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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여담] 밤하늘 찍는 픽셀4, 구글이 어떤 기업인지 보여준다하드웨어 판매? 정체성 찾는다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한 기업의 사업영역은 언제든 변할 수 있습니다. 다소 극단적이지만 어제 트랜지스터를 판매하던 기업이 오늘은 출판업을 할 수 있습니다. 휴대폰의 왕에서 네트워크의 귀재로 변신한 노키아의 경우 처음 설립됐을 1865년에는 제지업체였고, 일본의 콘솔게임 강자 닌텐도는 원래 화투를 팔던 상점이었습니다.

   
 

한 기업의 사업영역은 언제든 변할 수 있지만, 의미있는 이정표를 세우고 오랫동안 성과를 낸 기업은 특유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100% 통용되는 말은 아니지만, 나름의 업적을 남긴 기업들은 대부분 자기만의 방식을 가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삼성전자의 초기술 격차 전략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는 대부분 기업의 조직문화와도 관련이 깊습니다.

픽셀4의 카메라
구글은 어떤 회사일까요? 포털로 시작해 모바일 운영체제 안드로이드를 키웠고, 지금은 인공지능 및 클라우드 등 초연결 플랫폼 시대의 중심에 서있는 소프트웨어 기업입니다. 애플이 특유의 스토리텔링을 바탕으로 폐쇄적인 자사 소프트웨어인 iOS와 브랜딩된 하드웨어를 결합시키는 것에 능하다면, 즉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중간지점에 섰다면 구글은 하드웨어 영역에 직접 진출하는 것보다 동맹군과 함께 자사의 운영체제를 나누는 전략을 사용합니다. 

구글은 실제로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조성하며 삼성전자 및 LG전자, 화웨이와 손을 잡은 바 있습니다.

직접적인 하드웨어 전략을 공격적으로 추진하지는 않지만, 구글이 하드웨어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열린 메이드 바이 구글(made by google) 행사가 좋은 사례입니다. 연례로 개최되는 본 행사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개발자 회의 구글I/O와 차별화되는 하드웨어 중심의 행사입니다.

올해 메이드 바이 구글도 다양한 디바이스가 등장한 가운데, 듀얼 카메라가 탑재된 픽셀4가 화제의 중심에 섰습니다. 넥서스 후 구글 안드로이드의 표준이 된 픽셀의 기능성에 대한 환호가 아니라, 픽셀4에 담겨있는 구글의 철학이 곧 구글이라는 기업의 정체성을 잘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픽셀4의 기본적인 스펙은 다음과 같습니다. 5.7인치와 6.3인치 투톱 라인업으로 구성됐으며 5.7형인치 해상도는 FHD+(444ppi), 6.3인치의 픽셀4XL 해상도는 QHD+(537ppi)입니다. 모션 인식 기술이 들어가 손 동작으로 기기를 작동할 수 있고 후면 지문 인식 센서를 뺐으며 안면 인식 기술을 넣었습니다. 퀄컴의 스냅드래곤855와 6GB 메모리가 탑재됐으며 배터리 용량은 픽셀4기준 2800mAh, 픽셀4XL는 3700mAh입니다.

픽셀4의 기능 중 레이더 기능을 활용한 제스쳐 사용자 경험도 눈길을 끌었으나, 더 큰 관심을 모은 것은 카메라였습니다. 소프트웨어가 정의하는 카메라(software-defined camera)라는 소개와 함께 다양한 시연이 공개됐는데, 인공지능만으로 카메라 기능을 어디까지 극대화시킬 수 있는지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스마트폰 카메라의 기능은 핵심에서는 화소 및 카메라 숫자와 같은 기본스펙이, 주변부로는 ‘셀피에 얼마나 특화됐느냐, 화각은 얼마나 넓은가’ 등으로 평가됩니다. 이 대목에서 제조사들은 화소 및 카메라 숫자를 늘리는 하드웨어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갤럭시노트10와 LG V50S 씽큐 메인 카메라 화소는 3200만에 이르며, 일각에서는 내년 상반기 출시되는 갤럭시S11이 1억800만 화소를 자랑할 것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LG V50 씽큐는 무려 5개의 펜타 카메라로 무장한 바 있습니다.

구글은 픽셀4를 통해 이러한 카메라 하드웨어 경쟁을 한 방에 평정하는 분위기입니다. 인간의 눈이 제대로 구별하기도 어려운 물리적 화소수 경쟁에서 벗어나 인공지능이라는 소프트웨어 기술력으로 피사체와 조명, 카메라 및 렌즈의 한계를 넘었기 때문입니다.

