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urst#1, 72.7×60.6㎝ Mixed media on canvas, 2017

빌렘 드 쿠닝의 ‘여인’연작에는 앵그르의 ‘터키 목욕탕’이나 ‘샘’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답고 우아한 여성의 육체는 없다. 여인이라는 제목이 없으면 얼핏 남성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다.

그의 그림은 초현실주의 추상회화의 대가인 고르키의 영향을 받아 자신의 내면에 떠오르는 그대로를 대단히 빠르고 강렬한 붓질로 그려내어 현대 추상회화의 일가를 이루었다. 빌렘 드쿠닝의 여인 그림은 생물학적 남성의 무의식 속에 있는 오토마티즘으로 표현된 것이라고 한다.

▲ Asteroid#2, 65.1×53.0㎝ Mixed media on canvas, 2018

독일의 분석심리학자 칼 융은 남성 자아 속의 여성적 무의식을 ‘아니마’, 그 반대의 경우를 ‘아니무스’라고 불렀다. 드쿠닝의 ‘여인’연작은 제스처럴리즘(Gesturalism)으로 불리는 대단한 그의 붓질과 함께 그의 생물학적 젠더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아니마가 표현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아니마는 현대 추상미술에서 드쿠닝과 쌍벽을 이룬 잭슨 폴락의 초기 추상 '원을 자르는 달의 여인'에서도 보인다. 폴락의 아니마는 나중에 그의 부인 리크라스너의 영향을 받아 액션페인팅으로 발전하였다.

▲ Evocation, 130×130㎝ Mixed media on canvas, 2018

장 세실리아(ARTIST CECILIA CHANG,CECILIA CHANG,CHANG CECILIA)작가의 추상회화는 드쿠닝과 폴락과는 반대로 여성적 자아의 남성적 모습인 ‘아니무스’가 보인다. 그의 그림에는 약한 아니마를 지닌 마초권력에 입보이지 않는 교양은 없다. 그것은 사회적 관계에서 보아지는 자아의 모습일 뿐 원래의 모습은 아니다.

△글=사진작가 허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