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 63세의 몸으로 30년 전 영화와 같은 배역을 맡은 배우 린다 해밀턴. 또 출처= 네이버 영화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디스토피아(유토피아의 반대 개념, 부정적인 미래)적 SF를 표방하며 1984년에 개봉한 영화 <터미네이터>는 당대 최고의 명작으로 평가받았다. 그로부터 7년 뒤인 1991년에 개봉한 후속편 <터미네이터2: 저지먼트 데이>는 터미네이터의 세계관의 완성과 매력적인 결말로 ‘전편만한 후속편 없다’라는 공식을 완전히 또 하나의 깨부순 명작이 됐다. 터미네이터는 2에서 끝났어야 했다.

이후에 터미네이터의 세계관을 공유한다는 영화들인 3편(2003년), 4편(2009년), 5편(2015년)은 크리스천 베일이 인류 저항군 리더인 ‘존 코너’를 연기한 4를 제외하고는 전 세계 영화 팬들에게 ‘있는 욕 없는 욕’을 다 먹는 등 혹평을 받았다. 두 편의 명작으로 자신이 만든 매력적인 브랜드가 힘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본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아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듯하다. 그래서 그는 3편~5편의 스토리를 완전히 무시하고 제작자로 참여해 2의 내용부터 이어지는 작품을 만들었으니 바로 <터미네이터: 다크페이트>다. 터미네이터는 2에서 끝났어야 했다.

▲ 터미네이터의 상징, 아놀드 형님! 출처= 네이버 영화

<터미네이터: 다크페이트>는 영화가 시작한 지 5분도 안 되는 시점에서 2의 결말을 아주 ‘간단하게’ 부정함으로 새로운 스토리를 이어간다. 터미네이터의 올드 팬들에게는 다소 어이없는 전개지만, 후속편이라면 마땅히 새로운 스토리의 전개를 위한 변화가 있어야 하니 여기까지는그래도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 35년 전 영화인 터미네이터 1편에서 ‘사라 코너’를 맡은 배우 린다 해밀턴이 환갑이 넘은 나이(1956년생)에 같은 배역을 소화하는 감격스러운 장면으로 넘어갈 수 있다.

그런데, 터미네이터 시리즈로 전설이 된 또 다른 반가운 얼굴인 배우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등장부터 작품에 대한 기대감은 아주 많이 떨어진다. 난데없이 덧붙여지는 설정은 이전 작품에서 완벽하게 마무리 지은 결말을 억지로 뒤집었다는 느낌밖에 들지 않는다. 아예 영화 내용에서 1편, 2편의 세계관과 완전히 달라진 미래가 전개됐음을 표방하면서 작품은 그야말로 ‘붕 뜬’ 작품이 된다. 터미네이터라는 브랜드를 어떻게든 살렸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완전히 놓게 되면서 영화는 그냥 전형적인 아메리칸스타일 액션물이 된다. 여기저기서 쾅쾅 터지는 액션이 볼거리로 한참 나오다가 영화가 끝난다.

▲ 출처= 네이버 영화

그나마 작품에서 하나 건졌다고 한다면 새로운 인류의 희망으로 여겨지는 ‘대니(나탈리아 레이즈)’를 지키기 위해 미래에서 온 강화인간 ‘그레이스’ 역을 맡은 배우 맥켄지 데이비스의 연기 정도다. 새롭게 등장한 악역 터미네이터(가브리엘 루나)고 20여년전 영화인 터미네이터2의 T-1000(로버트 패트릭)이 보여준 매서운 카리스마에는 한참 못 미친다.

<터미네이터: 다크페이트>에 대한 평은 간단하게 단 한 문장으로 정리된다. 아마 수많은 터미네이터의 올드 팬들의 생각도 이와 같을 것이다. “터미네이터는 2에서 끝났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