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집을 떠나 도시 한 가운데로 들어오면 보행자를 피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보스톤의 로봇 회사가 이번 주 선보인 ‘지타’(Gita)라는 밝은 색상의 탄소섬유 로봇은 운동용 공(exercise ball)과 냉장고가 합쳐진 미래의 가구처럼 보이기도 하고 상업용 밥솥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로봇의 유일한 목적은 당신이 어디를 가든지, 바퀴 달린 충실한 노새처럼 당신의 소지품을 싣고 당신을 따라다니는 것이다.

보스턴의 스타트업 피아지오 패스트 포워드(Piaggio Fast Forward)의 공동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 그렉 린은 이 로봇이 전기 스쿠터 같은 라스트마일 운송 솔루션들과 경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로봇에 사람이 탈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엉뚱한 얘기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린 CEO는 특히 도시 환경에서 충분한 고객이 있을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린 CEO는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전동스쿠터와는 달리 지타는 복잡한 인도를 더 혼잡하게 하거나 보행자들을 다치게 할 위험이 없고, 짧은 거리의 심부름을 하기 위해 우버를 타는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대안이며, 미국 도시에서 도보의 즐거움(walkability)의 가치를 알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전동스쿠터나 자전거 공유 대신에, 라스트 마일을 걷는 것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건강에 좋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납득시키려는 것입니다."

이 회사의 모토도 “인간을 위한 자율주행을 제공하는 것”이다.  

회사에 따르면, 지타는 약 2개의 식료품 가방을 넣을 수 있을 정도의 내부 공간에 최대 40파운드(18 kg)의 소지품을 싣고 시간당 6마일(10 km)의 속도로 주인을 따라갈 수 있다. 높이 22인치(56 cm)의 로봇은 배터리 지속 시간은 최대 4시간이며, 여러 대의 카메라를 사용해 단단한 표면(눈이나 모래가 없는)에서 작동하도록 설계되었다.

이 로봇은 주인의 다리에 달린 카메라와 상호 교신하며 주인의 움직임을 스캔하고 추적한다. 또 주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자신의 시야에 들어오면 이를 식별하고 그들을 우회해 자신이 교신하는 주인의 카메라를 계속 따라간다. 스마트폰과는 달리 지타는 주인의 위치를 추적하지 않으며, 동영상이나 이미지를 녹화하거나 저장하지도 않는다.

▲ 보스턴의 스타트업 피아지오 패스트 포워드가 개발한 로봇 지타의 유일한 목적은 당신이 어디를 가든지, 바퀴 달린 충실한 노새처럼 당신의 소지품을 싣고 당신을 따라다니는 것이다.    출처= 피아지오 패스트 포워드

지타는 계단을 오를 수는 없지만, 엘리베이터나 경사로가 있는 건물은 거뜬히 소화한다. 또 말을 할 수 없고 대신 소리와 버튼을 눌러 켜고 조절해 의사소통을 한다. 이 로봇의 제작자들은 보스턴의 버클리 음대(Berklee College of Music)와 협력해 로봇 주변의 소음량에 따라 역동적으로 조정되는 독특한 사운드의 라이브러리를 구성하여 배터리 잔량을 표시하거나 로봇이 주인과 짝을 이룰 준비가 되었음을 표시한다. 제작자들은 또 지타가 멋진 디자인을 갖추고 있지만 주인이 지타가 따라오는 것을 의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사람 모양으로 만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지타의 가격은 3250달러(385만원)다.

피아지오 패스트 포워드의 공동설립자이자 시각기술책임자인 제프리 슈냅은 손에 아무 물건도 들지 않고 자유롭게 보행하는 것은 보행자로 하여금 환경과 더 완전하게 상호작용을 할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지타는 고객의 일상 생활을 도우며 고객의 활동을 확장시켜주는 역할을 하지만, 친구들 간에 유대 관계를 높여주는 역할도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로봇 제작자들은 이 로봇이 고객의 활동을 확장시켜주는 역할을 한다는 생각을 대중에게 널리 알려야 한다는 점을 인정한다. 사람들에게 이 로봇 사진을 보여주면 대부분 배달 로봇의 일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대중들에게 그 역할이 인식되면, 지타가 신기술을 좋아하고 비싼 장난감을 찾는 도시 밀레니얼들을 너머 널리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슈냅은 이 로봇이 장보러 가는 주부들에게, 그리고 노인이나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부나 노인들도 지역사회를 활발하게 돌아다니지만, 이들은 전동 스쿠터나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다니지는 않지요. 우리는 이 로봇이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