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법원이 발표한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 말까지 전국 법원에 접수된 개인회생 신청건수는 63,33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까지의 누계 건수인 60,386건에 비해 약 5% 가량 늘어났다. 개인파산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아 지난해 8월까지 29,009건이던 누계 건수는 올해 8월 기준 30,853건으로 개인회생과 비슷한 비율로 증가하였다. 최근 들어 개인회생·파산의 심사 요건이 상당히 까다로워졌고, 개인파산의 경우에는 파산관재인의 조사력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채무자의 자산상황을 저인망식으로 조사하고 있어 늘어난 개인회생·파산 신청건수만큼 실제 개인회생·파산 인가 건수도 늘어날지 여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어쨌든 신청 건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빚에 허덕이는 사람의 숫자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개인회생·파산은 대부분 단기간에 발생한 채무가 아니라 오랜 기간 누적되어 온 과중한 채무를 견뎌오던 개인이 더 이상 이를 감당하지 못해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탈출구라는 점에서, 지금의 개인회생·파산 신청 건수 증가는 지난 몇 년 간 우리 경제 상황이 지속적으로 좋지 않았으며, 그 상태는 지금도 답보상태이거나 오히려 악화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굳이 분류를 하자면, 개인회생·파산 신청 건수는 현재의 경제 상황보다는 지난 몇 년 간의 경제 상황을 반영하는 일종의 ‘경기후행지수’인 셈이다.

그에 반해 신용회복위원회가 주도하는 개인워크아웃의 증감은 ‘경기동행지수’에 가깝다. 개인워크아웃은 태생적으로 단기간에 발생한 소규모의 빚을 줄이는 데 더 적합한 제도로 90일 이상 연체 기록이 있으나 아직 사금융이나 대부업체과는 거래가 많지 않은 개인을 그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신용회복위원회 관련 자료에 따르면, 이 같은 개인워크아웃 신청건수도 지난 5년 간 꾸준히 늘고 있어 경제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2014년 69,679건에 불과하던 개인워크아웃신청 건수는 매년 증가를 하여 2018년에는 83,713건으로 지난 5년간 약 20%가량이 늘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7월까지만도 누계 신청건수가 55,318건을 기록해 이 같은 추세대로라면 사상 처음으로 연말까지 올해 누계 신청건수가 90,000건을 돌파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 중에도 뼈아픈 것은 일용직, 무직자들의 개인워크아웃 신청건수 급증이다. 지난 5년간 개인워크아웃 신청건수가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동안 급여소득자와 자영업자의 신청건수는 매년 각 22,000건대에서 24,000건대, 7,000건대에서 7,500건대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일용직의 경우에는 2014년 33,722건이던 것이 2018년에는 42,916건에 이르러 이러한 추세면 올해 7월까지 28,417건인 누계 신청건수는 산술적으로 연말경 48,000건대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직의 경우에도 2014년의 신청건수는 5,790건이었으나 이 역시 매년 꾸준히 늘어 2018년에는 8,843건, 2019년도도 7월까지 누계 신청건수가 6,464건에 이른 결과 올해 안으로 10,000건을 훌쩍 넘어갈 것으로 확실시되고 있다. 

▲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 상담지원 모습. 서울시 제공

물론 이러한 내용만으로 그 동안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소득주도성장이나 최저임금 인상 등의 조치가 빈곤층에 직격탄으로 작용했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겠으나, 적어도 지금의 경제위기 상황이 빈곤층에게 더욱 가혹한 현실로 다가와 있는 점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들 빈곤층의 경우 개인워크아웃 신청을 해서 확정이 된다고 한들 그 빚을 감당해 낼 수 있으리라 기대하기는 어려워 결국에는 몇 년 안에 다시금 개인회생·파산의 길로 접어드는 악순환을 겪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결국 개인회생·파산절차를 통해서도 구제받지 못한 빈곤층 중 상당수는 최근 일부 언론이 보도하고 있듯 자살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통한 해결을 모색하게 될지도 모른다.

경제지표만으로는 언뜻 피부로 와 닿지 않던 2019년 대한민국 국민들의 고달픈 삶은 지난 3편의 글에서 소개한 ‘사법통계’의 필터를 통해 비로소 명징해졌다. 올해 남은 마지막 분기, 그리고 내년. 시간이 가면 갈수록 경제위기의 먹구름은 더욱 짙게 드리워가고 있는데, 과연 대한민국 경제는 어디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일까? 또한 그 속에서 살고 있는 국민들은 앞으로 행복할 수 있을까?