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정훈 기자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롯데와 신세계(정확히 말하면, ㈜이마트)가 온라인 확장으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가운데 현대백화점은 지역 상권의 특성에 맞춘 오프라인 매장의 콘셉트 변화에 역량을 집중함으로 차별화를 도모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일환으로 2030 젊은 소비자들의 메카인 신촌에 위치한 현대백화점 신촌점의 별관 유플렉스(UPLEX)가 1차로 4개 층의 리뉴얼을 마치고 운영을 시작했다. 과연 리뉴얼된 유플렉스 신촌은 현대백화점 차별화 전략이 잘 드러나는 곳일까. 11일, 유플렉스를 직접 찾아가 현장을 둘러보고 왔다.

리뉴얼은 유플렉스 지하1층, 2층, 4층, 12층 등 4개층 영업면적 2100㎡ 공간에서 이뤄졌다. 현대백화점 측은 유플렉스의 이번 리뉴얼에 대해 “젊은 고객들이 몰리는 오프라인의 명소들을매장에 선보이는가 하면, 다양한 편집숍을 유치하는 등 새롭게 소비주체로 떠오른 밀레니얼 세대 고객들의 ‘복합 문화 공간’을 표방한다”라면서 “유플렉스 4개층 오픈을 시작으로 내년 2월까지 유플렉스 매장의 모든층을 순차적으로 리뉴얼 오픈한다”라고 말했다.

어딘가 좀 약하다...

우선 기자는 지하철 2호선 신촌역과 현대백화점 신촌점이 유플렉스와 이어지는 진입로가 있는 지하 2층부터 위로 올라가면서 매장을 살펴봤다. 유플렉스 지하 2층은 매장 전체에 매우 중요한 입지의 공간이다. 지하철 2호선 신촌역 그리고 현대백화점 신촌점이 유플렉스와 이어지는 진입로가 있기 때문이다. 

▲ 넷마블 스토어.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 카페 멜로워.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지하철에서 이어지는 지하 진입로에서 매장으로 들어오는 입구 바로 앞에는 게임 콘텐츠기업 넷마블의 브랜드 스토어 그리고 인기 웹툰 ‘뽀짜툰’의 캐릭터 샵이 있다. 확실히 20대 젊은 소비자들의 취향을 고려한 배치임이 확 드러나는 부분이다. 매장으로 들어서면 다양한 패션브랜드 제품들을 큐레이션해 놓은 편집샵 피어(PEER)가 있다. 또 지하 2층 안쪽에는 인기 베이커리 카페 브랜드 ‘카페 멜로워(Cafe Mellower)’가 입점해 있다. 노랑빛매장의 독특한 디자인과 공간 구성은 젊은 방문객들의 사진촬영과 SNS업로드 욕구를 자극한다.

한 층 올라서면 1차 리뉴얼이 완료돼 운영이 시작된 지하 1층 힙 스트리트(HIP STREET) 구역이 있다. 이곳은 이름 그대로 힙(세련된, 멋있는, 유행에 앞서나가는)한 스타일을 뽐낼 수 있는 패션 아이템들이 있는 공간을 표방한다. 이곳은 패션브랜드 ‘바인드’와 여성캐주얼 브랜드 ‘매그제이’ 그리고 스트릿 패셔니스트들에게 각광받고 있는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 오리지널’이 입점해있다. 매장 1층에서 지하 1층으로 내려오는 진입로에는 “득템구간시작”이라는 문구가 적힌 표지판과 횡단보도처럼 꾸며진 바닥이 보인다.

▲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2층으로 올라서면 제주도를 모티브로 한 독특한 콘셉트로 홍대 인근의 핫플레이스로 알려진 카페 ‘랑데자뷰’가 있다. 감귤나무 조형과 돌담 그리고 향이 나는 나무 조각으로 바닥이 깔린 공간에서 제주도스러움이 느껴진다. 유플렉스 4층에는 1세대 파워블로거 띵굴마님의 생활용품 편집매장 브랜드인 ‘띵굴 스토어’와 함께 서울 성수동 인기 카페 ‘천상가옥(天上家屋)’이 운영되고 있다.

▲ 카페 랑데자뷰.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 띵굴스토어.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정훈 기자

이날 매장을 방문한 직장인 김여진(29세) 씨는 “독특한 콘셉트의 카페들이 백화점 안에 있는 것이 신기하다”면서 “특히 독특한 카페를 많이 찾는 이들에게는 SNS 인증의 명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지하 2층 그리고 이번에 리뉴얼된 지하 1층 그리고 4층을 보면 이전까지 백화점에서는 볼 수 없었던 카페브랜드와 편집숍들의 입점으로 일반 백화점과 다른, 젊은 감각을 강조한 노력들이 엿보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젊은이들에게 유명한 콘셉트 카페를 입점 시킨 것 말고는 일반 백화점과 큰 차별점이 보이지는 않는다. 백화점을 방문한 젊은 소비자들이 커피를 마시거나 잠시 쉬기 위해 밖으로 나가는 발길을 카페로 이끄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듯하나 이것이 경쟁사 백화점들과 비교했을 때 ‘눈에 띄게 차별화된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는 점은 의문으로 남는다. 물론, 아직은 1차 리뉴얼이고 모든 공간의 리뉴얼이 완료되는 내년 2월이면 확 다른 느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뭔가 ‘약하다’는 느낌이다. 가뜩이나 신촌 일대가 이미 사그라들고 있는 상권으로 평가받는 것을 감안하면 지금까지 보여준 리뉴얼의 임팩트는 다소 약한 느낌이다.

1차 리뉴얼의 ‘필살기’ 12층

유플렉스 12층에는 책과 카페 등 라이프스타일 콘텐츠가 결합한 복합문화 서점 ‘아크앤북’이 입점했다. 국내 백화점 업계 최초라고 한다. 기존 서점과 달리 일상(Daily), 주말(Weekend), 스타일(Style), 영감(Inspiration) 등 취향에 따라 책을 분류해 놓았다는 특징이 있다는 것이 현대백화점 측의 설명이다. 확실히 에스컬레이터로 12층에 올라가면 나무 진열장에 책들이 꽂혀 있는 공간의 디자인이 눈에 띈다. 책장에서 은은하게 나무 향이 풍기기도 한다. 내부에는 고객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작은 테이블 그리고 이후에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릴 수 있는 스테이지 공간이 마련돼 있다.

▲ 아크앤북.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아크앤북과 바로 이웃한 공간에는 카페 '통인동 커피공방’이 있어 책을 구매한 이들이 느긋하게 커피 한 잔을 즐길 수 있다. 이곳에서 눈에 띄는 독특함은 시야가 트인 큰 유리창이 있어 신촌역과 홍대 인근까지 보이는 도시의 경치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유플렉스 12층은 이번 리뉴얼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였다. (물론, 서점이 있는 문화 공간을 앞세운 것은 살포시 코엑스 스타필드의 ‘별마당 도서관’의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 통인동 커피공방.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정훈 기자
▲ 통인동 커피공방 도시뷰.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정훈 기자

이번 리뉴얼에 대해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신촌점 유플렉스를 밀레니얼 세대를 포함한 젊은 고객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선도할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 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분명 유플렉스 신촌은 현대백화점의 변화가 구현되는 전략 공간이다. 차별화를 추구하는 의도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1차 리뉴얼에서는 12층을 제외하면 그 외 공간에서 느껴지는 매력이 그다지 강하지 않은 듯하다. 의도를 강조하고자 한다면, 앞으로의 리뉴얼에서 조금 더 보여주는 것이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