구글이 픽셀4를 공개하며 밤하늘을 촬영하는 장면을 시연한 장면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픽셀4는 10초 이상 카메라 셔터를 열어두는 일반적인 방식을 전개하면서도 극단적인 노출의 차이를 인공지능이 감지해 실시간에 가까운 속도로 잡아내는 기능을 보여줬습니다. 하드웨어 기능이 우수해 기계적으로 피사체를 최적화시키는 것에서 벗어나 인공지능이 소프트웨어 기술로 피사체의 특성을 최적화했다는 점은, 지금까지 벌어지던 모든 물리적 경쟁을 ‘의미없는 일’로 치부할 수 있는 파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구글렌즈 및 구글포토 등 이미지와 인공지능의 결합을 통해 관련 기술력을 키워온 구글만 가능한 사용자 경험입니다.

결국 픽셀4에서 보여진 구글의 스마트폰 카메라 기술력은 하드웨어의 한계를 인공지능의 소프트웨어가 뛰어넘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됩니다.

   
▲ 픽셀4의 카메라가 보인다. 출처=뉴시스

메이드 바이 구글...그들의 방식
구글은 픽셀4를 통해 하드웨어의 한계를 소프트웨어가 메울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습니다. 이러한 행보는 구글이 어떤 회사인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구글은 픽셀4를 통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리지 않습니다. 노렸다면, 넥서스 당시부터 다양한 시장 전략이 나왔어야 합니다. 그러나 구글은 넥서스에서 픽셀에 이르기까지 안드로이드 레퍼런스 스마트폰의 정체성은 지키면서도 이를 통해 하드웨어를 소프트웨어가 어떻게 변신시킬 수 있는지만 고민하는 분위기입니다. 검색과 데이터,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수준을 넘어 이를 하드웨어에 얼마나 최적화시킬 수 있을지 여러 방향으로 실험한다는 뜻입니다.

구글이 올해 메이드 바이 구글 2019를 통해 가상현실 HMD 데이드림 프로젝트를 포기한 장면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지난 3월 가상현실 콘텐츠를 개발하는 영상 스튜디오인 '스포트라이트 스토리'(Spotlight Stories)를 폐쇄한 후 5월 구글I/O에서도 데이드림이 거론되지 않으며 예견된 사태입니다.

구글이 밝힌 데이드림 프로젝트 폐기의 이유는 관련 생태계가 조성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구글 대변인의 공식 멘트가 눈길을 끕니다.

그는 “어디서나 휴대할 수 있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몰입 환경을 발견했으나, 스마트폰을 HMD에 넣어둔 상태로는 지속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습니다. HMD에 스마트폰을 넣는 형태의 가상현실 콘텐츠 생태계는 지속성이 없었다는 뜻이며, 구글은 결국 자사가 추구하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전략을 하드웨어에 융합시키는 과정에서 가상현실을 배제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는 역으로 수 년을 키워온 하드웨어 플랫폼도 소프트웨어와의 ‘궁합’이 맞지 않으면 버릴 수 있음을 시사하며, 구글의 비즈니스 핵심에는 소프트웨어가 있다는 것이 증명됩니다.

구글이 메이드 바이 구글 2019에서 픽셀 버즈2 등 무선 이어폰 라인업을 강화하고 메시 라우터 네스트 와이파이 라우터, 네스트 미니 등 인공지능 기반 스마트홈 전략을 보여준 장면도 중요합니다. 결국 인공지능 시대를 구글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하드웨어에 특화된 인공지능을 넣는 실험이며, 이는 곧 강력한 소프트웨어 전략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 픽셀 버드2가 보인다. 출처=뉴시스

당연한 말이지만 소프트웨어 전략을 구사하는 기업은 가두리 생태계를 지향한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하드웨어 플랫폼은 명확한 고객군을 잡아둘 수 있으나 소프트웨어 기반 플랫폼은 고객의 이탈이 상대적으로 많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연장선에서 인공지능을 ‘쪼개는’ 전략을 통해 생활밀착형 소프트웨어 전략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이 구글이며, 이는 아마존 등 많은 사업자들도 시도하는 방식입니다. 

결국 앞으로의 전쟁은 초연결 시대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누가 다양한 기기에 자사의 인공지능 생태계를 효과적으로 투입시킬 수 있느냐’로 좁혀지며, 이 대목에서 구글은 괴물같은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기술력으로 하드웨어와의 시너지를 실험하는 중입니다. 구글이라는 기업을 이해할 수 있는 최소한의 단서입니다.

최진홍 기자  |  rgdsz@econovill.com  |  승인 2019.10.18  10: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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