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산 시화공단에서 10년동안 금형 사업을 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대표입니다. 최근 해외 판로가 막히고 인건비가 계속 상승하면서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했습니다. 이 같은 업황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여 사업을 정리하고 재창업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사업정리를 위해 회생이나 파산절차를 밟아야 할지 궁금합니다. 사업정리 절차가 복잡해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기업은 성장하기 위해 노력을 쏟는다. 반면 어려운 상황을 대비해 출구전략을 세우기 위한 노력은 전무한 것 같다. 위기가 나에게는 다가오지 않는다는 기대감 때문일까?

그럼에도 위기는 다가올 수 있다. 의도하던 의도하지 않던지 말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달 26일 금융통화위원회에 보고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외부 회계감사를 받은 한계기업이 3236곳으로 나타났다.

한계기업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 미만인 기업이다. 장사해서 이자도 다 갚지 못하는 상태가 3년째 계속된 기업을 의미한다. 한계기업은 2017년 3112곳으로 전체 외감기업 중 13.7%였으나, 지난해는 이 비중이 14.2%로 커졌다.

이자보상배율이 2년 연속 1 미만인 기업 비중은 2017년 19.0%에서 지난해 20.4%로 커졌다. 한계기업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는 기업도 늘고 있다는 뜻이다.

상황은 이렇지만 이 같은 한계기업이 생각할 수 있는 출구전략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또 여러 제도를 이용하는 방법도 복잡해 길잡이 없이는 힘든 것이 현실이다. 기업이 폐업을 주저하고 재창업의 타이밍을 잃게 되는 구조는 이런 이유가 있어서다.

2018년 4월 발간한 학술지 벤처창업연구의 카이스트 김인수 교수에 따르면 중진공으로부터 재창업지원자금을 받은 685개의 기업 중 384개의 기업을 분석한 결과 폐업에서부터 재창업까지 평균 36.22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 기간에 재창업에 필요한 자산과 기술의 가치하락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카이스트의 김인수 교수가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재도전 현황과 재도전 활성화를 위한 방안'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폐업과 재창업의 절차도. 자료=김병관 의원실

◆ 사업정리도 순서 있다...사업정리지원 제도란

최근 정부는 내놓은 '질서있는 사업정리 지원'은 이와 같이 폐업과 재창업에 대한 길잡이를 지원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사업정리 컨설팅’이 그것인데, 구조조정 방향을 제시하는 일을 하는 필자의 눈에는 한계 중소기업이 눈여겨봐야 하는 제도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벤처기업기업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사업정리 컨설팅은 경쟁력을 상실한 중소기업에 실패 부담을 최소화하고 신속한 재기를 유도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지원내용은 크게 행정지원과 컨설팅이다. 행정지원은 회계,노무,법무로 구분해 중소기업에 대해 각 부가세 및 법인세 신고, 4대 보험신고, 파산절차 등을 돕는다. 폐업의 순간에 남을 수 있는 세금과 빚을 최대한 제거해 재창업을 돕기 위한 시스템인 셈이다.

기업, 특히 중소기업이 스스로 중요도를 감안해 우선순위를 정하기는 어렵다. 전문가가 계획과 일정을 짜 주는 일은 그래서 필요하다. 물론 이 같은 계획과 일정은 자금을 중심으로 배열된다. 사실은 정교한 작업이다.
손을 잡아 끌어당기는 일은 그 다음인데, 컨설팅영역에서는 전문가들이 하는 역할이 여기에 집중된다. 이들은 회계, 노무, 법무 영역에서 상호 유기적 관계를 설명하고 재도전 플랜을 제시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중진공 사업정리 지원내용. 자료=중진공

전체적으로 폐업, 자산정리, 재도전이 가능하도록 전 과정을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체계로 이해하면 되겠다.

사례의 사업자의 경우, 회생이나 파산과 같은 법적 사업정리 앞서 행정적 사업정리가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 세금이나 노무 관계가 정리되지 않으면 법적 사업정리도 난항을 겪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위기시 갚아야 빚과 그렇지 않은 빚이 있는데 이를 구분해 지출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이 그렇다. 먼저 갚아야 빚을 놔두고 불필요한 빚을 갚아버리면, 최종 법적 청산절차에서 장애가 발생된다.

사업정리컨설팅은 중소기업재도전종합지원센터(www.rechallenge.or.kr)에서 온라인 신청이 가능하다. 서울 역삼동에 있는 재도전종합지원센터에서는 매주 화요일 변호사, 월요일과 목요일 노무사, 상주 회계사의 사업정리상담을 제공하고 있고, 수원에 중진공 경기지역본부에서는 매주 목요일 변호사, 화요일 회계사가 사업정리상담을 제공하고 있으며, 중소기업재도전종합지원센터(www.rechallenge.or.kr)에서 온·오프라인 상담신청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