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한국 연구진이 3세대 항암제인 ‘면역항암제’의 효능을 높일 수 있는 생체이식형 전달체를 제작해 효과를 확인했다. 생쥐에서 콜레라균에 저항하는 장내 미생물 균주가 밝혀졌다. 세브란스병원과 인공지능(AI) 전문기업이 협업을 통해 위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AI를 개발했다.

13일 연구업게에 따르면 한국연구재단은 임용택 성균관대학교 교수 연구진이 화학항암제와 면역제어물질을 탑재한 생체이식형 전달체를 제작하고 생쥐모델에서의 항암효율 향상을 보인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종양 부위에만 필요한 만큼의 항암제를 전달하는 것과 병행해 면역활성화(systemic antitumor immune response) 유도할 이식형 약물전달체도 제안했다.

▲ 생체이식형 스캐폴드(scaffold)와 면역관문억제제와의 상호작용 기전. 출처=한국연구재단

면역항암제는 인체의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3세대 항암제다. 암의 성장을 억제하는 면역세포와 암의 성장과 전이를 촉진하는 면역세포가 종양세포 주변에 함께 있으므로 ‘면역관문억제제’와 같은 면역항암제는 일부 암 또는 환자에서만 효과가 나타나 면역제어물질과 병행활용하려는 연구가 활발한 실정이다.

연구진은 히알루론산 등 생체적합성 소재로 지름 5~10mm 크기의 디스크 형태(알약 모양)의 전달체를 제작하고, 여기에 화학항암제 독소루비신과 면역제어물질(나노면역컨버터)을 담아 종양미세환경에 이식, 면역억제 기능을 유도하는 종양미세환경을 변화시켜 면역관문억제제(Immune Checkpoint Blockade)의 효과를 높이고자 연구를 진행했다.

종양미세환경은 암 세포 주변의 다양한 세포들과 세포외 기질, 성장호르몬, 신호전달 물질 등 복잡하고 다양한 요소로 구성된 부위를 뜻한다.

연구진은 면역관문억제제(anti-PD-1, anti-PD-L1)에 반응하지 않던 유방암과 자궁경부암 생쥐모델에 화학항암제와 나노면역컨버터가 들어있는 전달체를 이식한 결과 암세포의 성장이 억제되는 것을 확인했다.

종양 제거수술 후 재발이나 전이에도 영향이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화학항암제와 나노면역컨버터가 탑재된 전달체가 이식된 생쥐는 55일 이후에도 7마리가 생존했다. 반면 약물을 투여하지 않거나 면역항암제만 투여한 생쥐는 한 달 가량 후 10마리 모두 사망했다.

연구는 전신독성 문제로 임상사용에 제한이 있었던 저분자 레시퀴모드를 서방형 고분자 나노입자 내에 봉입함으로 독성문제를 해결하고 면역억제세포(MDSC)와 종양촉진 대식세포(M2형)를 암세포를 알리는 항원제시세포와 종양사멸(M1형) 대식세포로 바꾸는 나노면역컨버터를 개발한 것이다.

연구진 관계자는 “나노면역컨버터는 암세포의 존재를 인지하는 능력을 가진 항원제시세포와 암세포를 살상하는 능력을 가진 T세포를 종양세포 주위에 집결시키는 한편, 면역억제인자는 제거함으로써 면역관문억제제와 같은 면역항암제가 최적의 효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 것이다”면서 “향후 환자마다 다른 종양미세환경에 맞는 면역억제인자 분석을 기반으로, 환자 맞춤형 약물을 탑재할 수 있는 항암면역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연구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기초연구사업 지원으로 수행됐다. 이는 소재 분야 국제학술지인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 9월 6일자에 게재됐다.

■ 강남세브란스‧셀바스, ‘정확도 98.5%’ 위암 조기진단 AI 제작

위 내시경 사진을 분석해 조기위암을 발견하고 종양의 침범 깊이를 예측하는 인공지능(AI) 모델이 개발됐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김지현, 윤홍진 교수, AI 전문기업 셀바스 AI는 기존 영상 분류 인공지능 모델을 기반으로 조기위암 최적화 모델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영상 분류에 널리 사용되는 인공지능 모델인 ‘VGG-16’을 기반으로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고 1만 1539장의 내시경 사진을 통해 800개의 조기위암 병변을 학습시켰다. 개발된 AI 모델의 조기위암 발견 정확도는 98.5%다. 종양의 침범 깊이 예측 정확도는 85.1%로 나타났다.

