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미지투데이

[이코노믹리뷰=강민성 기자] 한국은행이 이달 기준금리를 3개월만에 추가 인하한 가운데 통화정책 효과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한은이 통화 완화 기조를 적극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경기부양을 위한 것이지만 유동성이 막혀 금리인하 효과에 제한적인 의견도 제기하고 있다.

16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달 기준금리를 기존 1.50%보다 0.25%포인트 낮춘 연 1.25%로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 이는 2017년 11월 기록한 사상최저 기준금리와 같은 수준이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는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 완화 기조와 대내외 어려운 경제 여건 등에 따른 것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리인하와 관련해 “주요 대외리스크 요인과 그에 따른 국내경기와 물가에 미치는 영향, 금융상황 안정변화, 지난 7월 금리인하 효과를 지켜보면서 통화정책 완화정도를 얼마나 크게 가져갈지에 대해서 결정하겠다”면서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도 열어놨다.

이처럼 한은은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내세우고 있지만 기대만큼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 상황에서 금리인하가 실물 경제를 살릴 수 있을지에 대해 여러 의문점이 있기 때문이다.

금리 인하로 예적금 금리도 떨어진다면 시중에 돈이 풀려 기업의 설비투자 지출과 가계소비가 이어져야 한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볼 때 기업은 투자를 망설이고 있으며 소비 심리도 살아나지 않고 있는 ‘돈맥경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구체적인 수치인 ‘통화유통속도’도 이를 뒷받침한다.

통화유통속도는 돈이 시중이 실제로 돌고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지표인데 이 수치가 최근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에 발표한 통화·유동성 동향에서도 이같은 현상이 보였다.

한국은행의 ‘2019년 8월중 통화·유동성’에 따르면 2년미만 정기예적금과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은 각각 15조3000억원, 4조5000억원 늘어나 광의통화(M2평잔 기준) 증가세가 확대되고 있다.

동시에 올 상반기 국내 경제활동 자금순환을 보면 순자금규모는 9조원으로 전년 동기 13조8000억원 대비 53% 축소했다. 이는 투자수요가 줄어 순자금운용 규모가 감소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올해 상반기 외감기업이 수익성 둔화로 순자금조달 규모가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지만 투자로 연결되지 않았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올해 2분기 외감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5.22%로 전년 동기 7.71% 대비 2.49%포인트 축소됐는데, 같은 기간 순자금조달 규모는 2조6000억원 늘었다.

외감 기업은 올해 금융시장 불안으로 안정자산에 수요가 늘어난 점을 고려해 주로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는데 채권 발행 대부분은 기존 회사채의 차환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했다.

이번 금리인하는 한은이 기업의 투자심리 저하와 가계소비 둔화로 현금유통속도가 최저치로 떨어진 점을 감안해 경기회복을 빠르게 살리기 위한 극단의 조치를 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이미 저성장 장기화로 국내 경제에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압력이 강해지고 있어 두차례의 금리인하에도 쉽게 경기가 회복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16일 “기준금리를 1.25%로 낮췄지만 필요시에 금융·경제상황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은 남아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총재는 “양적완화와 함께 금리 이외의 추가적인 정책수단을 고려할 단계는 아직 아니라고 본다”며 통화정책 외 정책 도입에 대해서는 잘라 말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최저치 수준으로 낮아진 상황이지만 시중에 자금이 계속 풀리지 않을 경우 통화정책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면서 “대출 규제 강화로 부동산 수요 영향도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두차례 금리인하에도) 국내 경기전반에 디플레이션 압력이 쉽사리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라며서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