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아무리 위기관리를 잘 해보려고 해도, 연이어 일이 터지네요. 문제 있는 일들이 계속해서 터지는데, 그걸 이길 장사가 어디 있겠습니까? 문제들과 관련된 경영진들이 참 원망스럽습니다. 이걸 어떻게 손을 쓸 수 있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공감합니다. 문제가 어쩌다 한 두 개라면 몰라도, 연이어 터지게 되면 위기관리는커녕 정신 차리기도 힘든 상황이 된다는 것 이해가 갑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힘들고 어려운 것은 일선에서는 잘 몰랐던 문제가 외부 언론이나 규제 기관, NGO 등에 의해 갑자기 불거지는 경우일 것입니다.

이런 경우 일선에서는 초기 대응이 매우 힘들게 됩니다. 우선 상황 파악과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발생되어 알려진 문제에 대해 내부 확인 절차가 진행되려면, 당연히 일정 수준 이상 시간이 소모되게 마련입니다. 이 때문에 초기 대응 기회를 놓쳐버리게 됩니다.

어렵게 오랜 시간에 걸쳐 확인 작업이 마무리되면, 그를 기반으로 한 대응 의사결정 과정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최고 의사결정자가 단시간에 사실관계 확인과 함께 대응 지시를 내려 주면 좋겠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니 문제가 더 커집니다. 대응 전략이나 방식을 결정하기 위해 또 상당히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자, 이제 대응에 대한 내부 정리가 모두 끝났습니다. 그런데 그에 따라 일선에서 대응을 준비하다 보니 상황이 새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일선에서는 다시 갈등이 시작됩니다. 처음에 밟았던 똑 같은 프로세스를 다시 밟으려 하니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이미 상당 시간이 지체되어 지금 실행 해도 때가 늦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초조해집니다.

그래서 일단 의사결정된 대응을 몇 개라도 시도해 봅니다. 역시나 상황이 바뀐 시점이라 효과가 없습니다. 문제는 더욱 커지고,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버린 느낌입니다. 그렇게 고민스러워하고 있을 때, 다시 다른 문제가 하나 더 불거집니다. 이제 패닉이 옵니다.

그 새로운 문제에 대해서도 사실 확인이 시작됩니다. 의사결정은 또 지연됩니다. 이전 문제와 함께 여론은 더욱더 악화됩니다. 새로운 대응 전략과 방안은 세워지지도 않았는데, 언론을 비롯해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회사의 해명을 듣고 싶어 합니다. 일선은 이때부터 무기력에 빠지고,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무너져 갑니다.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

여러 번 이런 경험을 한 일선 실무자들은 문제를 발생시키는 경영진을 바라보면서 평소에도 자포자기하는 자세를 가지게 됩니다. 문제가 계속되는데, 위기관리는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런 일선의 자포자기는 생각보다 많은 기업 내부에서 목격됩니다.

그러나, 그런 환경 속에서도 일선 실무자가 좀 더 나은 위기관리를 위해 평소 관심 가져야 할 것이 있습니다. 시간 날 때마다 잠재되어 있는 문제를 발굴해 사전에 정리해 놓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매번 문제를 모르고 있다가 곪아 터진 후에 가서야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실패의 반복을 조금씩이라도 줄여 나가야 합니다. 한두 문제라도 미리 파악하고 있었다면 대응은 조금씩 달라질 것입니다.

문제를 평시 발굴하고 취합해 그에 대한 사실관계와 대응 메시지 그리고 방식을 정리해 놓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문제가 종종 발생하는 기업에서는 더욱더 이런 사전 발굴 작업은 필수적입니다. 문제를 알고 대응하는 것과, 모르고 대응하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지금부터 발굴을 시작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