 대두되고 있었다.

▲ 출처=한국은행

하지만 미국은 최근 ISM 제조업지수가 9개월까지 2개월 연속 기준치(50)을 하회했고 9월 중 실업률이 1969년 5월 이후 최저치인 3.5%를 기록한데다 7~8월 실질 개인소비 지출도 증가세를 유지하는 등 경기지표가 안정된 흐름이다. 이와 달리 독일의 경우 금리역전이 시작된 올 상반기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이면서 자본재 수주가 8월까지 2개월 연속 전월대비 감소하고 있다.

과거 미국과 독일의 장단기 역전 전후의 실물지표 추이도 시기별로 상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생산은 금리역전 이후 상당폭 둔화되거나 감소하였지만 미국과 독일 모두 2007년 전후에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증가흐름을 유지했다. 민간소비의 경우 금리역전 이후 증가세가 둔화되거나 감소로 전환했다. 고정투자는 양국 모두 금리역전 이후 부진한 흐름으로 전환됐고 특히 주택투자는 증가세가 둔화된 설비투자와 달리 뚜렷하게 감소하는 등 유형별로 다소 차이가 있었다. 

한국은행은 “최근 미국경제의 양호한 성장세를 감안할 때 금리역전이 발생한 현 시점에서 과거 미국의 금리 역전 이후 공통적으로 나타났던 일부 실물지표의 둔화 혹은 감소흐름이 이번에도 단정짓기에는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미국의 장단기 금리역전은 양적 완화에 따른 기간 프리미엄 축소와 같은 채권시장의 구조적 변화에도 기인한다"며 "금리역전과 경기침체간 관계를 단순히 적용하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은행 관계자는 "세계경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장단기금리 축소와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주요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만큼 향후 금리역전 지속 여부와 실물지표의 흐름을 면밀히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