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한 천문대에서는 수십 대의 망원경을 통해 우주 공간을 빈틈없이 훓으며 외계에 존재할지도 모를 지적 생명체를 찾는 작업을 하고 있다네요. 수십년째 그러고 있는데 아직 성과는 없다합니다. 그들은 우주에 1000억 개가 넘는 별이 존재하는데, 오로지 지구에만 지적 생명체가 살 수 있다는 것이 비합리적이라 굳게 믿으며 오늘도 연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기업가들의 후원 가운데, 망원경 성능은 더 좋아지고 있으며, 컴퓨터의 연산 속도는 더 빨라지고, 거기에 인공지능(AI)기술까지 결합되어, 이제 외계인 탐사가 공상 영역을 벗어나 과학의 경계에 이르러서 머지않아 성과를 볼 수 있으리라는 확신에 차있습니다.

이들의 시도에 어떤 생각이 드는지요?

나는 도로(徒勞)란 말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국어사전에는 ‘헛된 수고’라고 나오는 말입니다.

중학교 시절 물상 시간에 딴 짓 하거나, 조는 친구들에게 도장 끝으로 이마를 줘 박으며

물상 선생님이 했던 말입니다. ‘이 도로 인생인 놈들아!’

요즘 젊은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다보면 새로운 말을 많이 듣게 되는데,

그중에 ‘개이득’이란 말이 있습니다. 실용적, 효율적에 기반을 두고, 그 대가를 덜 지불하게 되었을 때 많이 행복해하며 하게 되는 말인 것 같습니다. 가성비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말이겠지요? 무용(無用), 낭비 같은 말과는 반대쪽에 있는 말인 듯싶은데, 도로는 더 한거죠?

생각해봅니다.

우리가 살아온 것은 어디까지가 실용 인생이고, 도로 인생이었을까요?

어린 아이와 놀아주다가 지친 기억들이 다 있지 싶습니다.

반복적인 책 읽기나 게임 등을 계속 해달라고, 그래도 재미있어 하고 말이죠.

어른 생각에는 너무 낭비적이고, 비효율적으로 보이고, 지루한데 말이죠.

그렇게 보면 자식 사랑은 대표적으로 낭비적이고, 비효율적 아닌가요? 대가 없이 쏟아 붓는

사랑이니 말이지요. 그럼에도 고래로부터 부모는 자식을 향해 도로의 수고를 해왔고, 하고 있습니다.

허리가 아파 헬스센터에 정기적으로 다니고 있습니다.

거기서 센터의 담당자로부터 근력 키우기 훈련을 하는데, 평소에 안 썼고, 별로 쓸 일이 없는 부위의 근육을 키우는 훈련도 함께 합니다. 무용한 훈련 아니냐고 투덜거리면 그는 나이 들어 아프거나, 갑자기 순간 동작을 해야 하는 돌발 상황을 대비해서 여러 부위의 근육을 키워야 하고, 많이 쓰는 근육에도 득이 되니 따라 하라고 말합니다.

일리가 있어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만, 돌발 상황이 아직 안 왔고, 많이 쓰는 근육에 힘이 들어왔는지에 확신이 없어 시큰둥했지요. 얼마 전 임플란트를 했는데, 치과 의사 왈 ‘인공 이는 정직하게 수직으로 씹을 때는 그 견고함이 자연 이보다 몇 배나 강합니다만, 갑자기 옆으로 갈거나 할 때는 한없이 취약하다는 것을 명심 하세요’

그걸 믿게 되고, 그래서 오늘도 여러 부위의 근력을 키우는데 열심을 내봅니다.

결실의 계절이라는 가을날,

학창 시절 ‘한눈파는 녀석’이란 별명을 가진 다윈이 있어 위로를 받습니다.

나도 지금은 무용하지만, 그래도 미래를 위해 도로인 행동도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