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0월 18일 제주 디아넥스 호텔에서 열린 `2019 CEO세미나'에서 폐막 연설을 하고 있다. 출처=SK

[이코노믹리뷰=황대영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 격식을 깨고 ‘행복 전도사’로 돌아왔다. 마치 애플 창업주 고(故) 스티브 잡스의 모습과 겹치며, 일반 기업과 궤를 달리하는 혁신을 통한 돌파구 모색까지 미묘하게 닮았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제주도 디아넥스 호텔에서 열린 ‘2019년 CEO 세미나’에 참석했다. CEO 세미나는 ‘딥 체인지 실행, 구성원들이 함께 만드는 행복’이라는 주제로, 최 회장을 비롯해 SK그룹 경영진 총 80여명이 사흘 간 머리를 맞댔다. 사실상 SK그룹을 이끌어가는 수뇌부가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현장에서 최 회장은 경영진이 지시하는 ‘결정권자’, 사업과 실적에 대한 책임을 지는 ‘책임자’ 등의 역할보다 ‘딥 체인지’의 수석 디자이너로서 변화를 주문했다. 딥 체인지는 SK의 비즈니스 모델 진화·전환·확장, 자산 효율화, 인적자본 확보 등 도전적인 혁신 과제다. 즉 경영진은 구태의연한 역할을 버리고, 혁신을 위한 SK그룹의 ‘딥 체인지’ 중심에서 리더로 구성원을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간 최 회장은 SK그룹의 전반적인 방향성을 ‘사회적 가치’ 실현에 방점을 찍고 있었다. 이는 공격적인 새로운 사업 발굴과 기업 이익 극대화 등 일반적인 기업의 방향이 아닌, 사회적 가치 실현으로 소비자에게 신뢰를 먼저 쌓겠다는 것이다. 실제 SK그룹은 경영 KPI(핵심평가지표)에도 사회적 가치가 50% 반영돼 이 같은 최 회장의 지론을 실체화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단지 상품을 파는 게 아니라 쌓아온 신뢰를 통해 자연스레 구매까지 이끌겠다는 전략이다.

CEO 세미나에서 SK그룹은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했다. 수펙스추구협의회 내 SV위원회는 구성원들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아졌으며, 이러한 인식수준 제고가 비즈니스를 통한 사회적 가치의 실질적 성과로 연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K그룹은 내년 중 사회적 가치 비전과 중점 추진 영역, 핵심 원칙 등을 담은 그룹차원의 ‘사회적 가치 추진 체계’를 완성할 계획이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0월 18일 제주 디아넥스 호텔에서 열린 `2019 CEO세미나'에서 폐막 연설을 하고 있다. 출처=SK

특히 최 회장은 ‘행복 경영의 가설’을 통해 SK 구성원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자 모두의 행복을 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SK그룹은 행복 전략 실행과 인적 자본 강화에 박차를 가하기로 결정했다. 최 회장은 “성공한다고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행복해지면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 이 가설을 성립시키기 위해서는 CEO들이 지속적으로 전념을 해야 한다”며 “기업이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치밀한 전략을 세우듯 행복을 추구할 때도 정교한 전략과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K그룹은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행복 전략을 만들고 실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추진 중이다. SK그룹 모든 관계사들이 CEO 직속으로 행복 전략을 전담하는 조직을 발족했거나 구성 중이며 △구성원 서베이 등을 통한 행복 수준 진단 △인사평가방식 개선 등 행복추구 과제 도출∙실행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SK그룹은 향후 고객의 범주를 산업 내 가치사슬 전∙후방으로 확장하고, 특정 산업 영역 내 ‘경쟁우위 제품∙서비스 공급자’에서 ‘고객 및 이해관계자 니즈 충족 및 문제해결 주체’로서 기업의 정체성까지 변화를 거칠 계획이다.

SK그룹은 인적 자본 강화에도 보다 심혈을 기울인다. 딥 체인지의 중요한 밑바탕이 되는 인적 자본 강화를 위해 SK그룹은 SK 유니버시티를 통해 구성원들의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춘다. SK 유니버시티는 AI, 디지털 전환, 사회적 가치, 글로벌, 리더십, 매니지먼트, 행복, 디자인 등 8개 분야에 걸쳐 450여개 과정이 1차로 개설되며, 지난 7월 최 회장의 제안에 따라 설립 준비가 진행돼 왔다. SK그룹 구성원들은 이곳을 통해 업무 시간의 10%, 연간 200시간 이상 학습할 수 있을 예정이다.

최 회장은 “불확실성의 시대에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고, 모두의 행복을 지키려면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며 “딥 체인지를 이끌 디지털 전환 속도, 그리고 사람에 대한 투자를 통한 인적 자본 강화에 SK 미래가 걸려 있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