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미국 경제는 어떻게 흘러갈까? 출처=Imagetoday

[이코노믹리뷰=정다희 기자] 낮은 실업률과 견고한 소비를 바탕으로 확장 국면을 이어가던 미국 경제가 최근 투자와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 모멘텀이 약화되면서 경기 후퇴(Recession)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개인소비, 정부지출의 견조한 증가세가 고정투자, 수출의 부진을 상쇄하고 있지만 최근 제조업 부진이 나타나면서 경기침체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장단기 금리 차로 산출된 향후 1년 뒤 경기침체 확률은 30%대 중반 수준으로 큰 폭으로 상승하기도 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일 부문별로 미국 경제 실물 지표를 점검하고 그에 따른 전망을 담은 보고서 ‘2020년 미국 경제 전망과 이슈’를 발표했다. 

▲ 가계 소득과 소비 증가율 추이. 출처=블룸버그, 미노동통계국, 현대경제연구원

美 소비, 둔화 조짐 보이지만 여전히 견고…수출, 투자부문은↓

최근 우려를 낳은 소비 감소세 전환에 대해서 현대경제연구원은 “양호한 고용 시장 여건으로 소비 증가세는 여전히 견고하나 일부 경제 지표에서 소비 둔화 조짐이 관찰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실업률은 2019년 9월 3.5%를 기록하면서 50년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고용률과 경제활동참가율이 개선되면서 노동 수요를 뒷받침하는 등 여전히 고용시장은 양호한 모습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소득 및 소비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가계 소득 증가율이 소비 증가율을 상회하고 있어 여전히 소비여력은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비농업 취업자수의 증가세 둔화와 고용확산지수(고용증가산업의 비중) 감소세는 간과하기 어렵고 소비자 신뢰지수가 2019년 7월 135.8p에서 9월 125.1p로 꺾이면서 소비 둔화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소비는 여전히 견조한 가운데 수출과 투자 부문의 성장은 약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간 고정투자 증가율은 2019년 2분기(–1.4%)에 13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특히,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불확실성 등으로 ISM제조업 지수는 2019년 9월 현재 47.8p로 10년래 최저치를 기록해 산업경기 위축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 

다만,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신규 착공과 주택 허가 건수가 늘어나고, 주택가격이 상승하면서 거주용 투자 여건이 다소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품 및 서비스 수입 증가율이 수출 증가율을 상회하면서 무역수지 적자가 다시 확대되고 있지만 정부의 지출 및 투자 증가율이 2019년 2분기 -0.8%에서 2018년 3분기 3.3%로 늘었고 동기간 경제 성장 기여도도 -0.13%p에서 0.56%p로 증가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20년 미국 경제 성장률은 2019년에 비해 낮은 2% 전후 수준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며, 소프트랜딩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경제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민간소비 부문의 일부 지표에서 둔화 시그널이 포착되고 있으나 양호한 고용 경기 지속, 주택 경기 반등 등으로 가계 부분의 구매력은 여전히 견고하다는 판단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제조업 부진의 영향이 제한적일 경우 점진적 둔화로 소프트랜딩이 예상되지만 제조업 부진이 서비스업, 고용 등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경우 경기 하강 폭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IMF와 미국 연방준비위원회,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2020년 미국 경제 성장률을 전망치는 1.7~2.0% 수준이다. 

▲ 미국 경기 선행지수와 침체확률. 출처=블룸버그, 현대경제연구원

미국 경제 연착륙 가능성 높지만, ‘무역 전쟁 역풍, 통화·재정 정책 한계‘ 등 고려해야

현대경제연구원은 2020년 미국 경제에 영향을 줄 5가지 이슈로 무역전쟁의 역풍, 통화·재정 정책의 한계, 제조업 경기 부진의 확산, 달러화 약세 전환, 선거와 정책 불확실성을 꼽았다.

최근 미중 무역협상은 부분합의에 도달하였으나, 현재 시행 중 관세 조치에는 변동이 없고 완전 타결 가능성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아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 발생이 불가피해 보여 2019년 12월까지 중국산 수입품의 관세 인상 조치 및 계획으로 총 321억 달러 규모의 경제 손실뿐만 아니라 향후 2년 동안 가구당 1315달러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낮은 수준의 정책 금리, 재정 건전성 우려 부각 등으로 통화 및 재정 정책은 한계에 봉착할 것으로 전망했다. 

▲ 미국의 재정수지와 국가부채 추이. 출처=CBO, 현대경제연구원

향후 미국 경기 둔화시美 연준은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 정책 금리는 낮은 수준을 보여 인하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2020년 재정수지 적자가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는 등 재정 건전성 우려로 재정 지출 또한 크게 확대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우려가 커지고 있는 미국 제조업 경기 부진이 서비스업과 고용 등 경제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봤다. 광공업 전체의 생산 활동 동향을 볼 수 있는 산업생산지수 증가세가 마이너스로 전환됐고 추세적으로 제조업과 비제조업 경기 지표와 고용 관련 선행 지표가 동반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어 그동안 강세를 보였던 달러화가 향후 미국 금리 인하 가능성, 경기 부진, 글로벌 불확실성 완화 등 요인으로 약세 전환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미-중 무역 분쟁 재확산,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달러화는 제한된 약세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중 무역분쟁의 장기화와 더불어 2020년 미국 대선을 위해 트럼프 행정부가 포퓰리즘적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있어, 미국의 정치적 리스크 및 정책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지적했다. 미국은 미-중 무역 전쟁 등의 영향으로 무역정책을 중심으로 경제 정책 리스크가 크게 확대되고 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의 낮은 지지율 및 세계 경기의 하락추세 등을 고려할 때, 재선을 위한 포퓰리즘적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존재해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향후 미국 경제의 소프트랜딩 가능성이 크나, 경제 불확실성 요인들이 산재하여 예상보다 빠른 경기 하강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면서 “세계 전반적인 경기 하강 흐름에 비해 아직까지 미국이 비교적 양호한 경기 흐름을 보이고 있으므로 이를 기회요인으로 활용하여 미국 시장에 대한 적극적으로 공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