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중 무역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이 실무협상을 통해 큰 틀에서의 '휴전'을 끌어내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빅딜은 커녕 스몰딜 수준에 불과한데다 이 마저도 타협이 확실하게 이뤄지지 않아 눈길을 끈다. 

일각에서는 내년 재선을 향해 달려야 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실상 중국에 백기를 들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류허 중국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협상단이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을 방문하며 실무협상이 벌어진 가운데, 최소한의 확전 자제를 위한 명분을 쌓는것에 성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무역협상이 종료된 후 류 중국 부총리를 접견한 다음 기자들과 만나 "실질적인 1단계 합의에 이르렀다"면서 "2단계 협상도 즉시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관세 폭탄 일부를 거두는 한편,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하는 것이 협상의 골자다. 실제로 미국은 15일로 예정된 중국산 수입품 2500억달러에 30% 관세를 매기는 방안을 철회했으며 중국은 미국 농산물 500억달러를 구매하기로 합의했다. 

여기에 중국이 자국의 금융시장을 추가적으로 개방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도 알려졌다. 미국이 줄기차게 주장했던 지식재산권 보호 등에 대해서도 일부 이견을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세부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모호한 지점이 너무 많다. 우선 미국은 12월 예정된 추가 관세 인상 계획을 철회하지 않았고, 중국 정부의 자국 기업에 대한 과도한 보조금 책정 등은 논의가 아예 없었다. 심지어 중국이 미국의 농산품 500억달러를 구입하기로 했으나 명확한 시일은 명기하지 않았고, 화웨이 규제에 대한 언급도 없다.

무엇보다 협정문도 나오지 않았다. 두 수퍼파워가 실무협상을 통해 한 발 물러나며 휴전을 선언했으나 상황이 달라지면 언제든 재격돌에 나설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미중 무역협상이 스몰딜로 좁혀진 가운데, 워싱턴 정재계에서는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이 '상당한 양보'를 했다는 말이 나온다. 중국제조 2025 등 미국이 우려하는 중국 기술굴기에 대해 강력한 압박을 보여주지 못했고, 무엇보다 중국으로부터 실질적으로 얻은 것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 협상으로 미국이 얻은 가장 큰 이득인 500억달러 농산품 구매 시기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사실상 '양보만 거듭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관심을 모았던 홍콩사태를 통한 분위기 반전도 없었다. 업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격해지는 홍콩사태에 대한 해법을 내놓으며 협상 과정에서 상대적 우위를 가져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으나, 이는 현실로 이어지지 않았다. 중국 관영언론이 이번 협상을 두고 "큰 진전이 있었다"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 언론에서는 "스몰딜이 아닌 마이크로 스몰딜"이라는 비야냥이 나오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재선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대내외적 악재에 갇혀있고, 결국 중국과의 무역협상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내기 어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게이트로 탄핵 가능성이 대두된 상황에서 터키의 쿠르드 민병대 공격을 사실상 용인했다는 비판, 나아가 유럽연합과의 경제전쟁이 중국과의 협상에 나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