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최근 급격한 금리하락에 생명보험사의 부채적정성평가(LAT) 부담이 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생보사는 예정이율과 금리에 덜 민감한 상품 판매 등 상품의 금리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보유계약의 경우 계약이전·재매입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13일 노건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이 발간한 '부채적정성평가(LAT) 부담 증가와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시장금리가 빠른 속도로 하락세를 보면서 생보업계 책임준비금 대비 잉여금 비율이 2017년 말 보다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다.

▲ 출처=보험연구원

책임준비금 대비 잉여금 비율은 평가대상준비금과 LAT 평가액의 차이로 정의된다. 생보사는 잉여금 비율이 음수이면 LAT 결손으로 책임준비금을 추가 적립하고 당기손익으로 반영해야 한다.

생보업계 책임준비금 대비 잉여금 비율은 2017년 말 16.6%에서 올 6월 말 8.4%로 하락했다. 책임준비금 대비 잉여금 비율이 1% 이하인 회사는 2017년 말 0개 사에서 올 6월 말 3개사로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1~5%인 회사는 1개 사에서 6개사로 늘어났다.

책임준비금 대비 잉여금 비율이 큰 폭으로 줄어든 원인은 LAT 산출 방법 변화로 인해 금리에 대한 민감도가 증가하던 중 금리가 급격히 하락했기 때문이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비하기 위해 LAT 평가 방법은 2017년 말부터 단계적으로 변경됐다. 지난 6월 말에는 유동성프리미엄이 기존 산업위험스프레드 100%에서 80%로 하향 조정됐으며, 다양한 시나리오를 이용해 산출된 평가금액도 단계적으로 적용 됐다.

▲ 출처=보험연구원

한국은행은 지난 7월 18일 기준금리를 기존 1.75%에서 1.5%로 인하했다. 지난달 23일 국고채 1년, 5년, 10년, 30년 금리는 각각 1.277%, 1.402%, 1.462%, 1.428%로 기준금리보다 낮은 상태다.

향후 기준금리 추가 인하가 예상되고 있어 책임준비금 대비 잉여금 비율이 낮은 보험사는 제도 변화와 더불어 금리 하락으로 인해 LAT에 대한 부담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노 연구위원은 예상했다. 특히 책임준비금 대비 잉여금 비율이 충분하지 않은 생보사는 향후 금리 하락 시 잉여액 부족으로 당기손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출처=한국은행, 보험연구원

LAT에 대한 부담을 낮추기 위해 신계약은 예정이율과 금리에 덜 민감한 상품 판매와 같은 상품 개선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예정이율 인하 시 보험료 인상 및 해지환급금 하락으로 영업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상품의 수익성과 재무건전성 고려 시 예정이율 인하는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보험계약의 예정이율은 2.5%로 기준금리(1.5%) 및 국고채 수익률에 비해 높아 향후 IFRS17 도입 시 높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이율에 대한 보증이 없거나 낮은 상품 등 금리에 덜 민감한 상품 판매도 고려된다.

보유계약에 대해서는 계약 이전, 계약 재매입(Buy-back) 등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도 지원과 더불어 소비자 보호를 위한 장치를 마련해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대만 알리안츠가 고금리계약(적용이율 4% 이상)을 대만 중국생명으로 계약을 이전했고, 벨기에 대형 생보사(AXA, Ethias)는 고금리 종신보증계약에 대해 10~25%의 프리미엄을 계약자에게 지급하고 계약을 다시 구매하는 등 해외사례가 있어 국내에서도 가능하게 제도가 지원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노 연구위원은 "LAT 부담 증가에 대한 대응으로 LAT 산출기준을 유예하거나 완화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으나 이는 단기적인 방편에 불과하므로 금리 하락기 제도 대응을 위해서는 보험사의 노력과 금융당국의 제도지원이 선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