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샘이 7월 17일 상암사옥에서 한샘리하우스 대리점 사업설명회를 진행하는 모습. 출처= 한샘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한샘(대표이사 최양하)이 부엌·욕실 상품을 취급하는 대리점으로부터 일방적으로 광고비를 거둔 혐의로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최근 대리점주나 소상공인과의 상생을 위한 방안들을 추진해온 것과는 대조된 사건으로 입방아에 올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0월 13일 한샘이 상품전시 매장에 입점한 대리점들과 사전 협의없이 판촉행사를 실시하고 관련 비용을 일방적으로 부과했다고 보고 제재조치를 내렸다.

한샘에 공정거래법 상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와 대리점법 상 이익제공 강요 행위 등 의혹을 두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1억56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한샘은 2015년 1월~2017년 10월 기간 동안 입점 대리점들의 판촉행사 참여를 의무화하고 대리점마다 부담해야할 의무판촉액을 설정했다. 내부 계획에 따라 전시 매장별로 입점 대리점과 협의 없이 판촉행사를 진행하고 관련 비용을 월말에 균등 부과했다.

총 비용 규모는 2017년 기준 월 9500만~1억4900만원 수준으로 드러났다. 2018년 5월 기준 한샘 전시매장 30개 가운데 대리점 수 155개가 입점한 상태다. 대리점당 월 61만~96만원씩 부담한 셈이다. 한샘은 판촉비 일방 부과 의혹에 관한 공정위의 조사가 개시된 이후인 2017년 11월부터 입점 대리점에게 판촉 동의서를 사전 배포하고 합의하는 절차를 마련해 시행해오고 있다.

한샘은 지난 2016년 12월 대리점법이 시행된 후 처음 조항에 의거해 제재 받은 기업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대리점법은 앞서 2013년 남양유업이 대리점에 일방적으로 물량을 공급하고 처리할 것을 강요한 사실이 드러난 뒤 제정됐다. 대리점에 대한 본사 ‘갑질’을 막으려는 취지가 담긴 법령이다.

한샘이 그간 영세한 대리점이나 제휴점을 대상으로 상생을 도모해온 행보도 무색해진 꼴이다. 한샘은 2012년부터 제휴점이나 대리점이 월 이용료 등을 지불하면 수시로 활용할 수 있는 인테리어 전시장 ‘상생형 표준 매장’을 운영해왔다. 소규모 전시장을 갖춘 사업자들이 큰 전시장을 활용해 고객에게 다양한 상품과 솔루션을 안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구축했다. 리모델링 솔루션을 제공하는 ‘한샘 리하우스 대형 쇼룸’에서는 월 이용료만 거둠으로써 대리점이나 제휴점의 부담을 더욱 낮췄다.

올해 9월 말에는 계열사 ‘한샘서비스원’을 통해 국토교통부로부터 화물운송사업자 자격을 취득하기도 했다. 중소 가구업체를 대상으로 가구 전문 운송 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2017년 한샘을 상대로 열린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논란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선숙 국민의당 의원은 공정위를 통해 입수한 한샘 내부자료를 토대로 한샘이 부당행위를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한샘이 대리점에 전단지 제작·배포 비용 등을 부담하도록 하는 등 강요했다는 내용이 자료에 담겼다.

한샘은 상생형 표준 매장을 운영해오며 매주 대리점주들과 판촉 활동 등에 관한 회의를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판촉 건에 관해서는 프로모션이 필요 이상 규모로 추진되는 것으로 판단한 일부 대리점과 의견 차가 발생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샘은 공정위의 시정 조치에 대한 입장을 소명하기 위해 행정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상생형 표준 매장의 특성이 제재 결정에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해서다.

한샘은 “한샘의 상생형 표준 매장은 대리점이 입점·퇴점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특성을 갖추다 보니 관련 절차를 모두 갖추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서도 “한샘은 대리점과 사전 협의를 실시해 판촉비의 규모와 대상을 정했고, 대리점들은 공동 판촉을 위해 비용을 균등 부담하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샘은 또 “상생형 표준 매장을 통해 창출한 수익을 모두 거둬가는 대리점이 판촉활동도 주도해야 하기 때문에 한샘이 판촉비 부담을 강요했다는 공정위 판단은 타당하지 않다”며 “한샘은 앞으로도 대리점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상생의 길을 찾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