연구를 진행한 김지현 교수는 “조기위암은 종양의 침범 깊이에 따라 수술 없이 내시경 절제술만으로도 완치가 가능하다”라면서 “새로 개발된 AI 모델의 예측 정확도라면 조기위암의 진단 및 치료 방침 결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셀바스 AI 관계자는 “종양의 침범 깊이 예측 등 위암 진단 보조 기술로 AI 기술을 응용하는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해 세계적인 논문에 게재된 것을 뜻 깊게 생각한다”면서 “AI 연구개발을 통해 인공지능 기술로 의료기술 발전에 앞장서는 대표 기업이 되겠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임상의학저널(Journal of Clinical Medicine)’ 최근호에 게재됐다.

■ 콜레라균 대항하는 생쥐의 장내 미생물종 규명

한국연구재단은 윤상선 연세대학교 교수 연구진이 생쥐에서 콜레라균에 저항하는 장내 미생물 균주를 찾아내고 해당 균주에 따른 감염 저항기전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항생제 저항성 세균 출현에 따라 우려가 깊어지는 가운데 장내에 있는 유용한 공생미생물로 외부에서 침입한 세균을 물리칠 수 있는 감염 대응 전략이 만들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연구진은 사람과 달리 콜레라균(Vibrio cholerae)에 잘 감염되지 않는 정상 생쥐에 클린다마이신이라는 항생제를 처리하면 생쥐가 콜레라균에 취약해지는 것에 주목했다. 클린다마이신(Clindamycin)은 혐기성 세균을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린코사미드계열 항생제로 세균이 단백질을 생성하지 못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클린다마이신의 영향으로 생쥐의 장에서 박테로이데테스(Bacteroidetes)에 속하는 미생물 종들이 사라지는 것을 통해 미생물 균총의 변화와 콜레라균 감염과의 상관관계를 알아냈다.

▲ 생쥐모델에서 약물전달플랫폼에 따른 항암면역 효능. 출처=한국연구재단

연구진은 이를 검증하기 위해 장내 미생물이 존재하지 않는 무균 생쥐에 박테로이데스 불가투스를 이식하고 콜레라균에 노출시켰다. 연구결과 훨씬 더 높은 감염 저항성을 보이는 점이 확인됐다. 박테로이데스 불가투스(Bacteroides vulgatus)는 박테로이데테스(Bacteroidetes) 그룹에 속하는 미생물들 중에서 가장 높은 빈도로 존재하는 공생미생물 종이다. 이는 사람보다는 생쥐의 장에 더 높은 빈도로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나아가 박테로이데스 불가투스에 의한 구체적 감염억제 기전을 규명하기 위해 생쥐의 장 속에 존재하는 미생물에 의한 대사산물(metabolite)을 분석했다. 연구결과 박테로이데스 불가투스가 정상적으로 있는 생쥐의 장에는 짧은 길이의 지방산(short chain fatty acid)이 많았다. 클린다마이신의 영향으로 해당 미생물 종이 사라지면 콜레라균이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러 영양소(아미노 당, N-acetyl amino sugars)들이 높은 농도로 있음이 확인됐다.

▲ 장내 미생물균총의 변화가 감염 저항성 변화에 미치는 영향. 출처=한국연구재단

연구진 관계자는 “짧은 길이의 지방산은 콜레라균의 증식을 억제하는 것으로 확인했다”면서 “장내 미생물균총의 변화는 곧 미생물이 만드는 대사체의 변화로 이어지고, 이것이 침입하는 병원성세균을 상대하는 숙주의 감염 저항성을 결정하는 주요 인자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연구결과는 공생미생물을 활용해 항생제에 의존적이지 않은 감염 치료 전략을 수립할 근거를 제시한 것으로 앞으로 감염 치료용 프로바이오틱스 연구개발(R&D)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및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성과는 미생물 분야 국제학술지인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9월 14일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