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글로벌 숙박 공유업체 에어비앤비가 올해 1분기 360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내년 상장을 계획한 에어비앤비의 행보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올해 1분기 3600억원의 손실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두 배에 달한다. 매출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이지만 전체 비용이 전년 동기 대비 47% 늘어나고 대규모 마케팅 비용 집행이 발목을 잡았다는 말이 나온다.

▲ 에어비앤비가 작동되고 있다. 출처=갈무리

줄줄이 흔들리는 온디맨드
에어비앤비의 충격적인 손실은 최근 글로벌 온디맨드 플랫폼 기업들이 크게 흔들리는 현장의 연장선에 있다. 

위워크가 단적인 사례다. 위워크는 올해 초 470억달러의 기업가치를 자랑하며 8월 기업공개 수순을 밟기 시작했으나, 사업의 수익성과 기업가치의 적정성 등에 대한 논란이 커지면서 몸값이 150억달러까지 떨어졌다. 결국 위워크는 상장을 포기했고 애덤 노이만 전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는 도덕적 해이 논란까지 겹쳐 결국 사임했다. 위워크 투자사 소프트뱅크가 50억달러를 긴급수혈하는 방침을 세웠으나 업계에서는 '어려울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우버 및 리프트 등 모빌리티 온디맨드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상장을 기점으로 크게 흔들리고 있으며 기업가치는 바닥을 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온디맨드 플랫폼 기업들이 크게 흔들리는 것을 두고 '명백한 한계'가 찾아왔다는 반응이다. 특히 기술적 특이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당장 위워크만 봐도 일반 임대업자와 다를 것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냉정하게 말해 우버와 에어비앤비도 이러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현재 온디맨드 기업들이 제시하지 못한 답이다. 결국은 연결 이상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해야 하지만, 아직은 수요와 공급을 빠르게 결합시키며 편리한 플랫폼을 만드는 것 외에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단순한 연결에서 벗어나 기술적 특이점을 확보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사용자 경험을 창출하고, 이후 매스 인프라 적략으로 더욱 생활밀착형 로드맵을 가동해야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온디맨드 플랫폼 기업들은 아직 기술적 특이점을 창출하는 단계에도 도달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일부 언론이 이들의 행보를 두고 "유니콘이 아닌 조랑말"이라고 냉소하는 이유며, 나아가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을 우려하는 이유다.

글로벌 온디맨드 플랫폼 기업들도 할 말은 있다. 새로운 산업에서 새로운 시도를 거듭하고 있기 때문에 '훗날 도래할 아름다운 미래'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수잔 앤더슨(Susan Anderson) 우버 호주·뉴질랜드 및 북아시아 총괄은 <이코노믹리뷰>와의 인터뷰에서 "우버는 공유경제를 차용한 온디맨드 기업 중 첫 기업이고, 개인과 개인의 거래를 촉발시키는 플랫폼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다만 새로운 산업이라 생소한 면이 많고 무엇보다 많은 온디맨드 기업들이 생기며 경쟁이 치열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기업들이 상장이라는 냉혹한 자본시장의 현실경제에서 평가받는 순간 무조건 '미래만 생각하자'는 주장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으며, 이는 지금 현실로 이어지고 있다.

▲ 에어비앤비의 멜버른 숙소. 출처=에어비앤비

"에어비앤비는 다르다"
글로벌 온디맨드 플랫폼 기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그나마 에어비앤비가 높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에어비앤비가 수요와 공급을 단순 연결하는 것에서 벗어나 기술적 특이점을 찾고, 사용자 경험을 키워 매스 인프라의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훌륭하게 이어가고 있다는 뜻이 아니다. 에어비앤비도 아직 수요와 공급을 연결하는 기본적인 존재감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플랫폼 생태계의 허약함이 다수 노출되고 있다. 호스트의 게스트에 대한 몰래 카메라 설치 등 기본적인 운용에 대한 약점, 기존 숙박업과의 경쟁, 부동산 가격 인상의 주범 논란, 규제 논란에도 자유롭지 않다.

다만 에어비앤비는 '수요와 공급 연결-기술적 특이점-사용자 경험 확대-매스 인프라 구축'의 단계에서 기술적 특이점을 뛰어넘어 사용자 경험 고도화에서 성과를 거두는 이색적인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에어비앤비의 성과로 볼 수 있지만, 정확히 말하면 숙박이라는 아이템이 주는 선물에 에어비앤비가 빠르게 녹아들었던 것이 주효했다.

실제로 에어비앤비는 숙박 수요와 공급의 연결을 넘어, 즉 숙소를 저렴하게 이용하기를 원하는 게스트의 수요를 맞춰주는 것을 넘어 '호스트의 삶'을 살아보는 경험을 증진시키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에어비앤비가 소개하기도 했던, 호주 멜버른의 아파트를 살펴보자. 게스트 입장에서 호주 멜버른으로 여행을 떠날 때 숙박을 정한다고 생각하면, 단편적으로는 '그냥 잠을 잘 수 있는 곳'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에어비앤비의 소개는 다르다. 에어비앤비는 멜버른의 도심 위 자리한 친환경 숙소를 제공한다. 북적이는 도심에 위치했으나 높게 솟은 정원에서 녹색의 식물과 함께 살아가는 이색적인 경험. 게스트는 그 순간 숙소에서 잠을 자는 개념이 아니라 도심의 소란함을 조망하며 자연과 호흡할 수 있는 높은 사용자 경험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런 사례는 상당히 많다. 만약 게스트가 글로벌 아이콘인 바비의 드림하우스로 간다면 어떨까. 바비가 호스트인 바비 하우스에서 바비의 팬인 게스트가 생활한다면 그 자체가 이색적인 사용자 경험이 된다. 여기에 에어비앤비는 지역경제 활성화 및 스포츠 이벤트 등 다양한 오프라인 생활경험을 숙소 사용자 경험과 연결해 단숨에 '매스 인프라 구축'이라는 높은 경지의 플랫폼 운용 능력도 보여준다. 이러한 전략은 모빌리티 및 사무실 공유 플랫폼들이 도달하지 못한 곳이다. 우버가 그나마 자동차 및 자전거, 킥보드 등을 연결해 매스 인프라 전략을 일부 추진하고 있으나 스마트 시티 전체와의 연결고리는 요원해 보이며 위워크는 단순히 임대 사업자에 불과한 사용자 경험 경쟁력만 가지고 있다.

만약 위워크에 입주한 사람이 단순히 입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생각하지 못한 경험을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위워크와 같은 공유 오피스는 아직 입주민 네트워킹 이상의 사용자 경험은 발굴하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에어비앤비는 다른 온디맨드 플랫폼에 비해 업종의 특성상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고, 에어비앤비는 이를 잘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전체 생태계에 쏟아지는 다양한 공격과 재무적 리스크를 넘어서는 체력이 바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성공 가능성이 높지만, 성공을 타진하기 위한 최소한의 시험무대에 올라선 것은 다른 온디맨드 플랫폼 기업들과 비슷한 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