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민성 기자] 퇴직연금 적립금을 확대하기 위한 금융권의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퇴직연금 시장은 삼성생명이 점유율 선도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신한은행, 국민은행, 기업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이 가입확대를 위한 점유율 쟁탈전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6개월 새 큰 차이로 벌어져 주목된다.

올 상반기 하나은행은 개인형 IRP적립금이 전년 말 대비 25%(4896억원) 증가한 2조4367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하나은행은 확정급여형(DC)가입도 확대되면서 기업은행을 바짝 따라가고 있다.

원리금 보장형 위주의 자산운용으로 수익률이 여전히 저조한 상황 속에서 퇴직연금 지형이 달라지고 있는 점도 관심이 쏠린다. 1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생명보험업계는 금융권에서 퇴직연금 가입 비중이 매년 줄고 있으며 은행권은 DC형 가입이 6개월새 8% 늘어나는 등 가입 속도가 빠르다. 올 상반기 은행권의 DC형 적립금은 33조6875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2조4567억원 늘었다.

▲ 출처=은행연합회

◇ 은행권, 신한銀 선두 유지…하나銀 vs 우리銀 점유율 초접전

최근 저금리로 퇴직연금 수익률이 1%대에 머물거나 DC형 상품 일부는 0%대 수익률도 발생하고 있지만 퇴직연금 사업이 계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금융권의 가입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은행권 가운데 신한은행은 DB,DC, IRP적립금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점유율 1위를 유지중이다. 신한은행은 특히 올 상반기 DC형 수익률이 업계에서 가장 높아 적립금 규모가 크게 증가했다. 신한은행의 DC형 적립금은 6조7789억원으로 지난해 말 6조2723억원 대비 8% 확대됐다.

반면 같은 기간 DB형 적립금은 1213억원(-1.2%) 줄어든 9조5023억원을 기록했다. DB형 적립금이 1000억원 이상 줄었지만 여전히 은행권에서 적립금 규모는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신한은행은 상반기 개인형 IRP와 DB형 수익률이 각각 1.99%, 1.62% 수준으로 은행권 가운데 가장 높았다.

신한은행에 이어 국민은행은 퇴직연금 적립규모가 17조9616억원으로 은행에서는 점유율 2위 금융권에서는 점유율 9%로 3위를 기록하고 있다. 금융권에서 시장점유율이 6%대로 초접전 중인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최근 가입 확보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두 기업 모두 최근 퇴직연금 수익률을 인하하고 자산관리 센터에서 만기 관리를 진행하는 등 퇴직연금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올 상반기 사회초년생 연금수령자 대상으로 DC형 수수료율을 일괄 0.02% 인하하고, IRP수수료도 최대 95% 인하한데다 연금사업본부를 연금사업단으로 격상했다. 또한 올 하반기에는 신규가입자를 대상으로 상품지급 이벤트까지 진행하는 등 점유율 확장을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다. 우리은행도2017년부터 연금신탁사업단을 신탁연금그룹으로 격상한 후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 DB형, DC형 수수료를 두차례에 걸쳐 인하하는 등 사업 확장에 적극적이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수수료인하와 함께 올해 모두 퇴직연금 자산관리센터를 신설하는 등 자산운용 확장에 대한 의지가 뚜렷하다. 하나은행은 올해 5월 연금손님 자산관리센터를 신설해 만기관리와 저금리 상품 리밸런싱을 진행중이며, 우리은행은 7월에 신설해 수익률을 관리중이다.

두 은행이 이처럼 올해 더욱 뚜렷하게 사업을 확장하게 된 이유는 성장가능성이 높은 사업임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금융당국은 노후소득보장 체계 강화를 위해 퇴직금 제도 운영 사업장에 퇴직연금 전환을 의무화하려는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두 은행중 상반기 퇴직연금 성장률이 더 높은 곳은 하나은행이었다. 하나은행은 올해 DC형 가입이 지난해 말 대비 10%(3262억원) 늘어난 3조5947억원을 기록하면서 우리은행과 적립금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상반기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적립금 차이는 8018억원으로 지난해 말 1068억원보다 커졌다.

상반기 하나은행은 퇴직연금 수익률에서도 우리은행보다 앞섰다. 우리은행은 DB형 적립금이 시중은행 중 보유 규모가 가장 적지만 DC형과 IRP는 계속 성장 중이다. 한편 선두권인 신한은행과 국민은행도 퇴직연금수수료 개편작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경쟁이 더 치열해 질 전망이다.

◇ 보험권, 자기계열사와 DB형 편중으로 성장성 한계

이처럼 은행권이 퇴직연금 시장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보험사는 퇴직연금 비중이 금융권에서 계속 낮아져 도태되고 있다. 삼성생명은 은행, 보험을 통틀어 업계 1위를 유지 중이지만 DB형 적립금이 줄어들고 DC형 적립금은 소폭 늘었다. 올 상반기 삼성생명의 DB형 적립금은 19조8384억원으로 지난해 말 20조598억원 대비 2214억원 줄었고 DC형적립금은 2827억원 늘었다. 

삼성생명 외 생보사는 대다수 퇴직연금 적립금이 정체되고 있다. 

▲ 출처=생명보험협회

적립금 정체 현상으로 생보업계의 퇴직연금 시장점유율은 22.7%로 2014년 대비 3.2%포인트 줄었다. 보험사들은 자기 그룹 계열사와 DB형 가입 편중이 은행보다 높아 성장성에 한계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보험사의 경우 2017년부터 퇴직연금의 원리금보장형 자산운용 위험을 요구자본에 반영해야돼 자본 부담이 높아져 보수적인 자산운용을 진행하고 있다.

정민호 예금보험공사 보험관리실 생명보험 팀장은 “최근 은행과 금투사에서 시장선점을 위해 수수료를 공격적으로 인하하고 있어 생보업계의 퇴직연금 점유율 추가하락이 우려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